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섭 한화에너지 대표이사가 미국 태양광시장에서 재무구조 개선의 길을 찾는다.
한화에너지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 사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에 핵심역할을 하는 에이치솔루션 가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 대표로서는 한화에너지의 재무구조를 탄탄하게 해야 한다.
13일 한화에너지에 따르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내년부터 미국 태양광시장을 중심으로 태양광발전소 매각을 위한 영업을 강화할 계획을 세워뒀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펴낸 태양광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글로벌 태양광 수요는 중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대형 태양광 수요가 살아나면서 올해 전망치보다 20% 증가한 150GW(기가와트)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한화에너지 관계자는 “한화에너지는 미국시장에서 태양광발전사업을 가장 많이 진행하고 있는 데다 미국 태양광시장 전망이 좋아 발전소를 인수하려는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에 태양광발전소 매각에 힘을 쏟아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한화에너지는 태양광사업의 다운스트림 영역인 발전소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 호주, 인도 등에서 태양광발전소 운영을 통해 수익을 내거나 태양광발전소 자체를 매각해 수익을 거둬 새 태양광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투자한다.
정인섭 대표가 태양광발전소 매각사업에 힘쓰는 것은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한화에너지는 3분기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193.6%로 좋지 않은 편이다. 또 자산 가운데 외부에서 빌린 돈을 나타내는 차입금의존도도 53%가량으로 절반쯤 남의 돈으로 운영하는 회사라고 볼 수 있다.
다만 1분기 연결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216.7%와 55%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3분기 재무구조가 1분기보다 개선됐지만 여전히 나이스신용평가의 등급 전망 상향조건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앞서 5월 한화에너지의 재무부담과 태양광발전소 매각 지연 가능성을 들며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되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이때 등급 전망 상향조건으로 부채비율 150% 미만, 차입금 의존도 50% 미만 등을 제시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당시 한화에너지의 재무상태를 반영해 한화에너지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인 에이치솔루션의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에이치솔루션은 김승현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김동관 사장이 지분 절반을 들고 있어 김 사장의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된다.
김 사장이 한화그룹 지주사 격인 한화에 관한 지배력을 높이는 것이 경영권 승계의 핵심인데 이와 관련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에이치솔루션이 한화와 합병하거나 김 사장이 에이치솔루션 배당금을 통해 한화 지분을 매입할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두 방법 모두 에이치솔루션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김 사장의 경영권 승계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에이치솔루션의 가치는 지분을 보유한 그룹 계열사 5곳의 가치와 직결된다. 이 계열사들 가운데 한화에너지 보유지분 장부가치가 전체에서 50%를 차지하고 있어 한화에너지의 영향이 가장 크다.
한화에너지는 위로는 에이치솔루션을 두고 있지만 아래로는 자회사 한화종합화학과 손자회사 한화토탈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한화종합화학 지분 39.1%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한화종합화학은 한화토탈 지분 50%를 들고 있다.
한화에너지의 재무상태는 2021년 4월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한화종합화학의 기업가치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정 대표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한화에너지의 재무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모회사의 불안한 재무구조 탓에 자회사의 투자가 적시에 이뤄지지 않을 수 있어 기업가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화종합화학의 가치는 한화토탈에서 한화종합화학과 한화에너지를 거쳐 에이치솔루션까지 연결되는 지배구조에 따라 김 사장의 에이치솔루션 지분가치와도 연결된다.
한화종합화학은 최근 화학업황 불황과 니콜라 사기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상장이 미뤄질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럴수록 모회사의 재무 안정성이 더욱 요구될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