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대희 총리 후보자가 28일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혔다. <뉴시스> |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전격사퇴했다. 신임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개각과 강도 높은 공직사회 개혁에 나서려 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계획도 흔들리게 됐다. 무엇보다 안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도 하기 전에 여론의 빗발친 공세에 물러나면서 후임 총리 후보자 선정에도 큰 부담을 떠안게 됐다. 또 향후 개각일정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안대희 후보자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자는 “부족한 제가 총리 후보로 남아있는 것은 현 정부에 부담”이라고 사퇴이유를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한 박근혜 대통령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 들어 김용준 전 대법관이 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 물러난 데 이어 이번에 안 후보자조차 사퇴함에 따라 박근혜 정부는 인사청문회 전에 총리 후보 2명이 사퇴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차기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는 데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됐다. 훨씬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총리 후보자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안 후보자가 사퇴하자 청와대는 김기춘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청와대는 부실한 인사 검증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안 후보자의 사퇴 소식을 전해들은 박 대통령이 안타까워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안 후보자는 전관예우 논란이 일자 변호사 수입으로 늘어난 재산을 전액 기부하겠다며 대응했다. 그러나 안 후보자가 끝내 사퇴를 결심하게 된 것은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기 않기 위한 이유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자는 변호사 개업 후 그동안 넉넉히 살지 못한 가족들에게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재산을 모았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26일 “가족들에게 보상을 해 주고 싶어 열심히 노력한 측면이 있다”고 거액 수임료 수입에 대해 해명했다.
안 후보자는 2006년 대법관 후보 청문회에서도 4천만 원이 넘는 고가의 차량에 대해 “너무 없다 보니까 있는 체도 좀 하자는 부인의 이야기가 있어 산 것”이라고 말했다. 지인들도 안 후보자가 사석에서 “나는 괜찮아도 아내와 딸이 힘들게 사는 것은 견디기 어렵다고 종종 말했다”고 전했다.
또 안 후보자의 동생과 동서 등이 특혜 의혹이 있는 KMDC와 관련돼 있다는 주장도 나오는 등 인사검증이 가족으로 확장되자 안 후보자는 더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자 개인으로서도 강직하고 청렴한 이미지에서 전관예우 논란이 이는 상황에 대해 크게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안 후보자는 사퇴 기자회견을 하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겠다”며 “국민들에게 약속한 기부는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
새누리당은 안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않고 낙마한데 대해 안타깝게 여기는 분위기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공직자 검증이 자질보다 개인 신상에 집중되는 시스템은 검토가 필요하다"며 야당의 공세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반면 야당은 “새누리 인사검증 시스템의 무능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안 후보자의 사퇴는 당연”하다며 “인사시스템을 총괄하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모든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며 김 비서실장의 사퇴도 촉구했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2000년 이후 국무총리 후보자가 낙마한 경우는 안대희 후보자를 포함 총 다섯차례였다. 이 가운데 청문회를 하기 전 사퇴한 경우는 김용준 후보자와 안 후보자 두 명이었다. 공교롭게도 모두 이번 박근혜 정부에서 지명한 국무총리 후보다.
2002년 김대중 정부에서 연달아 두차례 국무총리 후보자가 낙마했다. 장상 후보자는 이한동 전 국무총리의 뒤를 이어 지명됐다. 최초의 여성 국무총리 후보자였지만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의혹, 장남의 이중국적 등이 문제가 됐다. 결국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의 반대로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다.
한 달 후 장대환 매일경제신문 사장이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됐다. 그러나 장대환 후보자도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국무총리 후보자가 사퇴한 경우가 있다. 2010년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김태호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과 선거자금 대출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부담을 느낀 김태호 후보자는 청문회 후 4일만에 자진사퇴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첫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한 김용준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 의혹과 아들 병역면제 의혹으로 청문회 전 자진사퇴했다. 김용준 후보자는 지명된 지 닷새만에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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