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까지 공모주 청약이 예정된(코넥스, 스팩상장 제외) 14개 기업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이 대표주관을 맡은 회사는 4개다. 모든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수다.
4개 회사는 17일과 18일 공모청약을 앞둔 바이브컴퍼니를 비롯해 일정 순서대로 센코(21~22일), 파나시아(22~23일), 빅히트엔터테인먼트(10월5일~6일) 등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상반기 상장 대표주관이 2건에 그치며 기업공개시장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는데 하반기 연이은 상장주관으로 부진을 만회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10일 상장하는 카카오게임즈를 포함해 올해 7개 기업의 상장 대표주관사를 맡아 미래에셋대우(9건), NH투자증권(8건)을 뒤쫓고 있다.
특히 카카오게임즈는 1일과 2일 진행된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58조5543억 원의 증거금을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게임즈 상장주관을 통해 수수료, 증거금 이자수익, 청약수수료 등으로 60억 원대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흥행에 힘입어 개인투자자를 대거 유치하는 효과도 얻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 청약에 참여한 고객 중 8월에 유입된 신규 고객이 27.2%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증거금 약 32조 원 가운데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다.
한국투자증권은 공동주관사로 참여한 SK바이오팜을 비롯해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상장대표주관을 맡으며 올해 굵직한 기업공개에 연달아 참여하게 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시에 남은 58조 원대의 자금 가운데 많은 자금이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청약자금으로 재유입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상장을 통해 7487억 원~9626억 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공모가가 확정되는 28일 정확한 공모금액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게임즈 공모금액 3840억 원보다 규모가 최소 2배가량에 이를 수 있다.
이 밖에 상장 청구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티앤엘, 아데나소프트웨어, 모비릭스, 프리시젼바이오, 블루포인트 파트너스 등의 상장 대표주관도 한국투자증권이 맡고 있다.
심사결과에 따라 이 가운데 일부 회사들도 이르면 올해 안으로 증시에 입성할 가능성이 나온다.
이처럼 한국투자증권이 올해 대어급 기업공개를 포함해 하반기 여러 기업의 상장주관을 맡은 배경에는 정일문 대표이사 사장의 영업력이 작용했다는 시선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특히 기업과 장기적 관계를 맺는 데 무게를 두며 기업공개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특히 정 대표는 2004년 동원증권 시절 비상장 중소기업 대표이사 친목모임인 '진우회'를 만들어 잠재적 고객과 인적 네트워크를 다지는데 힘써왔다.
'진우(眞友)'는 현재까지 한국투자증권이 내세우고 있는 표어 'True Friend(참된 친구)'의 한자어다.
진우회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최고경영자들 사이에 상장준비를 위한 등용문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재까지 80여 개의 기업들이 진우회를 통해 상장에 성공했다.
2004년 20개 회원사로 시작한 진우회는 회원사 400여 명을 둔 국내 최대 규모의 네트워크를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공모주 열풍이 불면서 한국투자증권이 2대 주주로 올라있는 카카오뱅크 상장 기대감도 높아져 한국투자증권의 지분평가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한국투자금융지주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카카오뱅크 지분을 각각 4.93%, 28.6% 보유하고 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한국투자증권이 100% 지분을 지닌 자회사다.
한국투자금융지주 주가는 카카오뱅크 상장 기대감에 7일 장 중반 8만8400원을 보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다만 지분관계 때문에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 상장에 주관사로는 참여할 수 없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하반기부터 기업공개를 본격적으로 준비해 내년에 상장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