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은행에서 발생했던 펀드 손실사태에 관련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등 징계절차가 조만간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이 관료와 민간금융회사를 모두 거친 장점을 살려 금융당국에 은행권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소통하는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5일 열리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라임자산운용 펀드 제재심의위를 시작으로 시중은행 펀드 손실사태와 관련한 제재절차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직무정지,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문책경고 등 중징계를 이미 사전통보받은 상황인데 제재심의위에서 실제로 중징계가 결정될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손 행장과 진 행장 모두 중징계가 확정되면 추가로 연임을 할 수 없는 데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도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문제로 기관경고를 받으면 당분간 신사업 진출과 인수합병이 어려워진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에서 최근 증권사 등 다른 금융회사들의 펀드 손실사태 제재수위를 놓고 장고를 거듭했던 사례를 고려할 때 징계안은 2월이 지난 뒤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하나은행도 라임펀드 등 여러 건의 펀드 손실사태를 두고 2분기부터 제재심의위에 오르게 된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이처럼 금감원 제재심의위 결과에 따른 금융당국의 제재 리스크를 안게 된 상황에서
김광수 회장의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올해 은행연합회장 임기를 시작한 김 회장이 금감원의 펀드 손실사태 제재 과정에서 은행권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목소리를 금융당국에 전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22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을 만나 은행권의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조치에 합의하고 코로나19 금융지원 등 여러 현안과 관련해 논의했다.
시중은행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적극적으로 도우면서 한국판 뉴딜분야 금융지원과 서민금융상품 공급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펀드 손실사태에 연루된 은행들은 코로나19로 업황이 악화하고 신사업 추진도 다급한 상황에서 금감원 제재심의위 및 징계와 관련한 불확실성으로 어려움이 크다는 점을 호소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잘못한 부분을 고치고 소비자 보호에 힘써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지만 제재심의위 관련한 리스크가 지나치게 장기화되고 있어 경영활동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런 은행들의 목소리를 모아 금융당국에 전달하며 제재심의위 등 징계절차나 수위를 결정하는 데 반영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는 은행권의 기대를 받고 있다.
은행들이 펀드 손실사태 사후대응 과정에서 피해자들에 선제적으로 원금을 지급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소비자보호 및 내부통제체계 강화에 힘쓴 점도 고려될 수 있다.
김 회장은 재정경재부와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 등을 거친 관료출신 인사로 금융당국과 원활한 소통에 유리해 은행연합회장으로 활동하는 데 장점을 살릴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NH농협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을 지내다 은행연합회장에 오른 만큼 민간금융회사 현안에도 밝아 금융권의 펀드 손실사태 관련해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있다.
김 회장은 은 위원장과 행정고시 27회 동기로 인연이 있고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맡을 때도 정기적으로 만나 소통해 왔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에서 결정되는 금융회사 및 CEO 징계안은 금감원장 전결사항인 문책경고 이하 처분을 제외하고 모두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확정된다.
김 회장이 은 위원장에게 은행권의 진정성 있는 소비자 보호 노력과 펀드 손실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체계 구축 등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면 제재수위가 다소 낮아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김 회장은 은행연합회장 취임사에서 “가교 역할을 충실히 실천하겠다”며 “금융당국에 긴밀히 협조하면서도 필요하다면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결국 앞으로 진행되는 펀드 손실사태 제재절차에 김 회장의 목소리가 어느 정도 반영됐는지가 은행연합회장으로 역할을 증명하고 은행권의 신뢰를 얻는 데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연합회는 김 회장이 취임한 뒤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한국판 뉴딜 분야 지원에 합의하고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집합금지업종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을 늘리는 내용도 논의했다.
최근에는 금감원과 공동으로 은행권 영업점 폐쇄에 따른 소비자 불편을 방지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으로 금융당국 정책에 은행권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김 회장이 금융당국에 은행권 목소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이런 노력이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