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공기업들의 경영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다.
수개월째 수장 자리가 비어있는 공기업이 있는가 하면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아 현 사장이 임기 뒤에도 계속 근무하는 ‘식물 사장’도 잇따르고 있다.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에 대한 낙하산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내년 사업계획 등 경영전반에 파행도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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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
21일 업계에 따르면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은 임기가 16일로 만료됐지만 한전은 아직 후임 사장 공개모집에 나서지도 못하고 있다.
한전은 직원 수 2만여명, 자산 규모 200조 원의 우리나라 대표 공기업인데 사장 선임이 지체되면서 경영공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후임자가 정해질 때까지 일단은 조 사장이 임시로 사장을 계속 맡게 되지만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 등에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11월 사장추천위원회를 꾸려 공모절차에 들어가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업계에서 내년 총선 공천 명단이 확정될 때까지 본격적인 공모 작업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내년 2월 공천에 탈락한 여당 인사들이나 총선용 개각에서 옷을 벗은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올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한전의 에너지자회사들인 한국남부발전과 한국동서발전, 한국중부발전 등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중부발전은 6월 최평락 사장이 사표를 제출했는데 반년 가까이 수장 자리가 공석이다. 이 회사는 곧바로 인사추천위원회를 꾸리고 3명의 사장 후보를 8월 산업부에 제출했지만 “모두 부적격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 뒤 넉달 동안 후속 사장 선임 절차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감독 부처의 추가적인 지시가 없어 현재 사장 선임과 관련해 아무런 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우 사장이 9월 사퇴한 한국남부발전도 3개월째 사장이 비어 있다. 후임 사장이 선임되지 않아 임기가 끝난 사장이 계속 근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문규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8월16일 임기가 끝났다. 장주옥 한국동서발전 사장은 11월7일 임기가 만료됐다. 하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기관장은 후임자가 정해질 때까지 업무를 계속 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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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주옥 한국동서발전 사장. |
동서발전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특성상 정부에서 정부에서 지시가 있어야 하는데 지시가 없으니 일을 진행하기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 위주로 사장이 임명되지 않겠느냐”며 “공기업 사장 임기가 3년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이 박근혜 정부가 챙길 수 있는 마지막 인사”라고 말했다.
한국시설안전공단도 6개월째 이사장이 없이 직무대행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장기창 전 이사장이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최저점인 E등급을 받은 뒤 자진사퇴하면서 공백사태가 빚어졌다. 직무대행 체제의 법적 한계 탓에 공단의 신규 사업 추진은 사실상 ‘스톱’된 상태다.
일부 공기업은 최근 사장공모에 들어갔지만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사장 인선은 여당의 공천이 시작될 때까지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공기업의 한 직원은 “경영공백이 장기화할수록 계획 수립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며 “해외 자원개발, 부채감축 계획 등은 물론이고 연말연초 조직개편, 정기인사 등과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