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이른바 ‘대어급’으로 꼽히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공동주관사 자리를 연달아 따내면서 상장주관실적 경쟁에 힘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정 사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상장을 추진하는 또다른 SK그룹 계열사의 대표주관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이 내년에도 NH투자증권과 상장주관실적 1위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2021년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공동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반면 NH투자증권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대표주관사로 선정됐지만 SK아이이테크놀로지 주관사 자리는 따내지 못했다.
대표주관사와 공동주관사의 공모주 배정물량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주관사가 되든 공동주관사가 되든 상장주관실적에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공동주관사의 역할은 그 때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세일즈를 위한 청약창구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며 “배정물량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6월 역대급 흥행에 성공한 SK바이오팜 상장을 살펴보면 대표주관사인 NH투자증권이 약 2500억 원, 공동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약 1700억 원의 상장주관실적을 쌓았다. 그 차이는 약 800억 원으로 언제든지 순위가 뒤집힐 수 있는 수준이다.
2차전지 소재기업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기업가치는 약 5조 원, 백신개발 전문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업가치는 약 3조 원으로 각각 평가된다. 두 회사의 공모규모도 상당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이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주관사 자리는 NH투자증권에 내줬지만 SK아이테크놀로지까지 공모 배정물량을 모두 소화하면 상장주관실적에서 오히려 NH투자증권을 앞설 가능성이 크다.
정 사장은 공동주관사 합류에 만족하지 않고 SK그룹 계열사의 대표주관사로 선정되기 위해 더욱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배정물량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하더라도 영향력이나 수수료 등에서 대표주관사가 공동주관사보다 더욱 주목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SK그룹이 SK바이오팜 상장 성공을 계기로 SK실트론, SK건설, SKE&S, SK팜테코, SK플라즈마 등 비상장계열사 상장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들은 대부분 기업가치가 조 단위로 평가되고 공모규모도 클 것으로 예상돼 상장주관실적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특히 정 사장이 SK그룹 계열사의 상장 대표주관사를 맡아 흥행을 이끌면 앞서 SK루브리컨츠의 상장에 끝내 실패하면서 실추된 한국투자증권의 명예를 회복할 수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 상장을 두고 삼성증권과 함께 대표주관사를 맡아 2013년, 2015년, 2017년 세 차례에 걸쳐 상장을 시도했다. 공모규모도 1조 원이 넘는 대형거래였다.
하지만 수요예측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결국 상장계획이 철회됐고 주관사 계약도 해지됐다.
SK바이오팜의 상장 주관사 선정을 앞두고 SK루브리컨츠 상장 실패의 책임에 따라 한국투자증권이 주관사 선정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오기도 했다.
27일 기준 한국투자증권은 상장주관실적 순위에서 NH투자증권과 근소한 차이를 보이며 2위에 올라 있다. NH투자증권의 상장주관금액은 3729억 원, 한국투자증권은 3465억 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19년 상장주관실적 순위에서도 NH투자증권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