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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준법감시위 뿌리내릴 수 있나, 실효적 권한과 역할 재정립 필요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20-06-10 15: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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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준법감시위 뿌리내릴 수 있나, 실효적 권한과 역할 재정립 필요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1월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준법감시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위원 이탈과 역할 한계 등으로 제자리를 잡는 데 고전하고 있다.

과거 실패사례로 남은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 등의 뒤를 따르지 않으려면 준법감시위원회 위상을 재정립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준법감시위 출범 넉 달 만에 두 명의 위원이 이탈하면서 준법감시위가 제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이 나온다. 

준법감시위는 2월 삼성그룹 외부 인사 6명과 내부 인사 1명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한 달 만에 시민사회를 대표하던 권태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가 위원을 사퇴했고 최근에는 삼성전자 소속의 이인용 대외업무(CR)담당 사장까지 위원에서 물러났다.

권태선 위원의 후임은 석 달째 빈 자리로 남아 있는데 언제 자리가 채워질지 기약이 없다. 위원회가 적합한 인물을 선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나마 삼성그룹 내부인사의 위원 선임은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준법감시위원회는 7월 초 정기회의 이전에 이 사장의 후임을 선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 사장 후임이 세워져도 준법위원회의 역할은 이전보다 후퇴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 사장은 김지형 준법감시위원장이 직접 선택한 인물이지만 후임 위원은 삼성그룹에서 추천하기 때문이다.

이인용 위원 후임으로 전임 CR담당이던 윤부근 전 삼성전자 부회장, 판사 출신의 안덕호 삼성전자 준법경영팀장 부사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는데 누가 되더라도 삼성그룹이 추천한 인사라는 꼬리표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준법감시위에서 회사와 시민사회를 대표하던 위원들이 물러났다는 데서 위원회가 길을 잃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어찌 보면 중립성향이 지켜지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으나 달리 보면 회사도 시민사회도 준법위 활동에 만족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회사나 시민사회와 소통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밖에 없다. 

권 대표는 소속 시민단체 내부에서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을 놓고 이견이 나오면서 물러났다. 이 사장은 표면적으로 CR담당으로서 대외활동과 병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제시됐으나 실제로는 준법감시위 안에서 외부위원들과 갈등을 빚었다는 말이 나돈다.

준법감시위는 출범 이후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무노조경영 철회, 해고노동자 고공농성 종료 등의 가시적 변화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삼성그룹 계열사의 노사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는 등 삼성그룹의 실천 의지를 향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여기에 위원의 이탈까지 이어져 준법감시위를 향한 신뢰에 빨간불이 켜졌다. 후임 위원 선임에 속도를 내고 안팎의 소통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다.

결국 가장 큰 문제는 준법감시위의 제한적 권한과 역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준법감시위가 자율협약기구이기 때문에 구속력이나 강제성을 지니고 있지 않다.

삼성그룹 계열사 7곳과 협약을 맺고 준법감시 업무를 감독하고는 있지만 의견을 내고 개선을 권고할 뿐 직접적으로 준법의무 위반행위에 징계를 내릴 수는 없다. 위원회의 권고를 회사가 반복해서 수용하지 않을 때 홈페이지에 해당 사안을 공개하는 것이 위원회가 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다.

준법감시위는 홈페이지를 통해 준법의무 위반행위를 제보받고 해당 사안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조사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결과만 제보자에게 통보한다.

1월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전문심리위원을 선정해 삼성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을 점검하기로 했다. 준법감시위가 외부의 잣대로 활동을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특검이 낸 파기환송심 재판부 기피 신청절차가 진행되면서 파기환송심은 석 달 넘게 열리지 않고 있다. 현재 대법원에 넘어간 재판부 기피 신청의 결론이 나오기까지 두 세 달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준법감시위의 실효성 점검은 언제 진행될지 기약이 없다.

만약 재판부 기피 신청이 인용되면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교체된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요구에 기인해 설립됐는데 재판부가 교체되면 실효성 점검이 문제가 아니라 준법감시위를 향한 삼성그룹의 의지 자체가 약화하고 존재 의미는 더욱 희미해질 수 있다.

삼성 준법감시위가 위원 이탈과 실효성 검증 지연 등의 문제를 겪으면서 과거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삼지모)’과 같은 길을 걷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그룹은 2006년 삼성 X파일 사건이 터지자 대국민 사과와 함께 외부의 쓴소리를 듣겠다며 소설가 황석영씨와 환경운동가 최열씨 등 각계 인사 8명이 참여하는 삼지모를 구성했다. 그러나 삼지모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2년 만에 와해됐다.

김종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8일 열린 이재용 부회장 처벌 촉구 기자회견에서 “과거 삼성에 비판적 인사들로 삼지모가 구성된 적이 있었지만 아무 성과가 없었다”며 “이번 준법감시위도 삼지모의 전철을 밟을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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