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를 막아내기 위해 국내 증시 방어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주가가 떨어져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투자여력은 늘어났지만 투자 이후 수익률 하락 가능성은 국민연금에게 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장)이 17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4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22일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국민연금은 향후 국내 증시의 상황에 따라 전체 투자자산에서 국내 주식의 비중을 더욱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은 2020년 들어 4조 원 이상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투자하면서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국내 증시 하락폭을 줄이는 데 한몫했다.
이 기조에 따라 국민연금은 2분기(4~6월)에도 국내 증시가 크게 떨어진다면 국내 주식을 사들여 증시 안정화를 돕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장)도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원칙을 지키는 범위 안에서 주식시장 투자를 적극 늘려 증시 안정에 기여하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2020년 말 기준 전체 투자자산에서 국내 주식의 비중을 17.3%로 맞출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1월 국내 주식 3조6690억 원 규모를 팔아 목표치를 맞췄다고 파악됐다.
그러나 지금은 증시 하락세에 따라 국민연금의 전체 투자자산에서 국내 주식의 비중이 17.3%를 한참 밑돌 것으로 추정된다.
22일 코스피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1월 말보다 10.51% 하락했다. 이 수치를 대입하면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가치도 같은 기간 10조 원가량 줄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셈법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전체 투자자산에서 국내 주식의 비중을 22.3%까지 높일 수 있고 30조 원 이상을 국내 주식 매수에 추가로 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의 비중을 높일 수 있는 데에는 기존에 투자 목표치를 높게 잡았던 해외투자·대체투자의 위험이 커진 점도 한몫했다.
국민연금은 호텔 등 해외 부동산을 중심으로 대체투자 비중을 높여왔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해외 부동산 가치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새로운 대체투자를 결정하기 위해 현지시장을 살펴보는 것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이동제한 등 문제로 쉽지 않아졌다.
다만 국민연금이 주식 매입 규모를 늘린다면 수익률 하락을 방어해야 하는 과제 역시 짊어지게 된다.
국민연금은 1월에 자산 운용수익률 0.6%를 나타내 2019년 같은 기간 11.31%보다 급락했다. 국내 주식 운용수익률이 같은 기간 12.58%에서 –2.92%로 하락한 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이기 시작한 3월에는 국내 증시의 하락폭이 1월보다 컸다. 이를 고려하면 국내 주식 운용수익률이 1월 말보다 더욱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박 장관은 “코로나19로 기금 운용여건이 어렵지만 손실을 최소화하고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방어해 국민연금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