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미국 1위 통신사 버라이즌과 7조9천억 원 규모의 5G통신장비 등 네트워크 솔루션 공급계약을 맺으면서 전 사장은 국내 통신장비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수출계약 성과를 냈다.
이번 계약기간은 2020년 6월30일부터 2025년 12월31일까지 5년 반이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평균 1조4천억 원 수준이다.
2019년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매출은 5조 원에 조금 못 미친다. 연간 매출의 30% 가까운 규모의 단일계약을 따낸 셈이다.
향후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의 성장은 물론 5G통신장비시장 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2020년 5G통신장비시장 점유율 20%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1분기 삼성전자의 5G통신장비시장 점유율은 13.2%로 화웨이(35.7%), 에릭슨(24.6%), 노키아(15.8%) 등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이번 계약을 발판으로 북미 등 시장에서 5G통신장비 공급을 늘려나간다면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글로벌 통신장비업계 1위인 화웨이는 미국 제재로 세계 곳곳에서 5G통신장비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전 사장은 올해 초 미국에서 통신망기업 텔레월드솔루션즈를 인수하면서 북미 등 글로벌시장 공략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어 미국, 뉴질랜드, 캐나다 등에서 잇따라 장비 공급계약을 따냈다. 이번 버라이즌과 초대형 계약으로 5G통신장비사업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에서 3.5㎓ 주파수 경매가 이뤄지면서 5G통신서비스가 미국 모든 지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까지 북미 5G통신 투자규모는 360조 원으로 추산되고 있어 삼성전자의 5G통신장비 매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삼성전자는 버라이즌을 포함해 AT&T, 스프린트 등 3곳과 통신장비 계약을 맺었다.
미국은 화웨이가 원천적으로 배제되면서 삼성전자가 5G통신장비사업을 벌이기 가장 좋은 곳이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전자는 경쟁자인 노키아에도 한 발 앞서게 돼 향후 사업전망을 더욱 밝혔다.
이에 앞서 라이언 쿤츠 로젠블랫 연구원은 버라이즌이 5G통신장비 공급사를 노키아에서 삼성전자로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예상 계약기간은 5~7년, 계약규모는 연 10억 달러 수준으로 이번 계약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노키아는 미국 정부 차원에서 화웨이를 견제하기 위해 대안으로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 곳이다. 올해 들어 미국계 사모펀드가 노키아를 적대적 인수합병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고 시스코, MS 등 미국 기업의 인수가능성이 떠오르기도 했다. 자칫 유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는 곳을 삼성전자가 따돌릴 수 있게 돼 이번 계약의 의미가 더해진다.
미국 외에도 세계 여러 지역은 화웨이 배제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전 사장의 글로벌시장 공략에 순풍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강하게 화웨이 반대 의지를 나타내는 곳은 인도다. 중국과 국경 분쟁을 벌이면서 인도에서 반중국 정서가 깊어졌다. 중국의 반발을 우려해 공식화하지는 않았으나 이미 정부 차원에서 5G통신사업에 화웨이 등 중국기업을 제외하라는 지시가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전자는 인도 1위 이동통신사 릴라이언스지오와 LTE사업 때부터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고 5G통신사업 역시 협력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유럽에서도 화웨이는 고전하는 중이다. 프랑스는 화웨이를 공식적으로 배제하지 않기로 했지만 영국은 2027년까지 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를 완전히 퇴출하기로 결정했다. 영국은 삼성전자에 5G통신장비 공급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5G통신장비시장 점유율 20%를 달성한다면 1월 사장으로 승진한 전경훈 네트워크사업부장으로서는 승진 첫 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내게 된다. 전 사장은 5G통신 세계 최초 상용화 공로를 인정받아 교수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삼성전자 주요 사업부장을 맡았다.
전 사장이 이끄는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는 국내 통신업계의 세계 최초 5G통신 상용화에 힘입어 2018년 4분기부터 2019년 1분기까지 5G통신장비시장에서 37% 점유율로 반짝 1위에 올랐다.
하지만 5G통신장비시장 리더십은 오래 가지 않았다. 2분기 점유율 23%로 화웨이(32%)에 밀려 2위로 떨어졌고 3분기 15%, 4분기 10%로 4위까지 떨어졌다. 2019년 연간 점유율도 16.6%에 그치며 4위에 머물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