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5-08-05 17:5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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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 취임 5년 만인 올해 처음으로 회사 주류사업 매출이 뒷걸음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주력 맥주 제품 ‘크러시’ 부진이 바닥을 뚫고 지하실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음료는 현재 비알코올 맥주를 제외하면 크러시와 ‘클라우드’ 딱 2종의 맥주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데 최근 맥주 시장점유율이 더욱 뒷걸음한 것으로 파악된다. 내수 침체 속에 맥주 후발 주자에게는 더욱 불리한 시장 환경이 펼쳐지는 가운데 박윤기 대표가 맥주사업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가 판매가 부진한 ‘크러시’와 ‘클라우드’를 들고 맥주사업 반등의 길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박윤기 대표.
5일 롯데칠성음료 IR자료와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올해 롯데칠성음료의 주류사업 매출이 역성장할 공산이 커 보인다.
올해 상반기 롯데칠성음료의 별도기준 주류부문 매출은 382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4% 감소했다. 이런 추세가 연중 이어지면 2020년 말 박 대표가 롯데칠성음료 수장에 오른 뒤 5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대비 주류 부문 매출이 뒷걸음치게 된다.
한화투자·IBK투자·현대차·대신·신한·키움·KB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 매출이 7660억~7760억 원으로 전년보다 4.6~5.8%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들어 롯데칠성음료의 주류사업 외형이 역성장세를 나타낸 데는 지난해 ‘클라우드 생드래프트’가 단종된 가운데 맥주 대표 제품 크러시 판매가 부진한 영향이 컸다.
올 상반기 롯데칠성음료 맥주부문 매출은 266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39.8%나 꺾였다. 주류 부문 전체 매출 감소분 350억 원 가운데 절반 이상인 176억 원이 맥주 사업에서 빠졌다. 주류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에 그치는 맥주사업이 크게 부진하면서 주류 전체 실적에 악영향을 끼친 것이다.
박 대표는 2022년 출시한 제로슈거 소주 ‘새로’를 시장에 안착시키며 소주 시장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렸지만 유독 맥주사업에서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크러시는 롯데칠성음료가 오비맥주-하이트진로 양강체제로 굳어진 맥주 시장의 판을 뒤집기 위해 2023년 11월 ‘4세대 맥주’를 콘셉트로 출시한 제품이다.
하지만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맥주시장에서 70% 넘는 점유율을 꿰차고 있는 상황에서 출시 초기부터 판매가 순탄치 않았다. 애초 크러시는 ‘소맥’ 중심인 유흥시장을 겨냥해 만든 맥주였지만 출시 한 달 만에 가정용 제품 출고를 시작했다. 롯데칠성음료는 고객 접점을 늘리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유흥채널에 틈이 없었기 때문일 것으로 바라봤다.
롯데칠성음료는 크러시 출시를 계기로 ‘클라우드 생드래프트’를 유흥시장과 가정시장에서 순차적으로 단종했다. 프리미엄 맥주는 클라우드, 일반 맥주는 크러시 판매에만 집중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기 위한 조치였다.
클라우드 생드래프트의 단종은 크러시 판매 부진과 함께 올 상반기 맥주 매출이 급감하는 핵심 원인으로 작용했다.
▲ 크러시 X 카리나 ‘크게 터지는 탄산 러시’ 광고. <롯데칠성음료>
앞서 박 대표가 본격 임기를 시작한 2022년에는 ‘피츠 수퍼클리어’를 단종했다. 피츠 수퍼클리어는 프리미엄 맥주 클라우드가 강한 맛으로 인해 유흥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자 소맥 수요를 겨냥해 2017년 출시한 제품이다.
롯데칠성음료는 당시 주력 맥주 제품인 클라우드를 빼면서까지 피츠 수퍼클리어를 유흥시장에 입점시키기 위한 영업에 힘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 취임 뒤 롯데칠성음료는 유흥시장에 맥주 주력 제품을 안착시키지 못한 가운데 신제품 출시와 기존 제품 단종을 거듭하며 맥주 시장점유율이 후퇴해온 셈이다.
롯데칠성음료는 2014년 클라우드를 출시하며 맥주 시장에 진출했다. 회사는 클라우드 출시 초기 흥행으로 맥주 점유율을 7%까지 끌어올리기도 했지만 유흥시장에서의 부진으로 줄곧 점유율이 5% 수준에 머물러왔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가정용 맥주 시장 점유율은 오비맥주 ‘카스 후레쉬’가 48%로 압도적 1위를, ‘카스 라이트’가 점유율 4.9%로 3위를 차지했다. 하이트진로의 ‘테라’는 10% 초반 점유율로 2위, ‘켈리’는 카스 라이트와 근소한 차이로 4위를 기록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속적인 판매 부진 속에 크러시와 클라우드를 합쳐 3%대 점유율에 머문 것으로 파악된다. 주류시장에서는 과다 경쟁 방지를 위해 유흥 채널을 포함한 시장점유율과 제품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박 대표는 올 하반기 판매 부진에 빠진 두 제품을 들고 힘겨운 맥주 시장점유율 경쟁에 나서야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칠성음료는 2분기 실적발표 IR자료를 통해 하반기 주류 사업에서 포트폴리오 내실화에 주력하며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내수 경기 위축을 고려해 주류 부문에서 기존 출시 제품 마케팅에 집중하며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보수적 전략을 구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 관계자는 “음료 사업에서는 넥스트탄산과 건강지향적 포트폴리오를 더 강화해 나가는 반면, 주류 사업에서는 신제품을 출시하기보다 주력 제품에 더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내수 침체 속 맥주 판매량 떨어지는 가운데 후발 주자 롯데칠성음료는 더 큰 타격 받고 있다. 통상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소비자들은 검증된 1등 브랜드만 선호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내수 주류 시장이 모두 어려운 상황은 결국 1등 업체에게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