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읍소 전략이 결국 먹혀 들까. 이 회장은 지난해 7월 검찰에 구속된 이후 박근혜 정부에 읍소를 거듭해왔다. 이같은 전략이 선고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검찰은 14일 이 회장에 대해 배임, 횡령과 조세포탈 혐의로 징역 6년에 벌금 1100억원을 구형했다. 재벌 총수에 대한 전례가 없지 않지만 중형임에 분명하다. 이 회장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은 오는 2월 14일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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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현 CJ그룹 회장 |
검찰 구형이 재판부에서 고스란히 받아들여질 경우 올해 쉰넷인 이 회장은 환갑을 영어의 몸으로 치러야할 처지다. 재판부의 선고 형량이 검찰의 구형량에 못미치더라도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불편한 몸으로 뼈아픈 교도소 생활을 감내해야 한다.
◆ 읍소에 읍소를 거듭했건만...
이 회장과 검찰의 악연은 이번이 세 번째다. 1997년 김영삼 전대통령 차남 현철씨의 뇌물 수수에 대한 수사 당시 참고인으로 검찰에 처음 출석한 게 처음이었다. 두 번째는 비교적 운이 좋았다. 2009년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노무현 전대통령이 서거하며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세 번째 악연을 맞닥뜨린 이 회장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래 바짝 엎드린 채 몸을 세울 줄 몰랐다. 이전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CJ그룹 소유의 CJ E&M 등 케이블방송은 ‘CJ가 대한민국의 창조 경제를 응원합니다’라는 문구의 광고를 쉴 새 없이 내보냈고 지금도 내보내고 있다. ‘창조 경제’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 철학으로 꼽힌다.
또다른 계열사인 CJ 소유의 케이블방송인 tvN 채널은 ‘SNL 코리아’의 시사 풍자 코미디 ‘글로벌 텔레토비’를 아예 없앴다. 나아가 ‘SNL 코리아’의 편성마저 없애는 초강수를 감행했다. ‘글로벌 텔레토비’는 다름 아니라 18대 대통령선거를 전후해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적인 풍자 대상으로 삼았다.
자체 방송의 검열과 ‘읍소’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중앙일간지 몇몇은 한동안 CJ그룹이 제공한 ‘CJ가 대한민국의 창조 경제를 응원합니다’라는 전면 광고 덕분에 한동안 광고 걱정이 없을 정도였다. 박근혜 정부를 향해 선처를 호소했던 CJ그룹의 이같은 조치들은 하나같이 모두 허사로 돌아갔다.
◆ 이재현의 ‘CJ 홀로서기’ 결실, 1심 결과에 반영되나
이 회장에 대한 1심 선고 결과는 2월중으로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예감은 좋지 않다. 검찰은 이 회장과 비슷한 혐의로 재판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해 1심에서 징역 4년, 2심에서 징역 6년을 구형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경우 검찰의 구형량이 징역 9년에 달했다. 구형량에 모자라지만 거의 대동소이하게 판결이 난 탓에 재판은 이어지고 있다.
이 회장은 재계에서 흔히
‘은둔의 경영자
’ ‘폐쇄 경영자
’로 불린다
. 대외 활동이 그만큼 많지 않기 때문이다
. 재벌 총수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그의 사진은 언론매체에서도 흔치 않다
. 검찰 출두 모습이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다
.
이 회장은 경복고와 고려대를 졸업해 씨티은행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삼성가 장손의 몸이지만 삼성 그룹과 무관한 곳에 입사한 것이다. 하지만 경영 수업을 시키려는 할아버지 이병철 회장의 뜻에 따라 1985년 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제당에 들어갔다. 1992년에는 잠깐이나마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이사로 재직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1993년 제일제당의 계열 분리 결정과 함께 어머니로부터 제일제당 주식을 증여받아 최대 주주가 됐다. 삼성그룹에서 분리해 홀로서기에 나선 것이다. 이 회장은 이후 식품 사업만 하던 제일제당에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한다.
엔터테인먼트와 유통, 물류 등 사업 분야를 대폭 확장하면서 CJ 그룹을 재계 13위(2013년말 대한상공회의소 기준)로 키워냈다. 특히 검찰 구속, 샤르코마리투스라는 유전 질환에 따른 신장 이식 수술로 구속집행정지 처분이 이어진 2013년 한해 동안만 재계 서열이 19위에서 13위로 뛰어오르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다. CJ 그룹의 자산도 지난 10년 동안 4조9350억원에서 24조1430억원으로 5배에 육박하는 덩치로 커졌다.
이 회장은 오는 2월로 예정된 1심 선고 결과에 따라 오랫동안 구치소에서 시련의 세월을 보내야할 지도 모른다. 앞서 김승연 한화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의 사례에 비춰 사면 복권에 대해 엄두를 낼 처지가 못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