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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디지털 현대중공업' 주도, 오너경영인체제로 한 걸음 앞으로

강용규 기자 kyk@businesspost.co.kr 2021-01-31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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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 부사장이 그룹의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 실장이 현대중공업그룹에서 디지털 전환에 성과를 내면 그룹 경영권 승계에도 더욱 가까워질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62451'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정기선</a> '디지털 현대중공업' 주도, 오너경영인체제로 한 걸음 앞으로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

31일 현대중공업그룹에 따르면 정 실장은 ‘미래위원회’를 통해 그룹의 기존 사업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거나 디지털 관련 신사업의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미래위원회는 바이오, 수소, 인공지능(AI) 등 미래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현대중공업지주에 설치된 소규모 조직이다. 계열사별로 20~30대 직원들이 조금씩 차출돼 만들어졌다.

정 실장이 위원장을 맡아 조직활동을 총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설명을 들어보면 미래위원회는 ‘젊은 감각의 조직’으로 정 실장의 디지털 관련 신사업 아이디어들이 미래위원회를 통해 구체화되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설립돼 현대중공업지주의 자회사로 편입된 법인 ‘아비커스(Avikus)’가 좋은 사례다.

아비커스는 선박 자율운항 솔루션 등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항해보조시스템의 개발을 맡는다. 이는 그룹의 조선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미래 선박기술 가운데 하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항해보조시스템의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독립법인 아비커스를 통해 스마트선박 관련 사업 전문성을 강화해 미래 선박기술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조선업계에선 아비커스의 설립이 현대중공업그룹의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상당히 큰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바라본다.

정 실장은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를 겸직하면서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3사(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인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가 공유하는 스마트선박 솔루션 ‘ISS(INTEGRICT Smartship Solution)’와 연계한 선박 생애주기 관리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선박 생애주기 관리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부산 해운대구 현대글로벌서비스 본사에 선박 디지털 관제센터를 새로 세우기도 했다.

그룹 조선계열사들이 공유하는 스마트선박 솔루션은 현대중공업지주의 직접 자회사인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신사업과도 연결되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서는 지주사(현대중공업지주)와 조선 중간지주사(한국조선해양)에 따른 구분을 넘어선 신사업 아이템의 공유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실장은 지주사 경영지원실장으로서 계열사들의 경영전략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아비커스가 스마트선박과 관련한 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그룹의 조선계열사들과 현대글로벌서비스로 퍼져 사업 경쟁력이 대대적으로 강력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도 “정 실장은 그룹의 사업들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이런 시도들이 지배구조상의 한계에 구애받지 않고 계열사들의 사업 아이템 공유를 통해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의 디지털 전환 노력은 조선업에 한정되는 것만도 아니다.

정 실장은 현대중공업지주가 KT와 맺은 디지털 전환 협력을 계기로 조선업뿐만 아니라 정유(현대오일뱅크)와 로봇(현대로보틱스), 태양광(현대에너지솔루션) 등 그룹의 비조선 계열사들에도 디지털기술의 접목이 가능한 지점을 꾸준히 찾고 있다.

로봇사업의 경우에는 정 실장이 직접 나서 2020년 6월 KT로부터 상장 전 지분투자(Pre-IPO)를 통해 500억 원을 수혈하며 투자재원 마련의 부담을 덜어주기도 했다. 현대로보틱스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서비스로봇을 개발하는 데 이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당시 정 실장은 “앞으로 제조기업의 경쟁력은 단순히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흐름을 읽고 스스로 변화하는 것에서 결정될 것이다”며 “사업협력을 통해 현대중공업그룹이 디지털 혁신으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룹의 디지털화를 향한 정 실장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 실장의 디지털 관련 성과는 앞으로 그가 현대중공업그룹 전체 경영과 관련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2020년 11월 진행된 현대중공업그룹의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으나 부사장에 머물렀다.

재계에선 정 실장의 사장 승진 무산을 놓고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로서 나름의 성과를 내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더 높은 자리에 오르기 부족했던 게 아니냐는 시선이 나왔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19년 연결 매출 8090억 원을 냈다. 2018년보다 96.2% 급증했다. 그러나 성장세가 가팔랐던 것과 별개로 그룹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기준 1.6%에 머물렀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근 30년 만에 전문경영인체제에서 오너경영인체제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정 실장은 정몽준 현대중공업지주 최대주주의 아들로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의 자리를 이어받을 다음 오너로 확실시된다.

물론 정 실장의 그룹 내 입지가 이미 탄탄한 만큼 사장 승진 여부를 그룹 경영권 승계와 바로 연결할 필요는 없다는 시선이 우세하다. 정 실장은 현대중공업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와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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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선박 디지털 관제센터에서 선박엔진 운전을 모니터링하는 모습. <현대중공업그룹>

다만 정 실장은 2009년 현대중공업 대리로 입사한 뒤 부장, 상무, 전무 등을 거치며 차근차근 승진가도를 밟고 있다.

이런 정 실장에게 임원인사에서 사장 승진은 그룹 경영권 승계로 가는 길이 더욱 가까워진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에서 개별 계열사 단위의 성과는 정 실장이 아닌 계열사 대표이사들과 권 회장의 과제다”며 “정 실장이 그룹 경영권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그룹 전체 차원에서 의미가 있는 성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정 실장이 실현하고자 하는 ‘디지털 현대중공업’이 그 성과의 잣대가 될 수 있다.

정 실장의 디지털 행보를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조선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조선해운업계에서 공신력 있는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는 2020년 말 정 실장을 미래 조선업계를 이끌 차세대 리더 가운데 한 사람으로 선정하며 조선업 디지털 전환의 선봉장으로 소개했다.

이 매체는 “조선업은 인적 자원의 투입이 중요한 산업으로 다른 산업군과 비교해 디지털과 거리가 멀다”면서도 “조선업이 미래에도 경쟁력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디지털기술의 접목을 통한 비용 절감과 사업 효율화가 필요하며 정 실장이 글로벌 조선업의 디지털 전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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