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1위 유진기업이 경영권 승계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유경선 회장의 장남인 유석훈 부장이 유 회장의 등기이사 자리를 물려받아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30대의 유 부장이 앞으로 유진기업에 어떤 색깔을 입힐지 주목된다.
◆ 3세 유석훈으로 경영권 승계 과도기
유경선 회장은 올해 1월 등기이사와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유 회장은 퇴직금으로 152억3400만 원을 받았다.
유 회장은 1955년생으로 재계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등과 동갑이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과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도 1955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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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
유 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기에 다소 이른 시점이라는 뜻이다.
유진기업은 “유 회장이 사업의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것”이라며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역할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기로 한 것은 3세 경영에 힘을 싣기 위한 조처라는 분석이 나왔다.
유 회장이 물러난 뒤 지난 3월 열린 유진기업 주주총회에서 유석훈 부장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사내이사에 올랐기 때문이다. 유 부장은 유 회장의 장남이자 유진기업 창업주 유재필 명예회장의 손자다.
유 부장은 1982년생으로 청운중학교와 경복고등학교를 나왔다. 현대중공업 후계자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와 중학교 동창이다.
유 부장은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유진자산운용과 AT커니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지난해 유진기업 부장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그는 유진기업 지분 2.86%를 보유하고 있다.
유 부장은 현재 유진기업 경영지원실 총괄부장을 맡고 있다.
◆ 유석훈, 유진기업 신사업 도전 이끄나
유석훈 부장이 등장하면서 유진기업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유진기업은 지난달 서울 여의도 신사옥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본사 건물은 1981년 준공돼 중소기업진흥공단 본사로 사용되던 곳인데 유진기업의 부동산 계열사 천안기업이 지난 5월 매입했다. 천안기업 지분은 유경선 회장이 35%, 유석훈 부장이 8%를 보유하고 있다.
유진기업은 건물을 사들인 뒤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했다. 유진기업은 지하 3층~지상 15층 가운데 11개 층을 사용하고 있다. 유진기업 소재부문 본사, 유진투자증권, 유진자산운용, 유진투자선물, 유진프라이빗에쿼티, 유진AMC 등이 입주했다. 유 부장이 근무하는 경영지원실도 이곳에 있다.
유진기업은 나눔로또와 EM미디어 등 나머지 계열사도 대부분 여의도 본사 인근으로 이전해 명실상부한 여의도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한 곳에 모이면 계열사간 의사소통이 활발해져 업무효율을 높이고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유진기업은 신사업 진출도 타진하고 있다. 특히 유통업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유진기업은 2008년 하이마트를 인수해 유통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유경선 회장이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과 이면계약을 한 혐의를 받아 불구속 기소되는 등 곤욕을 치렀다.
유 회장은 올해 초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유 회장과 선 전 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하이마트는 롯데그룹으로 매각됐다.
유진기업의 유통업 도전 그 자체는 성공적이었다. 하이마트를 인수한 뒤 3년 만에 매출을 두 배 가량 늘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유진기업은 하이마트 매각으로 약 2천억 원의 차익을 거뒀고 부채비율을 2008년 270.0%에서 112% 수준까지 낮출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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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
유진기업은 최근 유통업 재도전에 나서고 있다.
유진기업은 올해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입찰에 뛰어들었다.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유진기업이 앞으로 계속 유통업에 도전할 것으로 내다본다.
유진기업은 최근 건자재 유통사업을 강화하며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건자재 유통의 매출은 지난해 389억 원에서 올해 500억 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채상욱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터 유진기업의 건자재유통업 매출이 최소 600억 원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 유진기업, 나눔로또 판매처 증가 반색
유진기업이 2007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나눔로또사업도 확대가 기대된다.
나눔로또는 3일 로또 판매인 650명을 추가로 선정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내년 1월1일부터 로또 판매자를 늘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로또 판매인 650명 선정에 8만2247명이 지원해 12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정부는 내년 650곳을 시작으로 2017년까지 2천 곳 이상의 로또 판매점을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나눔로또의 최대주주인 유진기업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나눔로또의 수익은 많지 않지만 꾸준히 나는 점이 강점이다. 유진기업은 지난해 나눔로또로부터 6억2천만 원의 지분법이익을 올렸고 올해 상반기에도 3억9천만 원의 지분법이익을 거뒀다.
올해 로또 판매량은 3조2천억 원 규모로 지난해보다 5% 이상 늘어나 사상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로또 판매점이 늘어나면 매출은 더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진기업은 올해 6월 나눔로또 지분 2%를 추가로 취득했다. 이에 따라 유진기업 지분은 49.55%에서 51.55%로 증가해 과반을 넘겼다.
유진기업은 나눔로또 운영 노하우를 살려 지난해 스포츠토토 사업권 입찰에도 도전했다. 그러나 배임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유경선 회장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 일며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