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깊어가는 보험업 불황, 삼성화재 디지털과 해외진출로 활로 모색
손해보험업계 1위인 삼성화재도 보험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은 피해 가지 못했다.
삼성화재의 실적 부진은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손해율이 높아진 만큼 보험료를 올리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보험료 인상은 쉽지 않다.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이고 실손의료보험은 많은 국민이 가입했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보험료 인상폭을 정부가 통제하고 있다.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은 디지털 혁신에 무게를 둬 활로를 찾고 있다.
최 사장이 공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카카오와의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이다.
카카오는 인공지능 기술과 각종 콘텐츠를 접목할 수 있는 보험상품 등이 필요하고 삼성화재로서는 보험상품을 유통하기 위한 인공지능 기술과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았다.
금융권 최초로 인슈어테크 CVC펀드를 조성해 4년 동안 400억 원 규모로 신기술 및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에 투자도 추진하고 있다.
최 사장이 디지털혁신과 함께 삼성화재의 ‘출구전략’으로 제시하는 키워드는 ‘글로벌’ 이다.
포화상태인 대한민국 보험시장을 넘어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찾겠다는 것이다.
삼성화재는 2019년 9월 영국 로이즈시장의 캐노피우스에 약 1700억 원을 투자해 전략주주로 경영에 참여하는 지분투자를 마쳤다.
삼성화재는 올해 주요 주주로서 이사회에 참여하며 선진 보험사로서 역량을 키우고 글로벌 보험시장에서 다양한 전략적 협업을 진행하며 역량을 다질 것으로 보인다.
◆ 턱밑까지 쫓아온 메리츠화재, 장기인보험시장 격차 벌려야
디지털과 글로벌은 삼성화재뿐만 아니라 금융권 전반의 화두라고 할 수 있다.
메리츠화재는 2017년 치아보험을 시작으로 장기인보험 비중 확대에 나서고 있는데 2019년 장기인보험의 신계약 매출을 2배가량 늘리며 신계약 매출로 1695억 원을 올렸다.
2019년 손해보험사들의 순이익 실적이 30%가량의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메리츠화재는 순이익이 28.4% 증가했다.
장기인보험 손해보험 업계 1위인 삼성화재와 격차를 42억 원까지 좁혔다.
최 사장은 손해보험업계의 미래 시장이라 할 수 있는 장기인보험에서 메리츠화재에 쫓기고 있는데 격차를 다시 벌려야 한다.
◆ 최영무, 손해보험업계 주가 하락에도 삼성화재 주가 하락 최소화
최 사장이 2018년 3월23일 대표이사에 오른 뒤 삼성화재의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주가는 2018년 3월23일 종가 기준 27만7700원 이었으나 2020년 3월20일 12만9500원으로 주식시장을 마감했다.
취임 2년 만에 주가가 50% 넘게 빠졌지만 손해보험 업황이 악화하고 주요 손해보험사의 주가도 크게 떨어진 점을 고려했을 삼성화재는 주가에서 선방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2019년 삼성화재의 주가 방어는 다른 손해보험사들보다 성공적이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전 세계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인 만큼 최 사장의 경영 때문에 삼성화재의 주가가 하락한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 삼성화재에서만 30년 유일한 내부승진 대표이사
최 사장은 1987년 삼성화재의 전신인 안국화재에 공채로 입사한 뒤 삼성화재에서만 30년 넘게 근무했다.
대리점 영업부와 지점 등 현장에서 보험 실무를 익혔고 인사팀장으로 일했다. 전략영업본부장, 자동차보험본부장 등 내부 부서만 거쳐 대표이사까지 오른 유일한 인물이다.
내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대표이사 오른 만큼 삼성화재 임직원들의 신임도 높다.
최 사장은 삼성화재의 실적 악화로 한때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있었다.
삼성화재가 2019년 그룹 계열사 경영평가에서 금융계열사 가운데 가장 낮은 B를 받았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2020년 1월 삼성의 금융계열사 인사이동에서 자리를 지켰다. 삼성그룹은 단기적 성과보다는 혁신과 미래 준비에 적임자라는 판단에 따라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 ‘끝장토론’ 가능한 실무 전문가
최 사장은 자산운용을 제외하고 삼성화재 안에서 경험해보지 않은 업무가 없다고 할 정도로 보험업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화재 대부분 직원을 상대로 끝장토론을 벌일 수 있을 만큼 모든 업무를 꿰뚫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최 사장이 삼성화재 사장으로 내정 됐을 때 삼성화재 내부에서는 부담스럽다는 말도 나왔다.
그동안 외부에 영입된 사장들은 취임 초기에 업무파악 등으로 느슨한 점이 있었는데 최 사장은 업무뿐만 아니라 내부 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