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준 포스코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이 다가오는 전기차시대에 기회를 잡기 위해 2차전지소재사업에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2차전지 소재사업을 안정적 궤도에 올려놓을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재무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과제도 안았다.
16일 국내 신용평가사와 증권회사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포스코케미칼은 대규모 투자를 위한 차입금을 늘리면서 부채비율이 2019년 72%에서 2021년 152%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기업평가는 6월 포스코케미칼의 정기 신용등급 평가에서 “포스코케미칼은 그룹 차원의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에너지소재사업의 공격적 투자기조로 재무부담이 확대될 것”이라며 “앞으로 3년 동안 해마다 5천억 원이 넘는 자본적 지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포스코케미칼의 2020년 1분기 사업보고서를 들여다보면 2021년까지 음극재와 양극재 생산라인 증설에 모두 2007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여기에 더해 3월 이사회를 열고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설비에 2024년 6월까지 2177억 원을 투자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2차전지 소재사업 관련 설비 신설 및 증설에만 연간 순이익의 4배가 넘는 돈을 쏟아붓기로 한 것이다. 포스코케미칼은 2019년 별도기준으로 순이익 896억 원을 냈다.
민 사장은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무차입경영’ 기조를 깨고 차입금을 늘리고 있는 만큼 2차전지소재사업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때까지 본업에서의 실적만으로 재무 건전성을 유지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도 안게 됐다.
포스코케미칼은 올해 본업의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포스코케미칼은 매출의 51%를 라임케미칼부문에서 내는데 올해 1분기에 코로나19 여파로 주요 제품인 콜타르의 가격이 떨어져 라임케미칼부문에서 부진한 실적을 내면서 2019년 1분기보다 27.2% 감소한 영업이익 159억 원을 냈다.
당장 전기차 판매량이 더디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민 사장에게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김준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 전기차 수요 둔화로 2차전지 소재부문 매출 증가세는 더딜 것”이라며 포스코케미칼이 올해 2분기에도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낼 것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포스코케미칼은 2차전지소재사업 전망이 밝다는 점, 그동안 안정적 재무구조를 유지해 시장으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는 점 등에서 당장 부채비율이 늘어나는 데 크게 우려하고 있지 않다.
실제로 포스코케미칼은 4일 1500억 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모집액의 3배가 넘는 5500억 원의 수요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민 사장은 1984년 포항제철에 입사한 뒤 36년 동안 철강업계에 몸을 담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핵심 자회사로 포스코케미칼을 점찍으면서 2018년 12월부터 포스코그룹 신사업의 중심인 2차전지소재사업을 이끌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