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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정판으로 판매된 햄버거들 <좌>KFC의 더블다운 맥스 <우> 맥도날드의 메가맥 |
햄버거의 열량 표기는 의무다. 그런데 KFC뿐 아니라 패스트푸드업체들이 '한정판'이라는 꼼수로 이 의무를 교묘하게 피해가고 있다. 그러자 식약처에서 뒤늦게 한정판 메뉴에도 영양정보 표시를 의무화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어린이 기호식품 등의 영양성분과 고카페인 함유식품 표시기준 및 방법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다음달 14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22일 밝혔다. 이 규정에 따르면 올 하반기부터 기획마케팅 제품으로 판매되는 한정판 햄버거, 피자 등에도 열량, 당류, 나트륨 함량 등 영양정보 표시가 의무화된다.
이번 개정안에서 과자·캔디류, 빵·떡류, 음료류 등 조리판매되는 어린이 기호식품의 영양표시 대상 기준 중 하나인 연간 판매기간이 삭제됐다. 그동안 영양표시 대상은 연간 90일 이상 판매되는 식품으로 제한돼 연간 90일 미만으로 판매되는 한정판 제품은 영양표시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앞으로 짧은 기간 동안만 판매하는 식품에도 열량표시가 의무화된다.
KFC는 21일 ‘징거더블다운’ 메뉴를 판매종료했다. 징거더블다운 메뉴는 15일부터 21일까지 판매한 한정판이었다. KFC는 지난해 12월부터 2월까지 처음으로 징거더블 메뉴를 출시해서 한정적으로 판매한 적이 있다. 징거더블은 기존의 치킨버거의 틀을 깼다. 일반적인 버거에 사용되는 빵 대신 징거치킨 필렛을 사용했다.
KFC는 ‘징거더블다운’을 지난 3월 1일부터 11일 동안 판매했다. 또 징거더블 다운의 크기를 늘리고 더 맵게 만든 ‘징거더블맥스’를 지난해 10월 출시해 12월 말까지 판매했다. 판매기간을 90일 이내로 줄여 규정을 교묘하게 피해나갔다. KFC는 ‘오리지널 더블다운’을 기간한정으로 5월21일까지 판매했다. 이때도 KFC는 판매기간을 90일 이내로 한정했다.
문제는 이런 한정판 메뉴들이 모두 고열량이라는 점이다. KFC의 징거더블맥스의 열량은 742kcal이다. KFC의 일반 메뉴인 징거버거와 치킨불고기버거의 열량은 각각 378kcal, 312kcal인데 비해 거의 두배나 많다. 일반적으로 고열량 음식은 "맛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지나치게 열량이 높다면 소비자들은 외면할 수도 있다. KFC는 한정판이라는 꼼수를 통해 열량 공개를 피하면서 메뉴를 팔았던 것이다. 징거더블다운맥스는 출시 이후 10부터 1월 중순까지 100만개 이상 판매를 돌파해 판매기간에 KFC의 스테디셀러 상품인 ‘징거버거’의 판매량에 뒤지지 않았다.
KFC뿐 아니라 다른 패스트푸드회사들도 마찬가지다. 맥도날드는 대표 메뉴인 빅맥의 패밀리 라인인 메가맥을 한정제품으로 내놓았고 버거킹 역시 한정판으로 ‘콰트로 치즈버거’를 판매했다.
맥도날드의 메가맥 세트의 열량은 1254kcal으로 다른 일반메뉴들에 비해 열량이 높다. 맥도날드의 불고기버거세트는 753~921kcal이고, 열량이 높다고 알려진 빅맥도 1030kcal이다. 버거킹의 불고기 버거콰트로 치즈버거의 열량은 1200kcal정도로 619kcal인 버거킹의 와퍼의 2배다.
패스트푸드업체들은 고열량 버거들이 소비자들의 입맛을 더 끌어당긴다는 점 때문에 이런 고열량 메뉴를 출시하면서 열량 공개를 피하기 위해 한정판으로 포장한 것이다. 맥노날드의 경우 한정판 제품의 영양성분을 표시하고 있었지만 고객이 잘 볼 수 없는 곳에 영양성분을 표시해 놓았다.
김자혜 소비자시민모임 회장은 “한정판 제품이든 상시판매 제품이든 같은 고칼로리 햄버거인 만큼 일관성있게 법규가 적용돼야 한다”며 “또 현재 제공되고 있는 주요제품 영양성분 표시판도 소비자가 확실히 인지할 수 있도록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연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도 “고열량 저영양 식품인 햄버거는 특히 주 구매층이 청소년 등 젊은층이기 때문에 이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온전하게 제품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업체들이 관련법의 허점을 이용해 꼼수를 부리는 점에 대해서 소비자 단체가 지속적으로 감시해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