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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중흥건설그룹 지분승계 마술, 정창선 정원주 이어 3대로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1-02-02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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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오너들의 가장 큰 고민은 지분 승계다. 막대한 지분을 상속하거나 증여하려면 천문학적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중흥건설그룹은 이런 고민 없이 부를 대물림하고 있다. 

정창선 중흥건설그룹 회장은 그의 두 아들 정원주 중흥건설그룹 부회장과 정원철 시티건설 대표에게, 그리고 오너3세에게 어떻게 지분을 승계하고 있을까?

◆ 다원개발과 새솔건설에 쌓이는 이익잉여금, 어떻게 늘어나고 있나

정원주 중흥건설그룹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중흥토건 아래 다원개발과 새솔건설이라는 작은 회사가 있다.

두 회사 모두 2012년 2월6일 같은 날짜에 자본금 10억 원짜리 회사로 설립됐다. 법인등기부등본상 두 회사의 주소는 같다. 두 회사의 직원 수는 모두 10~20명 안팎이다.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중흥토건이 각각 75%씩 들고 있고 나머지 지분 25%는 정 부회장의 두 자녀인 정정길(20%)씨, 정서윤(5%)씨가 들고 있다. 정정길씨와 정서윤씨가 두 회사 설립 당시 투자한 자본금은 각각 4억 원, 1억 원이라는 얘기다.

다원개발과 새솔건설의 주요 사업목적은 아파트 분양이다.

10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두 회사는 꽤 많은 실적을 내고 있다. 모두 중흥건설그룹 계열사의 분양사업을 도맡은 덕이다.

다원개발이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다원개발이 2013~2019년에 벌어들인 매출은 모두 3918억 원이다. 매출이 적을 때는 300억 원, 많을 때는 1500억 원가량 올렸다. 새솔건설은 같은 기간에 6025억 원을 벌었다.

두 회사는 계열사의 분양사업을 몰아받아 낸 실적을 바탕으로 이익잉여금이 빠르게 늘고 있다.

다원개발의 이익잉여금은 2013년만 해도 4300만 원 수준이었으나 2019년 말 기준으로 409억 원까지 늘었다. 6년 만에 이익잉여금이 950배 불었다.

새솔건설의 이익잉여금은 2013년 말 986만 원에서 2019년 말 695억 원으로 6년 만에 무려 7천 배 이상 증가했다.

이익잉여금은 배당의 원천이다. 상법상 배당은 이익잉여금에서 이루어진다.

두 회사는 설립 이후 지금껏 이익잉여금을 배당하지 않았다.

하지만 배당할 수 있는 자금이 늘어나는 만큼 앞으로 배당이 진행된다면 이는 모두 중흥건설그룹 오너일가의 이익으로 돌아간다. 정 부회장의 두 자녀뿐 아니라 정 부회장의 개인회사인 중흥토건이 받는 현금도 늘어날 수 있다.

◆ 다원개발과 새솔건설의 성장, 정원주 회사 중흥토건과 닮았다

다원개발과 새솔건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중흥건설그룹 오너일가가 현금을 마련하는 방식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중흥토건 산하 자회사는 모두 13곳이다. 이 가운데 오너일가의 개인지분이 들어간 회사는 다원개발과 새솔건설 두 곳 뿐이다. 회사의 성장이 오너3세의 재산 증가에 기여할 수 있는 구조를 두 회사가 갖췄다는 뜻이다.

다원개발과 새솔건설의 성장은 모회사인 중흥토건이 몸집을 불린 방식과 닮았다.

중흥건설그룹의 정점은 원래 중흥건설이었다. 중흥건설그룹의 창업주인 정창선 회장이 중흥건설의 지분 76.7%를 들고 있다.

정창선 회장은 그룹의 중심을 중흥건설에서 중흥토건이라는 회사로 옮기는 작업을 통해 정 부회장의 지분승계를 돕고 있다.

중흥토건은 1994년 세워진 회사로 중흥건설과 지분관계가 없다. 2020년 5월 기준으로 정창선 회장의 첫째 아들인 정원주 부회장이 지분 전체를 들고 있다.

중흥토건의 감사보고서는 2012년부터 공개됐다. 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중흥토건의 자산은 144억 원 수준인데 2019년 기준으로 자산이 1조8665억 원까지 늘었다. 8년 만에 자산규모가 130배 증가했다.

실적 증가도 눈부시다. 중흥토건은 2011년에 매출 772억 원을 냈지만 2019년에는 매출 1조4731억 원을 냈다. 8년 만에 매출이 20배 증가했다.

중흥토건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계열사로부터 일감을 대거 몰아 받았기 때문이다.

중흥토건이 공시한 자료들을 종합해보면 중흥토건이 2020년에 종속기업들과 공사도급계약을 맺은 일감은 5500억 원 규모다. 중흥토건이 2019년에 별도기준으로 낸 매출 가운데 공사수익과 맞먹는 수준이다.

중흥토건이 종속기업들과 공사도급계약을 맺는 방식은 모두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자회사들이 전국 곳곳에서 진행하는 아파트 건설사업의 시공권을 몰아받으며 사세를 키우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흥토건은 2012년만 해도 종속기업 및 기타 특수관계자에게 받은 일감으로 시공 관련 공사수익 1477억 원을 냈다. 하지만 일감 몰아받기 규모가 커지면서 2018년에는 종속기업 및 관계기업, 기타 특수관계자로부터만 모두 매출 8156억 원을 냈다.

다원개발과 새솔건설이 성장하는 방식이 이미 중흥토건에서 사용된 것이다.

중흥토건이 종속기업들에게 받아 쌓아놓은 일감은 2019년 말 기준으로 1조1130억 원이 넘는다.

중흥토건의 성장세는 중흥건설과 비교할 때 더욱 돋보인다.

중흥건설은 2012년에 종속기업, 관계기업, 기타 특수관계자에게 모두 매출 3552억 원을 냈다. 하지만 이들에게서 2019년에 낸 매출은 2576억 원 규모로 오히려 줄었다.

건설업계에서 건설사들의 위치를 보여주는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도 중흥토건의 약진이 돋보인다.

중흥토건은 2020년 시공능력평가에서 15위에 올랐다. 2011년만 해도 시공능력평가 순위 658위에 불과했는데 9년 만에 중견건설사를 넘어 대형건설사를 바라보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중흥건설은 2020년 시공능력평가 35위에 올라 중흥토건보다 20계단이나 뒤쳐졌다.

중흥토건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점은 중흥건설그룹이 2019년 5월 언론사 헤럴드를 인수할 때 인수주체로 중흥토건이 나섰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중흥토건은 2020년 6월 기준으로 헤럴드 지분 52.8%를 보유하고 있으며 정 부회장은 헤럴드 회장을 겸직하고 있다.

◆ 중흥토건은 정원주 현금 곳간, 다원개발 새솔건설은?

중흥토건의 성장은 자연스럽게 정원주 부회장의 자산 증가로 이어졌다.

중흥토건이 배당을 시작한 것은 2015년부터다. 중흥토건은 △2015년 50억 원 △2016년 300억 원 △2017년 50억 원 △2018년 150억 원 △2019년 100억 원 등 모두 650억 원을 배당했다.

중흥토건의 지분을 모두 지닌 정 부회장이 이 배당을 모두 받았다.

중흥토건이 정 부회장의 자산 증가에 기여하는 방식은 배당뿐만이 아니다. 정 부회장이 지분 100%를 들고 있는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도 자산 증가를 돕는다.

중흥토건은 2020년 7월20일 공시를 통해 중흥종합건설과 세종건설산업 지분을 전량 인수했다고 밝혔다.

중흥토건은 정 부회장이 들고 있는 중흥종합건설 주식 3만5천 주 전량을 1주당 7만8890원에 샀다. 정 부회장의 세종건설산업 주식 5만5천 주는 1주당 7만551원에 샀다.

중흥토건이 정 부회장의 개인회사를 100% 자회사로 만드는데 쓴 금액은 모두 66억4천만 원이 넘는다. 이 돈은 모두 정 부회장에게 갔다.

중흥건설그룹의 역사를 되짚어볼 때 다원개발과 새솔건설이 중흥토건과 비슷한 길을 걸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건설업계는 바라본다.

우선 정원주 부회장이 앞으로 20년 뒤 경영권과 회사 지배력을 승계할 때 다원개발과 새솔건설로 그룹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 이 방식이 아니더라도 자녀들의 그룹 지배력 확대를 위한 현금 마련을 위해 다원개발과 새솔건설의 적극적 배당을 실시할 수도 있다.

오너 일가의 지분이 많은 회사에 계열사의 일감을 몰아준 행위는 문제가 없을까?

중흥건설그룹 관계자는 "관계기업이 일감을 몰아줘 이뤄진 거래라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모회사와 자회사 사이에 이뤄진 계약이라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적정한 시장가격에 계약을 체결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방식으로 사업을 하는 것이 문제가 됐다면 이미 사업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중흥건설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행위와 관련해 “모든 내부거래가 위법한 것은 아니다”며 “내부거래의 위법성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0년 8월31일 발표한 ‘2020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 정보공개’에 따르면 중흥건설그룹은 사익편취규제 대상회사 및 사각지대회사를 13개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효성그룹 15개(1위)에 이어 한국타이어 13개(2위)와 같은 숫자다.
 
◆ 중흥건설그룹 계열분리된 시티건설, 중흥토건과 같은 방식으로 성장

정창선 회장 둘째 아들인 정원철 대표의 회사 시티건설도 같은 방식으로 컸다.

시티건설은 정 대표가 지분을 모두 소유한 개인회사다. 2015년도 감사보고서부터 공개돼있는데 이를 살펴보면 시티건설이 2014년 특수관계자에게 낸 매출은 1083억 원이다.

중흥토건처럼 시티건설도 특수관계자의 일감을 대거 몰아받으면서 컸다. 2018년에는 내부거래로 일으킨 매출이 5562억 원까지 늘었다. 2019년에는 수익이 다소 줄어 4천억 원 초반대로 줄었지만 5년 만에 내부거래 금액이 4배 이상 커졌다는 점은 사실이다.

정원철 시티건설 사장은 금강에스디씨에서 인적분할돼 2012년 6월 설립된 시티글로벌의 지분도 100% 들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시티글로벌은 시티개발과 시티주택건설, 아이시티건설, 시티 등 여러 자회사를 거느린 사실상 지주회사나 마찬가지였다.

정원철 시티건설 대표는 2019년 3월 시티건설과 시티글로벌 등 여러 계열사들을 들고 중흥건설그룹에서 계열분리했다. [채널Who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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