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찬 기자 cyc0111@businesspost.co.kr2021-02-08 17:23:48
확대축소
공유하기
조중명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이사가 화일약품 보유지분을 매각하며 확보한 자금으로 췌장암 치료제 등 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크리스탈지노믹스가 화일약품 주식 300만 주 매각을 완료하면서 324억 원을 확보함에 따라 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 조중명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이사.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췌장암, 골수형성 이상증후군(MDS) 등을 적응증으로 개발하고 있는 항암제 아이발티노스타트(CG-745)의 국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아이발티노스타트는 췌장암 치료제로 2020년 3월에 국내 임상2상을 마쳤고 11월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신속심사대상에 지정됐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식약처로부터 먼저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은 뒤 조건부 품목허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또한 크리스탈지노믹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아이발티노스타트를 놓고 췌장암, 간암, 급성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고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아이발티노스타트는 코로나19 치료제로도 개발되고 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기존에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던 카모스타트 임상시험을 중단하고 아이발티노스타트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로 했다.
1일 아이발티노스타트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2상 시험계획과 관련해 미국 식품의약국에 사전미팅을 신청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제로 미국 임상2상에 먼저 올려 놓은 뒤 췌장암 치료제로도 미국 임상2상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치료제 CG-806, 섬유증 치료제 CG-750 등의 신약 후보물질도 연구개발하고 있는 만큼 안정적으로 연구개발하기 위해 자금조달 필요성은 크다.
여기에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지난해 11월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400억 원을 들여 글로벌 연구개발(R&D) 센터 착공에 들어간 만큼 자금 유동성 확보가 중요하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2020년 9월30일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 348억 원을 포함해 유동자산 1429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바이오업계 일각에서는 조 대표가 화일약품이 아닌 새로운 제약사를 인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 대표가 중견 제약사 인수를 검토한 뒤 회계실사까지 마쳤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결렬됐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온다.
화일약품 지분을 매각하면서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약사 인수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도 전망된다.
조 대표는 2013년 8월 468억 원을 투자해 화일약품 지분 21.66%를 사들이며 화일약품 최대주주에 올라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후 꾸준히 지분을 인수하며 한때 34%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화일약품을 인수하면서 “화일약품 인수를 통해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안정적 수익 창출이 가능해졌고 화일약품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한 것이다”면서 “크리스탈지노믹스는 화일약품 인수를 기점으로 신약 연구개발 중심기업으로 생산설비는 물론 국내외 의약품 판매망까지 보유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크리스탈지노믹스는 화일약품을 인수했음에도 2019년까지 매출의 비약적 증가도 영업이익 흑자전환도 쉽지 않아 화일약품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됐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화일약품을 인수한 2013년에는 연결기준으로 매출 48억 원, 영업손실 60억 원을 냈다.
이후 2019년에는 연결기준으로 매출 140억 원을 올리는 데 그쳤으며 영업손실 규모는 106억 원으로 오히려 커져 화일약품 인수에 따른 시너지가 당초 예상만큼 크지 않았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2020년 7월부터 수차례 제3자배정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해 조경숙 화일약품 대표이사를 주축으로 한 다이노나, 오성첨단소재, 에스맥에 화일약품 지분을 배정함으로써 지분율을 낮춰왔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여기에 지난해 11월25일부터 올해 1월31일까지 기관투자자 4곳에 화일약품 지분 300만 주를 순차적으로 매각해 324억 원을 확보하고 다이노나, 오성첨단소재, 에스맥에 화일약품 최대주주 자리를 내줬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2021년 1월31일 기준으로 화일약품 주식 13.73%(300만3562주)를 들고 있다. 2월8일 기준으로는 368억 원 규모다.
조중명 대표는 여전히 조경숙 대표와 함께 화일약품의 각자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하지만 조경숙 대표 측이 화일약품 지분을 사모으며 최대주주에 오르고 크리스탈지노믹스가 최대주주에서 내려오며 조중명 대표가 사실상 경영에서 손을 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제약바이오업계 일각에서는 크리스탈지노믹스가 나머지 화일약품 지분을 처분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크리스탈지노믹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크리스탈지노믹스는 화일약품 2대주주로서 앞으로도 경영에 적극 참여할 것이며 화일약품 지분 전량 처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