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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경영권 방어용인가 의문에 대답해야

조장우 기자 jjw@businesspost.co.kr 2020-11-19 15: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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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산업은행과 투자합의서를 체결하며 첫 단추를 끼웠다.

조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무리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하지 않아 보인다.

◆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에 산업은행이 8천억 원을 투입하는 이유 설명해야
 
19일 항공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순조롭게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주체인 대한항공이 아니라 한진칼에 8천억 원을 투입한 이유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시선이 자리잡고 있다.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8651'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조원태</a>,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경영권 방어용인가 의문에 대답해야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

조 회장은 한진칼 우호지분으로 41.78%를 쥐고 있는 반면 경영권 분쟁의 상대방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사모펀드 KCGI 및 반도그룹 주주연합(3자 연합)은 45.23%를 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나선 것은 경영권 분쟁에 개입한다는 인상을 줄 수 밖에 없다.

산업은행은 제3자 배정으로 한진칼 지분 5천억 원을 인수하고 영구채 3천억 원을 사들인다.

한진칼은 이 돈으로 모두 2조5천억 원 규모의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최대주주로서 약 7317억 원을 투입한다. 2020년 9월 기준 한진칼의 대한항공 보유지분은 29.27%다. 

대한항공은 이 유상증자 자금으로 1조8천억 원을 들여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3자 연합의 일원인 사모펀드 KCGI는 산업은행에 한진칼 신주를 배정하는 것을 두고 주주들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18일 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KCGI는 보도자료에서 “한진칼의 주요 주주들이 한진칼 유상증자에 자발적으로 참여의사를 밝혔는데도 산업은행이 국민세금을 한진칼에 투입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도우려는 조치로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KCGI는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와 관련해 아무런 실사조차 실시하지 않고 신주발행을 강행하는 것은 졸속으로 사안을 처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회장으로서는 KCGI가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만큼 이런 주장을 반박하고 재판부와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조 회장은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을 항공 전문성이 있는 기업에게 맡겨 경영 정상화를 빠르게 이뤄내야 하는 긴급함이 있었다는 점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KCGI가 올해 초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직접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진칼에서 자회사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데 반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라는 점도 조 회장은 지적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은 여기에 KCGI를 비롯한 한진칼 기존 주주가 8천억 원에 이르는 자금을 빠르게 투입할 여력이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는 점도 들 수 있다.

KCGI는 그동안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주식을 추가로 늘려왔다. KCGI의 주식담보대출은 금리가 연 5%대로 만만치 않은 이자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 회장은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에 직접 자금을 투입하게 되면 한진칼의 대한항공 지분이 희석돼 법적 기준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보유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상태가 되면 한진칼이 대한항공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데 그러면 지주회사체제 붕괴되기 때문에 산업은행은 채권자로서 건전한 경영감시를 위해 한진칼에 자금을 투입했다는 것이다.

◆ 인력 구조조정 없다는 확신을 직원들에게 심어 줘야

조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과정에서 경영비전을 확실하게 내놓음으로써 인력 구조조정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에게 보여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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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인천국제공항에 서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노선중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력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20년 3분기 기준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 수는 각각 1만8922명과 9042명으로 모두 2만7964명에 이른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운영하는 115개 노선 가운데 48개 노선이 중복된다. 아시아나항공만 운항하는 노선을 꼽으면 14개에 그친다.

코로나19에 따라 국제선 수요 회복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신규노선 확보도 당분간 어려울 수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항공여객 수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2024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조 회장은 사업 확장과 효율화를 통해 인력활용의 기회를 찾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 회장은 18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제32차 한미 재계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 중복 인력이 많은 것은 맞다”면서도 “앞으로 확장성을 고려할 때 노선과 사업을 확대하면 충분히 인력 구조조정 없이 꾸려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이나 진에어뿐만 아니라 물류회사인 한진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그룹 차원의 사업역량을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코로나19에 따라 성장에 속도가 붙고 있는 물류부문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내놓는다면 인력 구조조정을 향한 직원들의 걱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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