하나금융그룹이 회장후보들에게 리스크 관리 주의보라도 내려야 할 모양이다.
김정태 회장이 내년에 물러나야 하는 상황에서 주요 경영진들이 악재에 휘말려 경영일선에서 이탈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8일 하나금융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장경훈 전 하나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어 사임하면서 하나금융그룹 안에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순이익이 2배 이상 늘어났고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장 전 사장은 연임에 성공했지만 약 한 달 만에 자리를 떠나게 됐다.
장 전 사장도 넓게 보면 하나금융 회장후보군 가운데 한 명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사실상 회장후보 경쟁에서 배제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사례는 장 전 사장뿐만이 아니다.
이진국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도 하나금융 조직개편과 함께 물러났다. 이 전 부회장은
함영주 부회장과 함께
김정태 회장의 뒤를 이을 회장후보로 유력하게 거명되던 인물이다.
이 전 부회장은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미공개정보를 활용해 주식거래를 한 선행매매 혐의를 받아 검찰수사를 받게 됐다. 이 때문에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는 물론 지주회사 부회장 자리도 내려놓게 됐다는 시선이 많다.
다른 회장후보들도 여러 위험에 노출돼 있어 안심할 수 없다.
회장후보로 유력하게 꼽히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하나은행장 시절 해외금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책임으로 금융당국의 문책경고를 받고 징계 취소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다. 문책경고는 중징계로 3년 동안 금융권 재취업을 할 수 없다.
함 부회장은 채용비리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데 기소된 지 3년이 다 돼 가지만 아직 1심 결과조차 나오지 않아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성규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역시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등 사모펀드 환매중단으로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김정태 회장이 1년 임기로 회장을 맡고 있는 하나금융지주의 사정을 감안하면 장 전 사장과 같은 돌발악재로 회장후보들이 퇴진을 해야 하는 상황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
함영주 부회장은 하나은행 통합을 이끌었고
지성규 부회장은 해외사업 성장에 기여했으며
이진국 전 부회장과
장경훈 전 사장도 회사 실적만을 놓고 보면 부족함이 없었다.
이 때문에 하나금융 회장후보들은 성과 경쟁보다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는 말도 나오는 형편이다.
김정태 회장은 3월26일 하나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연임을 확정했다. 다만 규정에 따라 만 70세를 넘겨 재직할 수 없어 임기는 1년 후인 2022년 3월 끝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