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주택 분양목표를 채우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분양목표 달성의 열쇠로 여겨졌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의 분양일정이 기약없는 데다 정부 부동산 규제로 주택경기도 하강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
1일 도시정비업계에서는 둔촌주공 재건축사업 분양이 올해를 넘겨 내년에 이뤄질 것이라는 시선이 늘고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이 이전 집행부를 해임하고 새 집행부를 꾸려 올해 안에 선분양으로 일반분양과 조합원분양 등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둔촌주공 재건축조합 집행부는 해임된 뒤 8월11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조합원 임시총회의 해임결의에 관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접수했다.
아직 새 집행부가 선출되지 않은 데다 새 집행부가 들어서도 해임된 집행부와 소송전부터 치러야 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재건축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의 분양일정이 미뤄지는 것은 재건축 시공사업단인 현대건설(28%), HDC현대산업개발(25%), 대우건설(23.5%), 롯데건설(23.5%)의 올해 분양목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은 분양물량이 1만2032세대에 이른다. 건설사가 지분별로 나눠도 분양물량이 각각 2500~3300세대로 웬만한 대단지 규모와 맞먹는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시공사업단 가운데서도 둔촌주공 재건축사업 일정이 미뤄지는데 따른 아쉬움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올해 주택분양 실적이 부진해 둔촌주공 재건축사업 분양물량인 2742세대에 거는 기대가 클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주택 분양실적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7월까지 4800여 세대를 분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올해 세운 분양목표인 1만9644세대의 24.4% 수준이다.
HDC현대산업개발 상반기 분양실적이 4128세대인데 7월에 분양하기로 했던 부산 아시아드 레이카운티(827세대) 분양이 밀리며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603세대) 일반분양만 이뤄졌다.
반면 둔촌주공 시공사업단에 소속된 다른 건설사들은 모두 올해 세운 분양목표의 40% 이상을 달성하며 무난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7월까지 주택 분양실적을 살펴보면 현대건설 1만4284세대(60.8%), 대우건설 2만1974세대(63.1%), 롯데건설 8441세대(42.3%)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정부 부동산 규제 강화로 주택경기가 하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경기도 고양시, 양주시, 인천 영종도 등에서는 최근 1순위 미분양 아파트가 발생하고 있는데 부동산 업계에서는 규제지역으로 묶였지만 투자매력도가 낮다고 여겨지는 수도권 외곽에서부터 주택경기가 하락하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으로는 서울 분양 물량을 제외하면 1순위 분양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둔촌주공 물량을 제외한 하반기 분양예정 물량 1만3천여 세대 가운데 서울지역 물량이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의 조합원분양 2525세대, DMC SK뷰 아이파크포레의 조합원분양 487세대만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올해도 분양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내년에도 실적 감소를 피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상반기 실적이 지난해보다 매출은 15.7%, 영업이익은 4.4% 줄었는데 2019년 분양 부진이 이유로 꼽힌다.
라진성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실적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부진했다”며 “2019년 부진했던 주택공급으로 주택 매출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분양물량이 6392세대에 그쳤다. 1만5900여 세대를 분양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40% 수준만 달성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올해 주택공급이 다소 부진하다”며 “9월 ‘구미 아이파크 더샵’ 등 남은 분양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