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원 빙그레 대표이사가 미국 빙과시장을 공략한다.
빙그레가 그동안 개척한 판매망에 인수를 끝낸 해태아이스크림도 얹는다.
8일 빙그레에 따르면 전 대표는 해외에서 빙그레가 개척한 판로를 활용해 해태아이스크림의 해외공략을 확대하면서 첫 시작으로 미국을 꼽고 있다.
빙과업계에서는 다수의 스테디셀러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해태아이스크림이 빙그레의 현지 영업망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상당한 시너지가 날 것으로 본다.
빙그레는 2016년 미국 법인(BC F&B USA Corp.)을 설립했는데 이 미국 법인이 대미수출과 현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등을 총괄하고 있다.
미국 법인은 현지 주요 유통채널인 코스트코를 통해 안정적 판매망을 구축하고 미국 소비자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미국은 빙그레에게 가장 중요한 해외시장으로 꼽힌다. 빙그레는 2020년 상반기 해외매출의 50.8%(203억 원)를 미국에서 냈다.
반면 해태아이스크림은 아직까지 회사 차원의 해외시장 공략은 하지 않고 있다.
현재 미국 빙과시장이 코로나19 영향으로 호황을 맞은 점을 고려할 때 올해는 빙그레가 해외공략을 확대하는데 해태아이스크림을 얹을 수 있는 적기라고 할 수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미국 빙과시장은 재택근무 증가 등으로 빙과류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올해 역대 최대 수출실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빙과업계에서는 해태아이스크림의 스테디셀러 제품들이 빙그레 유통망을 타고 미국 빙과시장을 공략하는 데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빙그레는 수출의 절반 이상이 한 제품이라는 불안한 구조를 안고 있다. 빙그레의 2019년 아이스크림 수출액 54%를 '메로나'가 차지하고 있다.
빙그레는 붕어싸만코, 더위사냥, 비비빅, 빵또아, 뽕따 등 제품도 해외에 수출하고 있으나 메로나만큼 존재감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경쟁사인 롯데제과가 다양한 수출제품을 갖추고 해외시장을 공략해나가는 것과 비교된다. 특히 아이스크림 수출이 호황을 맞은 올해 둘의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롯데제과는 중국에서 설레임을, 러시아에 더블비얀코와 스크류바 죠스바를,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월드콘과 수박바 등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한국의 해외 아이스크림 수출액은 모두 412억 원으로 2019년 상반기 수출액 383억 원보다 7.38%가 늘었다.
롯데제과는 올해 상반기 아이스크림 수출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40%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빙그레의 아이스크림 수출은 10% 증가에 그쳤다.
해태아이스크림은 빙그레의 약점으로 지목되는 콘아이스크림 분야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어 빙그레 제품의 잠식효과보다는 시너지를 일으킬 여지가 더 많다.
해태아이스크림은 부라보콘과 누가바, 바밤바, 쌍쌍바 등의 스테디셀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부라보콘은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메로나와 매출순위 5~6위권을 다투는 제품이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부라보콘은 2019년 국내에서만 매출 450억 원을 냈다.
해태아이스크림은 올해 초부터 합병을 앞두고 해외진출과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미뤄왔는데 9월29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최종승인이 떨어졌고 10월5일 해태아이스크림의 신임 대표까지 정해지면서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이 해외시장 공략과 관련해 손발을 맞출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빙그레는 5일 해태아이스크림의 신임 대표로 박창훈 경영기획담당 전무를 선임했다.
빙그레는 3월 해태제과식품으로부터 해태아이스크림 지분을 100% 인수해 해태아이스크림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의 브랜드 가치를 고려해 두 회사가 별개의 법인과 제조사이름을 유지하면서 경영도 독자적으로 하기로 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해태아이스크림 인수가 이제 막 마무리된 터라 벌써부터 향후 전략을 논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두 회사의 협력방안은 논의단계에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 대표가 해외진출에 힘을 쏟는 이유는 줄어들고 있는 국내 빙과시장을 벗어나 해외에서 성장의 기회를 찾기 위해서다.
국내에서는 저출산 경향이 확대되고 건강과 미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빙과시장 규모가 해마다 줄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국내 빙과시장 규모는 2015년 2조 원 선이 붕괴된 이후 2018년 1조7243억 원, 2019년 1조6316억 원으로 점점 축소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