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25일 오후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의왕 사업장에서 신동빈 회장을 비공개로 만나 미래차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신 회장과 자동차 신소재분야에서 협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의왕 사업장은 과거 롯데첨단소재 본사가 있던 곳으로 롯데케미칼은 이곳에서 자동차 내외장재로 쓰이는 고부가합성수지(ABS)를 비롯한 고기능 소재의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미래차는 주행거리 확보를 위한 경량화 가 필수요소로 평가돼 내외장재에 쓰이는 소재도 차량 경쟁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신 회장도 최근 들어 롯데그룹 화학BU 계열사들이 미래 먹거리로 삼은 자동차 신소재사업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신 회장은 2016년 삼성그룹에서 참단소재사업을 인수한 뒤 올해 8월 처음 의왕 사업장을 찾아 “자동차, 전자기기, 통신, 의료기기 등 화학소재를 사용하는 제품들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첨단제품에 롯데의 첨단소재가 탑재돼 새로운 가치를 만들도록 소재 설계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10월 중순 일본에서 귀국한 뒤에도 첫 공식행보로 18일 울산 석유화학공업단지 내 롯데정밀화학 공장을 찾고 고부가소재인 메셀로스를 사용해 만든 배기가스 정화용 자동차 세라믹필터 등을 살펴봤다.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롯데그룹 화학계열사가 2차전지소재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만큼 전기차 배터리부문에서 정 회장과 신 회장이 의견을 주고받을 가능성도 있다.
롯데케미칼은 특히 배터리 분리막사업을 확대하고 있는데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분리막은 최근 화재사고로 글로벌 리콜을 진행한 현대차 전기차 코나EV의 결함 원인으로 지목될 정도로 미래차 안전에 중요하다.
정 회장이 미래차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협력범위를 5대그룹까지 넓히면서 광폭행보를 어디까지 이어나갈지도 재계의 관심사다.
정 회장은 올해 들어 삼성그룹, SK그룹, LG그룹 등 4대그룹 총수를 잇달아 만났는데 이들은 전기차배터리를 직접 생산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미래차는 미래 첨단기술이 모두 집약돼 발현되는 플랫폼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 회장이 협력범위를 10대기업까지 넓혀도 협력할 분야는 많다.
재계 6위 포스코그룹과 7위 한화그룹은 각각 2차 전지소재사업과 수소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철강부문에서 포스코를 주요 협력업체로 두고 있고 도심항공 모빌리티(UAM)에서는 한화그룹 등과 함께 ‘팀 코리아’를 꾸려 함께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재계 8위인 GS그룹과도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충전소사업 등에서 이미 협력하고 있다.
정 회장이 5대그룹에 이어 지속해서 재계 총수들과 만남을 이어간다면 그린뉴딜시대 선봉장 이미지와 함께 젊고 진취적 이미지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와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각각 "정의선 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만남과 관련해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