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의 연임불가 방침을 정해 보건복지부와 정면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의 구조를 개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6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복지부는 공공기관운영법과 국민연금법 개정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 충돌하는 국민연금법과 공공기관운영법
복지부가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 인사 파동이 입법 취지가 다른 두 법안의 충돌에서 비롯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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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
국민연금법 30조를 보면 기금운용본부장을 비롯한 상임이사는 공단 이사장이 제청해 복지부 장관이 임면한다고 돼 있다.
국민연금법은 기금운용본부를 사실상 복지부 장관 산하 조직으로 간주하고 있다.
공단이나 다른 이해 관계자들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기금을 운용하라는 취지다. 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의 최고 의사결정기구(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을 겸하도록 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2007년 도입된 공공기관운영법은 국민연금공단과 기금운용본부 간 관계를 뚜렷한 상하조직으로 규정하고 있다. 공공기관장의 책임경영을 위한다는 취지에서다.
법률조항 자체도 상충한다.
국민연금법은 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임면권을 지닌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운영법은 이사 연임 여부를 이사장 권한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관계자도 “법률 규정이 모호하다”고 인정했다.
복지부는 이번 인사 파동을 놓고 최 이사장의 ‘월권’이라고 지적했지만 국민연금공단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반박한 것도 이러한 규정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금의 이사 연임 규정과 이사장,기금운용본부장의 권한ㆍ책임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금운용본부장의 연임과 관련해 국민연금공단 상급기관인 복지부 장관이 최종 승인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 이사장ㆍ기금운용본부장, ‘한 지붕에 두 수장’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기금운용본부장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의 서열 1위는 이사장이지만 서열 2위 기금운용본부장은 기금운용의 특수성 때문에 공단 내 별도의 독립조직으로 간주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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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
소재지도 다르다. 조직국민연금공단의 본사는 전북 전주시에 있지만 기금운용본부는 서울 강남 도산대로에 별도로 사무실을 두고 있다.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장을 복지부장관이 맡고 있지만 역대 이사장들은 기금운용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관여해 왔다.
공공기관장 평가에 기금 수익률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전광우 전 이사장은 기금운용을 주도한 대표적 인물로 손꼽힌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출신의 한 관계자는 “전광우 전 이사장이 이찬우 전 기금운용본부장을 대신해 기금운용을 사실상 진두지휘했다”며 “이 전 본부장의 성향이 강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 수장이 큰 충돌 없이 지냈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과 홍 본부장은 이들과 달리 자기 스타일과 색깔이 뚜렷한 사람들이다. 이러한 개성이 이번 인사 파동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사장과 기금운용본부장의 투자방향과 스타일이 다르면 투자 업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