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류회사들이 야심차게 뛰어들었던 아웃도어사업에서 줄줄이 철수하고 있다.
아웃도어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기가 만만치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뜻이다.
아웃도어사업은 의류업계에서 ‘황금알’로 불렸으나 최근 ‘계륵’이 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중견기업의 경우 아웃도어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재무구조가 악화해 법정관리 문턱에 이른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 아웃도어사업에서 손 떼는 기업들
8일 업계에 따르면 아웃도어 후발주자로 뛰어든 기업들이 아웃도어 사업에서 잇따라 손을 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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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 |
휠라코리아는 지난 9월 아웃도어사업을 전면 중단했다. 휠라코리아는 아웃도어시장에 뛰어든 지 5년이나 지났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보지 못했다.
윤윤수 회장은 휠라코리아의 국내 의류 브랜드 체질 개선을 위해 제일모직 출신인 김진면 사장과 정구호 부사장을 영입했는데 이들이 아웃도어사업의 철수를 결정하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휠라코리아는 앞으로 주력사업인 스포츠 브랜드 ‘휠라’를 비롯해 골프와 아동용품 등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휠라코리아는 이를 위해 23년 만에 '휠라'의 브랜드 정체성을 다시 정비했다.
금강제화도 아웃도어 브랜드인 ‘헨리한센’을 접기로 했다.
금강제화는 2010년부터 노르웨이 아웃도어 브랜드인 헨리한센의 한국 판권을 확보해 영업해 왔다. 금강제화는 당시 10년의 영업권 계약을 맺었지만 종료시점을 한참 앞당긴 것이다.
금강제화는 대신 1994년부터 꾸려온 자체 아웃도어 신발 브랜드인 ‘버팔로’에 의류사업을 추가하기로 했다.
금강제화 관계자는 “국내 아웃도어 경쟁이 심화하면서 해외 브랜드에 로열티를 주며 끌고 가는 것보다 자체 브랜드인 버팔로에 투자해 내실을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랜드 역시 6년 동안 운영해 온 영국 아웃도어 브랜드 ‘버그하우스’에서 지난해 초 철수했다.
◆ 후발주자는 수익 기대 힘들어져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는 2010년 초까지만 해도 뛰어들기만 하면 수익성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황금알’사업이었다.
당시 의류회사들은 규모가 크든 작든 너도나도 아웃도어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국내 아웃도어시장이 커질 대로 커진 데다 선두 브랜드들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중견기업들의 아웃도어사업 진출은 독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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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구호 휠라코리아 부사장이 2015년 10월 휠라코리아 브랜드 리뉴얼 프리젠테이션에서 '휠라'의 새로운 브랜드 컨셉을 선보이고 있다. |
여성복 전문 의류회사인 아마넥스는 지난해 10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올해 8월 회생계획안이 통과됐다.
아마넥스는 2012년 아웃도어 열풍에 합류하기 위해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노티카’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며 대규모 자본을 투입했다.
하지만 이 아웃도어 브랜드의 매출이 부진에 빠지면서 회사 전체 재무구조에 빨간불이 켜졌다.
의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는 후발주자로 뒤늦게 뛰어든 기업들의 생존까지 위협하게 됐다”며 “아웃도어사업의 수익성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돼 의류회사들은 벌려 놓은 사업일지라도 철수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아웃도어시장 규모는 2010년 3조2500억 원에서 2013년 6조5500억 원까지 성장했다. 3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커졌다.
그러나 아웃도어시장 규모가 지난해 6천억 원 증가에 그치면서 사실상 시장이 정체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아웃도어시장은 2011년 34% 성장하면서 매년 두자릿수대 성장세를 보여 왔지만 지난해 성장률이 9%로 둔화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성장률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