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효 기자 kjihyo@businesspost.co.kr2020-11-22 17: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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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가 숙박쿠폰을 통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숙박업계에 도움을 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정작 숙박업계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이라며 더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
22일 국내 숙박업계에 따르면 한국관광공사가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숙박쿠폰 지급을 두고 도움이 되지 않는 방안이라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다.
관광공사는 11월4일부터 국민들을 대상으로 24개 온라인여행사를 통해 국내 숙박을 예약하면 3만 원이나 4만 원을 할인받을 수 있는 쿠폰을 지급하고 있다.
이는 8월20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며 중단했던 사업을 다시 재개한 것으로 국내관광 수요를 창출해 침체한 관광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코로나19로 침체한 국내 숙박업계를 돕기 위해 마련한 이 정책을 두고 정작 숙박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숙박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예약을 해야만 할인받을 수 있는 정책 때문에 숙박앱의 의존도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가 이러한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쿠폰을 뿌리는 데 급급했다는 것이다.
숙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숙박업계를 위한 정책이라고 하지만 정작 숙박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사업자들의 의견은 담겨있지 않다”며 “숙박예약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예약해야만 할인을 받을 수 있어 숙박앱들의 독점적 지위가 강화돼 앞으로 광고비 지출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숙박앱이 알려지면서 가뜩이나 광고비, 수익금에서 수수료 10% 등을 내야 하는데 이번 숙박쿠폰 지원을 통해 숙박앱에 더 힘을 실어주게 된 것”이라며 “이번 쿠폰행사를 통해서도 이득이 남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4일 국회에서 열린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설명회'에서 “숙박 할인쿠폰사업은 일부 해결책이 될 수 있겠지만 온라인회사에서 수수료를 많이 떼가는 문제가 있다"며 "영세한 숙박업체 가운데 온라인에 등록되지 않은 업체는 전혀 지원을 못받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러한 지적에 “온라인에 등록되지 못한 숙박업체를 두고는 대책이 미흡한 것을 인정한다"며 "여러가지 부분을 고려해서 개선하고 진행하겠다”고 대답했다.
코로나19가 계속해서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맞지 않는 정책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8월25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숙박쿠폰 지급이 코로나19 방역상황과 엇박자로 가고 있다"며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체가 돼 국민을 방심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라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숙박쿠폰 등의 지원사업이 엇박자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 숙박쿠폰 지원사업을 중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최근 연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관광공사의 숙박쿠폰 지원사업도 다시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기 전까지는 코로나19와 함께 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지속가능한 여행 및 숙박업계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여행쿠폰을 통해 여행사에 직접적으로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처럼 숙박업체에서 결제를 하면 할인형식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국여행업협회(KATA)가 진행하고 있는 여행상품 할인쿠폰은 정부로부터 선정받은 여행상품을 대상으로 소비자들에게 할인쿠폰을 지급하는데 할인된 금액만큼 여행사들은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여행 및 숙박 수요를 끌어와 당장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안도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대만 항공사와 손잡고 제주 상공을 여행하는 항공편 체험상품을 내놨다.
이 상품에는 코로나19 극복 이후 한국과 대만의 관광교류가 재개되는 시점부터 1년 안에 사용할 수 있는 왕복항공권이 포함돼있으며 한화로 약 8만 원가량을 추가하면 호텔 1박 숙박권도 구매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방역이 가장 먼저이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넘어가면 숙박쿠폰 지원사업을 다시 검토하게 될 것”이라며 “코로나19 확산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