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새 정부 출범 초기에 주택 공급 목표를 현실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5일 서울 동작구 사무실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만난 자리에서 "주택 공급목표는 윤석열 정부 시절 이미 270만 호까지 확대돼 수요자들의 신뢰가 저하된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추가 공급 확대를 통한 시장 안정 효과는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주택 공급 목표를 조정하고 현실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부분들만 다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는 서울 집값이 급등하자 6.27 대출규제를 단행해 부동산 시장이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공급 확대를 원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신임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내놓을 주택 공급 확대정책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직접적 공급 확대 목표수치를 언급하지 않았으나 당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임기 내 250만 호 공급을 거론했다.
이 연구위원은 "3기 신도시가 6년 반,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에 3년이 지나갔다"며 "또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포함한 국토교통부와 지역 개발공사들도 모두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이라고 짚었다.
그는 "지금껏 노력한 결과가 현재 상황인데 여기에 추가 주택공급 목표를 잡는 것은 현실성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급 목표의 현실적 조정은 정부 초기인 지금이 가장 효율적 시기"라고 바라봤다. 공급 목표를 추가로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진행 중인 사업들을 차근히 진행해 시장의 신뢰를 쌓아야 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빠른 공급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 등 준주택을 통한 주택공급 확대는 단기적 조치라고 선을 그었다. 전체 목표 물량 달성 속도와 거주자들의 주거복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다.
이 연구위원은 "준주택이 들어선 곳은 이미 주거환경으로서는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준주택을 많이 지어 주택 수요를 충당하겠다라는 게 적정한 내용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주택법에서 엄격하게 주거에 맞는 환경을 요구하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물가와 금리 상승으로 도시정비사업도 과거보다 주택공급을 활성화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물가 상승으로 정비사업을 통해 세대당 돌아가는 추가분담금은 5억 원 이상 수준으로 늘어났다"며 "이는 각 세대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며 금리도 올라 기회비용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도시정비 규제 완화의 주요 쟁점으로 거론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는 도시정비사업의 늦은 속도로 이번 정부에서 적용이 될 대상 단지 자체가 적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재초환은 입주해야지 부과되는데 이번 정부 5년 동안 재건축 사업을 완료해 입주할 아파트 단지는 많지 않다"며 "재초환이 원론적으로는 정비 사업의 저해 요인으로 꼽히지만 이번 정부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은 장기적으로 주택 가격을 낮추지 못하며 시장도 대출 규제를 통한 가격 하락을 더 이상 예상하지 않는다고 바라봤다.
이 연구위원은 "주택 대출 규제는 시장 안정과 주택 가격 하락의 효과가 일시적일 뿐이며 과거에도 규제 기한이 지나면 주택 가격은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정부가 강력한 규제를 내놓으면 시장이 반응했지만 현재는 규제를 하더라도 정부가 기대하는 효과를 끌어가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택 공급 정책은 주택 수요자들이 원하는 형태를 추구하는 것이 주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주택 수요자들이 원하는 주택 형태는 커뮤니티 시설 등을 갖춘 아파트 등인 만큼 한 동짜리 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곳으로 주택 수요를 하겠다는 게 적정한 것인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자주 거론되는 유휴 부지 복합 개발 및 한 동짜리 오피스텔은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한 여러 방안 가운데 하나 정도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