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은 그동안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는데 국민연금이 그 성과를 인정해 투자목적의 변경을 검토하는 것으로 바라보는 셈이다.
국민연금은 2018년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를 내용으로 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한진칼에 경영 투명성을 요구했는데 조원태 회장은 이런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해 11월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제정하고 한진칼 이사회 산하에 주주가치와 직결되는 사안을 검토하는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하며 주주친화경영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또한 한진칼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한진칼은 앞으로도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진칼 관계자는 “한진칼은 앞으로도 주주가치를 높이고 기업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혁신적 경영을 꾸려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조원태 회장이 경영혁신을 향한 의지를 보이자 국민연금은 올해 3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지지하기도 했다.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및 반도그룹 주주연합(주주연합)이 한진칼 경영권 확보를 위해 조원태 회장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터라 국민연금의 지지는 의미가 남달랐다.
국민연금이 이번에 투자목적을 경영참여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하게 되면 의결권이나 신주 인수권 등의 단독 주주권만 행사하면서 최소한의 공시의무만 수행하게 된다.
투자목적을 경영참여로 두었을 때 이사의 선임이나 해임, 직무정지 정관 변경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에 비해 활동이 대폭 축소되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한진칼이 더 이상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용받아야 할 정도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경영에 참여할 권한을 거두겠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한진칼의 주요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코로나19로 위기를 겪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도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을 향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상황인 만큼 이에 발맞춰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하자는 의도도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원태 회장과 한진칼의 경영권을 두고 각을 세우고 있는 주주연합을 향해서는 경영권 다툼을 이어가는 것이 한진칼의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신호를 준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투자목적을 ‘단순투자’로 변경하기로 검토하는 것을 두고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목적뿐만 아니라 수익성을 우선하는 본래 기능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일반적으로 국민연금은 지배구조 개선 면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판단할 때뿐만 아니라 수익성을 중심으로 하는 국민연금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한 의도가 있을 때도 투자목적을 변경한다”며 “이번 사안에서는 다양한 측면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