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라이브가 자회사 IHQ의 분리매각을 다시 추진할까?
이동통신3사가 현대HCN 본입찰에 참여해 케이블TV 인수 2차전이 달아오르면서 딜라이브 매각의 향방에도 시선이 몰린다.
22일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HCN이 이번주 안에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딜라이브와 CMB 등 나머지 케이블TV기업들도 매각을 위한 물밑 작업에 한층 바빠지고 있다.
현대HCN이 우선협상대상자로 KT 계열인 KT스카이라이프를 선택하면 딜라이브는 오랫동안 협상을 진행해온 KT가 아닌 다른 인수 후보자를 물색해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여전히 딜라이브는 '몸값'이 비싸 가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매물인 데다 이동통신사들은 현대HCN을 놓치더라도 딜라이브가 유일한 대안이 아니다.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또 다른 케이블TV기업 CMB는 수도권보다 지방 가입자 비중이 높고 가입자 수 자체로도 딜라이브보다 뒤처지지만 그만큼 가격 측면에서 부담이 덜하다.
딜라이브 채권단은 딜라이브 가격으로 9천억 원 수준을 원하고 있지만 CMB는 그 3분의 1 수준의 비용으로 인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업계는 바라본다.
CMB 직원 수가 350여 명 수준으로 몸집이 가벼운 점도 인수 뒤 합병 과정을 고려하면 장점이 될 수 있다. 딜라이브는 직원 수가 900명을 넘어서는 데다 설치, 수리기사 600여 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다.
케이블TV 인수시장의 유일한 후보자들이라고 볼 수 있는 이동통신사들이 이미 한 차례 인수전을 치르면서 서로 점유율 격차를 줄여둔 점도 딜라이브에게는 불리하다.
딜라이브의 가입자 수 규모가 부담스러운 몸값을 상쇄할 정도의 매력으로 작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딜라이브가 시장에 나와 있는 케이블TV기업들 가운데 가장 늦게 매각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딜라이브는 결국 이번에도 가격 문제 조율에 매각 성사의 열쇠가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사들이 케이블TV 인수에 재무적으로 무리한 투자를 할 이유가 크지 않은 만큼 딜라이브 스스로 몸값을 낮출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상황에서 딜라이브가 내놓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 방안은 자회사 IHQ의 분리매각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딜라이브 채권단은 2018년 IHQ 매각을 추진했다가 중단한 적이 있다. 하지만 올해 2월 IHQ를 모회사로 둔 큐브엔터테인먼트 지분 약 30%를 매각하면서 IHQ 분리매각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는 시선이 나왔다.
2018년 당시 IHQ 매각가격은 2천억 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IHQ는 엔터테인먼트회사로 시작해 드라마, 영화 제작 등에 발을 들인 뒤 현재는 엔터테인먼트사업과 방송채널사업을 두 축으로 한다.
IHQ는 예능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 ‘기막힌 외출’ 등을 방영하는 오락전문채널인 코미디TV를 비롯해 드라마전문채널 드라맥스, 한류 콘텐츠채널 K스타, 음악전문채널 큐브TV, 라이프스타일 채널 라이프U 등 방송채널 5개를 보유하고 있다.
딜라이브 관계자는 “매각과 관련한 모든 작업은 채권단이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딜라이브를 잘 매각하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IHQ 분리매각도 고려 대상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딜라이브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국민유선방송투자를 통해 2008년 케이블TV기업 씨앤엠을 인수한 뒤 이름을 바꾼 회사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초부터 씨앤엠을 매물로 내놓았지만 매각에 번번이 실패했다.
딜라이브 채권단은 최근 메릴린치뱅크오브아메리카로 매각 주관사를 변경해 조건만 맞으면 절차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빠르게 매각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