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김봉현 옥중서신’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의 명분으로 삼아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도 강도 높게 반발하며 '특별검사' 수사라는 카드를 내놓고 있는 만큼 두 당이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대표는 19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라임 사태의 핵심인물이 옥중서신을 통해 검찰이 검사 비위와 야당 정치인 로비 의혹을 알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며 “이제라도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하고 이와 병행해 우리는 공수처 설치와 가동을 서두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에게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서신은 공수처법 개정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명분을 강하게 주고 있다. 검사의 비위와 여권을 향한 검사들의 공작수사 의혹이 옥중서신의 주요 내용이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의 옥중서신의 내용을 놓고 여러 가지 폭로도 이어지고 있다.
옥중서신의 원본을 봤다고 주장하는 박훈 변호사는 19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된 옥중서신에서 이름이 지워진 부분이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김장겸 전 MBC사장,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 등이라고 주장했다.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공천을 받으려 했던 김장겸 전 사장은 야권으로 분류되는 인물이고 윤대진 부원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이다.
라임과 옵티머스펀드사건과 관련해 의혹의 대상이 정치권과 검찰 내부까지 번지면서 민주당에서는 이러한 모든 것이 공수처의 수사대상이라고 주장하는데 힘이 실리고 있다.
공수처를 출범하자는 취지가 검사 등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검찰과도 독립된 기관에서 수사하도록 해 검찰의 정치 권력화를 막자는 것이기 때문인다.
민주당은 19일 최인호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공수처가 설치돼 있었다면 김 전 회장이 주장한 검찰의 공작수사 의혹에 근거가 있다고 판단됐을 때 공수처가 즉시 수사에 나섰을 것”이라며 “한마디로 공수처가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김 전 회장의 옥중서신이 공개된 이후에도 '특별검사' 도입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라임과 옵티머스펀드 사태를 가장 객관적이고 말끔하게 처리하기 위해 특검 실시를 공식 제안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국민의힘의 특검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특검 역시 취지가 고위공직자 등 비리를 기존 검찰과 독립된 수사주체에게 맡기자는 것인 만큼 공수처와 취지가 겹친다.
게다가 특검은 임시조직으로 별도의 법률안 처리가 필요하다. 이 대표로서는 국민의힘의 특검 요구를 공수처 출범을 지연시키기 위한 주장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
옵티머스자산운용펀드에 투자했다 환매한 것으로 알려진 김경협 민주당 의원도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얼마든지 특검을 하자”면서도 “단 특검이 공수처 출범을 지연시키는 도구로 악용돼서는 안 되기 때문에 공수처 추천위원 야당 후보를 추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 대표로서는 국민의힘에 후보 추천을 강하게 압박하기 위해 국민의힘에서 추천이 없어도 공수처 출범이 가능한 내용이 담긴 공수처법 개정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카드를 내보이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8일 MBN방송에 출연해 특검 도입과 관련해 “장외투쟁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민주당과 협의할 것이 없다는 발언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부담이 있는 만큼 10월 들어와 조속한 공수처 출범이 필요하고 야당과 충분히 대화했다는 명분을 꾸준히 쌓아 왔다.
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19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특검 도입은) 현재까지로는 전혀 논의된 바가 없다”며 “26일이 지나면 우리 당 입장에선 더는 여지가 없을 것 같고 제가 1소위 위원장인데 바로 법안소위를 열어 공수처법 개정안을 심사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