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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추진해온 스마트폰사업이 중대한 기로에 섰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0%를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목표는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정도현 LG전자 사장은 지난달 29일 1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0% 정도 확보하면 상당한 이익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지난 3월 주총에서 LG전자 각자대표이사에 오른 재무통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으로부터 LG전자의 수익성을 확보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라는 과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목표 달성을 위해 마케팅과 연구개발에 돈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정 사장은 “현재의 마케팅 비용만 없으면 흑자전환이 가능한 상태”라며 “소규모 흑자에 연연하지 않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올 1분기 영업이익 5040억 원이란 깜짝실적을 발표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 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는 여전히 적자였다. MC사업본부는 올해 1분기 88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434억 원의 적자를 낸 지난해 4분기보다 적자폭을 크게 줄인 게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LG전자는 수익적 관점에서 사업을 추진해왔다. 구 회장이 올해 재무구조 개선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1분기 깜짝실적은 그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다시 방향을 선회해 스마트폰 점유율 10% 달성이란 목표를 제시하고 마케팅과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 대해 근본적 판단을 하려는 마지막 시도라고 해석한다.
스마트폰은 구 회장이 LG그룹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는 간판사업이다. 2012년 구 회장의 이름을 딴 ‘옵티머스 G’를 출시한 데서도 스마트폰사업에 대한 애정을 읽을 수 있다.
구 회장은 13일 그룹 월례 임원회의에서 “변화에 둔감하고 관행에 익숙해 있으면 결코 시장을 선도할 수 없다”며 “한 발 앞서 변화의 흐름을 읽어 내고 우리의 강점으로 남다른 고객가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선도상품의 출시와 승부를 걸 시장
, 그리고 일하는 방식까지 시장에서 승리하는 방법을 준비할 것”을 요구했다.
구본준 부회장은 2010년 9월 ‘휴대전화 명가 LG전자’를 부활시키라는 구본무 회장의 요청을 받고 LG전자의 수장을 맡았다. 하지만 4년이 된 지금도 ‘구본준 효과’는 신통치 않다. 구 부회장이 취임 후 시장선도를 내걸고 막대한 마케팅비를 쏟아 부었지만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LG전자는 오히려 뒷걸음질했다.
구 부회장은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점유율 10%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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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도현 LG전자 사장 |
◆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10%의 의미
정도현 사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구본준 부회장과 함께 LG전자의 각자대표로 임명됐다. 업계는 정 사장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만큼 철저한 비용관리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구 부회장이 ‘스마트폰 올인 전략’을 더 이상 밀어붙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 사장은 이번 실적발표회에서 대대적 투자를 예고했다. 이는 그동안 공격적 마케팅으로 점유율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던 구 부회장의 전략을 측면지원하는 발언이다. 정 사장이 재무통인 만큼 허리띠를 졸라맬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벗어난 발표였다.
정 사장은 그러면서 점유율 10% 달성이란 목표를 제시했다. 정 사장은 이 목표를 달성해야 LG전자가 스마트폰사업을 승부사업으로 계속 이어갈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역으로 점유율 10%를 달성하지 못해 스마트폰 사업에서 수익을 낼 수 없다면 더 이상 사업을 끌고갈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메시지의 대상은 구 부회장일 것이다.
세계 스마트폰시장은 경쟁에서 밀리면 곧바로 소비자들에게 잊혀져 도태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노키아와 HTC 등이 대표적이다. LG전자는 그동안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엄청난 마케팅비를 지출했다. 지난해 전략 스마트폰 G2를 출시하면서 2천억 원 이상을 썼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세계 판매량 1천만 대를 목표로 삼았던 G2는 지난해 3분기까지 겨우 230만 대를 팔았다. G2는 출시 4개월이 지난 12월이 돼서야 판매가 300만 대를 넘어섰다. LG전자는 과도한 마케팅비 때문에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각각 797억 원과 434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반면 지난해 세계 시장점유율은 4.8%를 기록하며 5% 대였던 2011년보다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전문가들은 LG전자의 마케팅 강화가 점유율 확대나 수익성 강화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크리스 박 무디스 부대표는 지난달 26일 한 세미나에서 “LG전자가 마케팅을 통해 점유율을 높여도 수익성을 크게 높이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도 “LG전자는 삼성이나 애플과 달리 2위권 기업이기 때문에 마케팅비 증가가 점유율과 수익성 확대로 이어진다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LG전자는 기존 경영방식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점유율 10%는 LG전자가 스마트폰사업에서 수익을 내면서 동시에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현실적 목표다. 정 사장은 점유율 10%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 투자를 늘릴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다른 청사진을 제시할 것을 구 부회장에게 요구한 것이다.
LG전자 내부에서 이 목표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박종석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2014에서 ‘세계3위 제조사 탈환’이라는 목표를 내놓았다. 그는 “진정한 세계3위 제조사가 되려면 강한 브랜드가 필요하다”며 “수익성과 성장성을 고루 갖추면서도 세계시장 판도를 움직일 수 있는 강한 브랜드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시장에서 점유율 10%를 차지하면 세계 3위에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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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지난 1월15일부터 16일까지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글로벌 CEO 전략회의'에 참석했다. <뉴시스> |
◆ 시장점유율 5위, LG 스마트폰의 현주소
이런 목표달성에 대해 전문가들의 반응은 대체로 회의적이다.
현재 상황은 여러모로 LG전자에 불리하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프리미엄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저가시장은 이미 중국기업들에 밀렸다. 선두그룹과 격차가 벌어지고 후발업체들의 추격을 허용한 LG전자는 둘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다.
시장조사기관 IDC가 최근 발표한 올해 1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을 보면 LG전자는 4.4%다. 지난해 1분기보다 0.3% 포인트 떨어졌다. 다른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도 LG전자의 1분기 시장점유율을 4.3%라고 밝혔다.
LG전자는 2011년 2분기 세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5.6%의 벽을 좀체 넘지 못하고 있다. 피처폰 판매감소로 2009년 10.5%였던 세계 휴대폰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4.3%까지 떨어졌으나 스마트폰이 이를 메우지 못했다. LG전자의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4.8%로 2012년 3.8%보다 높아졌지만 2011년 5%대에 미치지 못한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독주는 이어지고 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조사결과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8900만 대의 스마트폰을 팔아 31.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애플은 4370만 대를 팔아 15.3%의 점유율을 보였다.
LG전자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레노버와 화웨이 등 중국기업들은 빠르게 치고 올라온다. 화웨이는 올해 1분기 1340만 대를 판매하며 4.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레노버도 1330만 대를 팔아 근소한 차이로 화웨이를 추격하고 있다. 반면 LG전자는 1230만 대 판매에 그쳐 세계 시장점유율 5위에 머물렀다. 글로벌 3위에서 5위로 추락한 것이다.
LG전자가 불과 몇 년 사이에 중국기업들에게 3위에 이어 4위 자리마저 내주자 위기론이 불거졌다. 업계는 LG전자가 모토로라나 블랙베리, HTC, 노키아의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LG전자가 이런 시장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시장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은 중국기업들에 비해 대당 평균판매가격(ASP)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LG전자의 지난해 대당 평균판매가격은 233달러로 중국기업 평균인 45달러~79달러보다 최대 5배 이상 높았다. 이 덕분에 LG전자는 지난해 매출액 기준으로 애플과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3위 스마트폰기업이 됐다.
문제는 점유율 하락이 계속 이어지면 더 이상 시장에서 버틸 힘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LG전자는 그동안 중국기업들에 비해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높은 가격정책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기업들이 무서운 속도로 기술격차를 좁히면서 LG전자가 누릴 수 있었던 우위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도 지난 2월 MWC2014에서 “중국기업의 성장속도가 빨라 절대 얕보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기업들은 세계3위 싸움이 아닌 삼성전자와 애플을 상대로 1위경쟁을 벌이고 있다. LG전자는 이미 제쳤다고 보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휴대전화 제조사 모토로라를 인수하며 단숨에 스마트폰 세계3위에 오른 레노버가 대표적이다. 제이디 하워드 레노버 부사장은 지난 2월 MWC2014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을 제치고 스마트폰 1위가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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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석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이 지난 2월23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소피아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사업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
◆ 점유율 10% 달성을 위한 구본준과 LG전자의 총력전
LG전자는 시장점유율 10%의 목표달성을 위한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박종석 사장이 그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지난 2월 MWC2014에서 “강한 라인업과 대표 사용자경험(UX)의 전방위 공세, 하드웨어 경쟁우위 지속, 컨버전스 확대 등을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군인 ‘G시리즈’와 보급형 제품군인 ‘L시리즈’로 스마트폰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처럼 G시리즈 아래 ‘미니’ 라인업을 추가하고 중저가 LTE 스마트폰 제품군인 ‘F시리즈’도 추가하려고 한다.
최근엔 그동안 경쟁사에 비해 약하다고 평가받았던 태블릿 라인업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태블릿PC인 G패드 7.0과 8.0, 10.1 등 세 종류의 제품을 곧 선보인다. 박종석 사장은 “다양한 크기의 제품을 통해 뛰어난 휴대성과 높은 사용자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태블릿PC 대중화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LG전자가 특히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은 하드웨어 경쟁력 강화다. LG전자가 저가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중국기업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도 하드웨어에서 LG전자만의 차별화된 기술을 내세워야 한다.
LG전자가 꾸준히 ‘화질의 LG’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LG전자의 차기 전략스마트폰인 G3는 국내 최초로 QHD(2560×1440픽셀) 디스플레이를 탑재한다. QHD는 HD보다 4배 선명한 해상도를 자랑한다.
하드웨어 경쟁력 강화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가격 경쟁력은 제품원가를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최근 구본준 부회장이 반도체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도 비용을 줄이기 위한 전략이다. LG전자는 이미 2012년부터 스마트TV에 자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장착해 비용을 절감했다.
LG전자는 얼마 전 ‘오딘’이란 모바일 AP개발에 착수했다. 자체 AP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처럼 퀄컴에 대한 부품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또 퀄컴과 가격협상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올해 스마트폰 1억 대 판매를 노리는 LG전자는 칩 하나당 1달러만 깎아도 연간 1억 달러를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만의 차별화된 사용자경험을 강화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박종석 사장이 주장한 것처럼 최근 스마트폰 경쟁 양상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옮겨가고 있다. 과거 PC시장이 그랬던 것처럼 스마트폰 시장도 더 이상의 하드웨어 경쟁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하드웨어 성능의 상향평준화가 이뤄졌다. 박 사장은 “고객의 요구사항을 제공할 수 있는지가 스마트폰시장의 승부를 결정지을 것”이라며 사용자경험(UX)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최신제품인 ‘G프로2’에 탑재됐던 ‘노크 코드(Knock Code)’를 모든 모델에 확대 적용한다. 이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탑재된 기능을 하위기종에 적용시키지 않는 삼성전자와 차별화된 전략이다.
특히 LG전자가 세계 시장점유율 3위에 오르려면 중국시장에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시장은 이미 성장이 정체된 상태다. 반면 중국시장은 엄청난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올해 중국 LTE 스마트폰시장이 지난해보다 무려 547% 성장한 1억3500만 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전자가 중국에서 점유율 5%만 차지해도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무려 8%까지 올라간다.
LG전자가 만약 중국시장을 공략하지 못한다면 노키아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는 노키아의 몰락원인을 미국시장을 간과한 데에서 찾았다. 노키아는 유럽과 아시아라는 기존 시장에만 집중한 나머지 거대시장이었던 미국시장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LG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현재 0.2~0.5%로 존재감이 거의 없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올해 1분기 각각 18%와 10%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LG전자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을 통해 올해 2분기 G3를 중국 시장에 선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LG전자의 중국실적이 전체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