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노조가 제판분리 추진 과정에서 고용안정 보장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는 점은 넘어야 할 산으로 보인다.
22일 미래에셋생명에 따르면 2월26일 유상증자 주금납입이 마무리되면 미래에셋금융서비스는 자본금이 약 200억 원에서 900억여 원으로 늘어난다.
법인보험대리점 업계 1위인 지에이코리아의 자본 규모가 350억 원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미래에셋생명이 판매자회사에 투자하는 규모는 상당히 크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는 채널혁신 추진을 위한 미래에셋금융서비스의 필요 자금을 증자해 자회사 성장동력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보험대리점의 성공은 판매역량에 달렸고 우수설계사를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유지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자금력이 풍부하면 판매 경쟁력을 갖추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생명보험사 빅3 가운데 하나인 한화생명이 제판분리를 추진하고 현대해상 등 손해보험사들도 판매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법인보험대리점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서도 자본여력을 강화할 필요가 커진 셈이다.
이에 앞서 미래에셋금융서비스는 21일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주당 5천 원씩 보통주 140만 주 모두 700억 원을 증자하기로 했다. 모기업인 미래에셋생명이 전액 출자한다.
미래에셋생명은 이번 대규모 투자에 앞서 지난해 12월 미래에셋생명에서 10년 동안 최고경영자(CEO)로 일한 영업 전문가 하만덕 부회장을 미래에셋금융서비스 대표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하만덕 부회장은 유상증자를 발판삼아 영업력을 강화해 미래에셋금융서비스의 실적 개선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금융서비스는 2014년 출범해 순손실 15억 원을 냈다. 2014년 50억 원, 2017년 70억 원 등 두 차례 증자를 거쳤지만 최근에도 적자와 흑자를 오가고 있다. 2018년 순이익 5억 원을 거두고 2019년에는 순손실 2억 원을 냈다.
미래에셋생명은 전속설계사를 판매자회사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옮겨 보험상품 개발과 판매를 분리하는 판매채널 혁신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3월 초 미래에셋생명의 전속설계사 3300여 명이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이동하면 미래에셋금융서비스의 직원 수는 3500명가량으로 불어나게 된다.
2020년 6월 기준 설계사가 500명이 넘는 법인보험대리점 58곳 가운데 설계사 수가 3천 명을 넘는 대형 법인보험대리점이 14곳뿐인 점을 고려하면 미래에셋금융서비스는 단번에 대형 법인보험대리점으로 거듭나게 된다.
다만 미래에셋생명 노조의 반발은 풀어야 할 과제다.
제판분리가 공식화된 이후 미래에셋생명 노조는 전속설계사 조직을 지원하는 영업관리 정규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한 협약서 체결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지점을 통폐합 하는 과정에서 영업관리 직원의 고용안정을 서면으로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18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절차가 조정중지로 마무리되면서 미래에셋생명 노조는 파업 등을 포함한 쟁의권을 법적으로 확보해 놓았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직원들의 고용안정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보호 받고 있으며 회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직원들의 의사에 반하는 이동 등의 조치를 할 계획이 없기 때문에 별도의 협약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며 "노조와 소통 창구를 열어놓고 성실한 자세로 대화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