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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Who]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기업결합 유럽 승인도 기대품어

강용규 기자 kyk@businesspost.co.kr 2020-08-26 14:3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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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이 앞으로 남은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를 '조건없는 승인'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까?

가 사장으로서는 이번 기업결합심사에서 조건없는 승인이 필요하다. 불승인은 물론이고 조건부 승인마저도 현대중공업그룹이 원하는 결과가 아니다.
 
[오늘Who]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298300'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가삼현</a>, 한국조선해양 기업결합 유럽 승인도 기대품어
가삼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가장 큰 관문인 유럽연합의 심사시한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싱가포르에서 먼저 조건없는 승인의 결론을 내려 가 사장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졌다.

26일 조선업계 정보를 종합하면 가 사장은 한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 등 4개 나라의 기업결합심사 가운데 유럽연합의 심사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도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 두 나라 모두 정부가 조선사 합병을 통한 조선업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연합의 심사는 이들과 달리 어렵다고 여겨진다.

반독점법이 가장 발달한 지역이기도 하거니와 세계 1위 해운강국인 그리스와 한국 조선사들에 3번째로 많은 선박을 발주하는 노르웨이 등 글로벌 주요 선주사들이 유럽연합 나라들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경쟁당국인 집행위원회는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이 LNG(액화천연가스)와 LPG(액화석유가스) 등 가스선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두 조선사의 주요 먹거리인 LNG운반선시장의 독점문제가 심사의 주요 쟁점이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 자료를 살펴보면 2019년 기준으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이 글로벌 수주잔량의 58%를 차지했다.

때문에 가 사장으로서는 기업결합의 결과 수주시장에서 독점력이 강력해진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다만 이 독점력이 소비자인 유럽 선주사들의 이익을 훼손할 여지가 적다는 논리를 내세워 유럽연합 경쟁당국을 설득해야 한다.

싱가포르는 조건없는 승인을 결정해 가 사장의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해줬다.

한국조선해양은 앞서 25일 싱가포르 경쟁당국인 경쟁·소비자위원회로부터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조건 없이 승인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가 사장에게 싱가포르의 조건없는 승인은 의미가 매우 크다. 유럽연합과 마찬가지로 가스선시장의 경쟁 제한가능성을 들여다보기 위해 2차 심사까지 진행한 뒤 내린 결론이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 앞서 2019년 10월 카자흐스탄 경쟁당국도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조건없이 승인했다.

다만 한국조선해양이 카자흐스탄에 기업결합심사 신청서를 낸 것은 대우조선해양이 육상 원유플랜트 건조사업인 TCO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며 선박시장과는 무관하다.

카자흐스탄이 맞닿아 있는 카스피해는 바다라기보다는 큰 호수다. 사실상 내륙국가인 만큼 카자흐스탄의 조건없는 승인은 다른 나라들의 심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매우 적다.

그러나 싱가포르의 조건없는 승인은 다르다.

유럽 선사들만큼은 아니라도 싱가포르에도 BW그룹이나 EPS(Eastern Pacific Shipping) 등 구매력이 뛰어나다고 손꼽히는 유력 선사들이 있다. 싱가포르의 결정은 다른 나라들의 심사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싱가포르는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이 LNG운반선 수주시장을 60% 가까이 점유하더라도 싱가포르 선사들의 이익을 저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가삼현 사장이 선박 건조시장의 특수성을 들어 유럽연합 경쟁당국을 설득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선박 건조계약에서는 발주처인 선주사가 절대 우위에 있는 만큼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LNG운반선시장 합산 점유율이 50%를 넘더라도 선주사가 피해를 볼 일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국내의 삼성중공업이나 중국의 후동중화조선, 일본 조선사들 등 한국조선해양을 대신할 조선사도 얼마든지 있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높은 시장 점유율은 선주사들이 두 조선사를 선택한 결과일 뿐이다.

유럽연합 경쟁당국이 야드 일부의 매각을 요구하는 등 선박 건조능력의 축소를 수반하는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은 이미 LNG운반선 건조능력의 한계치대로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 조건부 승인으로 두 조선사의 선박 건조능력이 줄어든다면 오히려 도크 슬롯을 확보하기 위한 선주사들의 경쟁이 심화해 선박 건조가격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선주사들 입장에서는 단순히 점유율만 보고 내려지는 조건부 승인이 오히려 이익을 저해하는 결정이다”며 “싱가포르 경쟁당국도 이 점을 고려해 조건없는 승인 결정을 내렸을 것이며 유럽연합도 같은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가 사장에게 조건부 승인은 불승인과 다름없는 실패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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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

현대중공업그룹이 2019년 3월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를 결정한 것은 선박 수주시장의 경쟁을 줄여 선박 수주가격을 조금이라도 높여 보자는 의미도 있지만 규모의 경제를 확립해 선박 건조원가를 낮추고 이를 수주 경쟁력으로 내세우겠다는 전략도 있었다.

당시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부회장은 기업결합심사를 담당하는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하고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를 지내던 가 사장에게 지휘를 맡겼다.

올해 3월에는 가 사장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로 선임해 기업결합뿐 아니라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모든 과정에 걸쳐 자율성과 책임을 함께 강화했다.

가 사장이 이 임무를 수행하는 데 유럽연합의 기업결합에서 조건없는 승인 결정을 받아내는 것이 최대 과제다. 다행히 싱가포르의 조건없는 승인 결정으로 이 과제를 해결하는 데 더욱 힘을 받게 됐다.

지난 6월 유럽연합 경쟁당국은 한국조선해양에 기업결합심사의 중간결과를 통보하며 결과 발표시한을 9월3일로 제시했다. 그러나 7월 유럽에서 코로나19가 재차 확산세를 보이자 심사를 일시 중단했다.

유럽연합의 심사결과는 10월 안에 나올 것으로 조선업계는 바라본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일정과 절차에 맞춰 관련 사안을 충실히 설명해 기업결합을 원만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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