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르노삼성차 노조의 파업 여부와 11월 초에 예정된 노조 집행부 선거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다.
시뇨라 사장은 부산 공장에서 생산한 XM3를 내년에 유럽에 판매할 계획을 세워뒀는데 파업이 결정되면 공급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애를 태울 것으로 보인다.
19일 르노삼성차 노조에 따르면 이번주에 임시 대의원 총회를 열어 파업과 관련한 조합원 찬반투표 여부를 결정한다.
주재정 르노삼성차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번 총회에서 현재 노조 집행부가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할지 아니면 다음 노조 집행부에 넘길 지를 논의한다"며 “파업과 관련한 일반 조합원들의 의견도 다시 한 번 취합할 것이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가 16일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파업 등 합법적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됐다. 르노삼성차 노조 조합원의 과반수 이상이 찬성하면 파업을 진행할 수 있다.
르노삼성차는 현재 노조와 임금 및 단체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인 만큼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르노삼성차 노조는 11월 초에 노조 집행부 선거를 진행하는데 파업 결정 여부를 다음 집행부가 결정하게 된다면 시뇨라 사장이 준비하고 있는 내년 XM3 수출 계획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르노그룹은 9월23일 부산 공장에서 만든 XM3(뉴 아르키나)를 내년 프랑스·영국·독일·스페인·이탈리아에 판매하고 일본과 호주, 칠레로도 수출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XM3는 유럽에서 선호하는 쿠페형 디자인을 적용한 SUV인 데다 하이브리드 엔진 등의 친환경 차를 앞세우고 있어 경쟁력은 충분하는 평가를 받는다.
시뇨라 사장은 9월 XM3 수출이 확정됐을 때 "르노그룹의 결정은 XM3가 르노삼성자동차의 차세대 수출 주력모델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첫걸음에 해당한다"며 기대를 내비쳤다.
하지만 노조가 파업을 결정해 내년에 XM3 유럽물량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된다면 에써 생산을 결정한 부산 공장 물량이 유럽의 다른 생산공장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실제 르노삼성차가 글로벌 프로젝트로 연구개발해 XM3를 출시했지만 수출물량 배정을 두고 르노의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과 경합해왔다.
르노그룹 본사에서 부산 공장이 경직된 노사문제로 물량 배정을 꺼렸다는 말이 국내 자동차업계에서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르노그룹 본사는 2019년에도 부산 공장의 부분파업과 관련해 생산물량 배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드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부회장은 2019년 부산 공장을 방문해 “부산 공장의 생산비용은 이미 르노그룹 공장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라며 “여기서 더 높아진다면 미래 신규 차종 물량 배정 등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유럽에서 판매될 XM3(아르키나) 물량은 부산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돼 있다"며 “다만 유럽시장에 XM3를 어느 정도 공급하게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