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8일 국회 의장실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협상의 달인'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원구성 협상에서 추진력을 앞세워야 할 상황에 맞닥뜨린 것으로 보인다.
9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당대회준비위원회 1차 회의에 참석해 원구성 협상을 놓고 “김 원내대표에게 최소한 이번주를 넘기면 절대로 안 된다 했다”며 “원구성 협상이 이번주를 넘기면 김 원내대표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이 엄청난 성원을 보내 줬는데 합당하지 않은 이유로 끌려 다니는 것은 아주 잘못된 것”이라며 “그냥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당대표로서, 당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이번주를 넘기면 당 자체가 국민들로부터 추진력이 없고 의석을 몰아줘도 결과를 내지 못하는 당으로 비춰질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표는 8일까지 상임위 구성을 마쳐 정시 개원을 하겠다는 목표를 지키지 못한 만큼 이 대표의 발언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김 원내대표를 압박하는 것은 이 대표뿐만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3차 추가경정예산안 및 포스트 코로나19 대비를 위한 법안 등의 조속한 처리를 원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3차 추경과 관련해 거듭 실기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협상의 달인으로 불리지만 강력한 추진력을 지닌 정치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정치9단'으로 불리는 박지원 의원은 5월11일 한 방송에 출연해 김 원내대표와 관한 한줄 평을 요구받자 주저없이 '추진력'이라고 대답했다.
김 원내대표는 21대 국회 원구성 국면에서 추진력을 앞세워 이해찬 대표가 마감시한으로 제시한 12일 안에 원구성을 마무리지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
김 원내대표와 주 원내대표가 21대 국회 개원 뒤 한 차례씩 서로의 체면을 세워준 만큼 양측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굳이 더 시간을 끌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주 원내대표는 통합당이 5일 본회의에서 국회의장단 선출 표결에 참여하지는 않으면서도 출석은 하도록 결정해 민주당의 참여만으로 21대 국회의 첫 본회의가 열리는 상황은 피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원내대표는 주 원내대표의 상임위별 의원정수 조정 협상요청을 수락해 8일까지 원구성을 마치겠다는 정시개원 목표를 포기했다.
정시개원이 미뤄졌지만 김 원내대표는 통합당을 향한 압박의 강도를 더욱 높였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 대책회의에 참석해 "야당이 시간을 끈다고 결과가 바뀔 일은 없다"며 "무책임한 시간끌기는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원내대표가 앞으로 2년 동안 협상 상대가 될 주 원내대표를 상대로 강공만을 펼치기는 부담이 있는 만큼 협상력도 발휘해 법사위 외 다른 상임위 구성에서 양보할 수도 있다.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은 9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김 원내대표가 법사위원장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주 원내대표에게 당에 돌아가 변명할 수 있는 그런 명분을 주려 (상임위원장 구성을) 12대6에서 11대7로, 예결위원장은 통합당으로 갈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통합당 내에서도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민주당과 원구성 협상과 관련해 법사위 등에 집착하기보다 정책대결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은 주 원내대표가 양보안을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줄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 초선모임 '초선만리'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박수영 의원은 9일 “(원구성 협상과 관련해) 재선 이상은 강경파, 초선은 비둘기파”라며 “저는 비둘기파라 원구성 협상을 빨리 마무리하고 안 되면 지금이라도 들어가 정책 법안으로 싸우자 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