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그리는 ‘퍼스트 무버’ 전략의 중심에는 젊은 인재들이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은 자율주행과 친환경차, 커넥티비티 등 미래차시대의 핵심기술로 꼽히는 분야에 연공서열을 타파하고 여러 전문가들을 서둘러 발탁하고 있다.
◆ 정의선체제에서 연구개발 기술직 ‘젊은 인재’ 발탁 많아져
12일 현대차그룹의 임원 현황을 살펴보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미래 기술 관련 보직에 40대 초중반의 젊은 인력들이 상무로 발탁된 사례가 많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 (왼쪽부터) 김세훈 현대기아자동차 연료전지사업부장 전무, 추교웅 인포테인먼트개발센터장 전무, 장웅준 자율주행개발센터장 겸 자율주행개발실장 상무. |
2019년 3분기까지만 해도 현대차의 미래 기술과 관련한 보직을 맡고 있는 비교적 젊은 인력들은 안형기 인포테인먼트설계실장 상무(1976년 출생)와 장웅준 자율주행개발센터장 겸 자율주행개발실장 상무(1979년 출생) 등이 전부였다.
하지만 2019년 12월 말 실시된 수시인사에서 197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인력들이 대거 상무로 승진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오재창 현대기아차 CorpDev팀장 상무가 대표적이다. 오 상무는 1978년 출생으로 ‘2019년 12월 수시인사의 최연소 임원 승진자’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오 상무는 해외파 인재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시카고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노무라증권과 UBS,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등 금융권에서 일하다가 현대차에 합류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기술 핵심 부서로 꼽히는 전략기술본부 산하 CorpDev팀 팀장으로서 그룹의 5대 미래 혁신성장 분야인 모빌리티 서비스와 스마트시티, 에너지, 로봇, 인공지능 등의 사업 관련 전략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동건 연구개발경영기획실장 상무도 1977년 태어나 젊은 축에 속한다.
이 상무는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비개발팀 책임연구원과 연구개발경영지원팀장, 차량성능전략팀장 등을 거친 엔지니어다.
권해영 인포테인먼트개발실장 상무는 1975년 태어나 경상대학교 금속재료과를 졸업해 전자통합제어개발팀, TMS설계팀, 제어개발팀 책임연구원과 차량IT선행개발팀장 등을 역임했다.
전순일 연료전지설계실장 상무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핵심 전략인 수소차 분야에서 활약하는 엔지니어다.
전 상무는 1974년 태어나 서울대학교 기계설계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원 재학 시절 하이브리드 차량 관련 논문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따냈는데 이후 현대차에 입사해 연료전지시스템개발팀, 연료전지성능개발팀 책임연구원과 연료전지설계팀장 등을 맡으며 수소차 분야에서 역할을 했다.
젊은 상무들의 보직을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현대차그룹이 무게를 두고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연구개발 부서의 실무책임자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경영을 이끌 때만 해도 기술직보다는 경영관리직 중심으로 연공서열을 타파한 인재를 발탁하는 경향이 많았다.
그러나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에서는 자동차라는 제품의 핵심 역량인 기술부문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졌다고 볼 수 있다.
◆ 전무급 인력에도 ‘젊은 피’ 전문가 대거 포진
이런 젊은 인력들 위에는 ‘노하우’를 쌓아온 전문가들이 중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수소차 연구개발의 선봉을 맡고 있는 연료전지사업부의 수장인 김세훈 전무는 현대차 수소차 개발 역사의 ‘산 증인’으로 평가받는다.
김 전무는 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은 뒤 독일 아헨공과대학교에서 기계공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3년 현대차에 입사하면서 선임연구원으로 연료전지개발팀에 합류했다. 입사할 당시 현대차가 수소차 연구개발을 시작한 것은 채 5년이 안된 시기였는데 당시 정몽구 회장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수소차 개발에 온 힘을 쏟을 수 있었다.
현대차그룹이 수소차 개발과 보급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2018년 10월 출범한 연료전지사업부의 초대 수장을 맡았으며 2019년 말 전무로 승진하며 위상을 더욱 높였다.
추교웅 인포테인먼트개발센터장 전무도 현대차그룹의 커넥티드카 역량을 높이는데 주력 자원으로 일하고 있다.
추 전무는 1974년 태어나 2018년 말 상무로 승진한 지 1년 만인 2019년 말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당시 전무로 승진한 1970년대 출생은 설영흥 전 중국사업총괄 고문의 아들인 설호지 중국전략담당 전무를 포함해 단 2명 뿐이었다.
추 전무는 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내비게이션 지도와 소프트웨어 개발을 전담하는 현대엠엔소프트의 기타비상무이사를 역임하기도 했으며 현대차에서는 AVN(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실장을 맡기도 했다.
현대차 실리콘밸리연구소에서 일할 때 구글과 협력해 커넥티드카 서비스인 안드로이드오토 개발의 실무를 맡으며 역량을 인정받은 뒤 꾸준히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2019년 3월 출시한 8세대 쏘나타부터 강화해 제네시스 브랜드까지 확장하고 있는 인포테인먼트 기술도 모두 추 전무의 주도 아래 나온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음성인식 인공지능시스템 △차량 내 결제시스템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등의 최첨단 편의사양을 신차에 확대 적용하며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2017년 이후 ‘현대차그룹 최연소 임원’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는 장웅준 상무도 자율주행 전문가로서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
장 상무는 1979년 태어나 만37세 나이인 2017년 2월에 현대차 상무로 승진했다. 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에서 전기공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ADAS개발전략팀장과 개발실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자율주행개발센터장 겸 자율주행개발실장을 맡아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연구개발 전략을 수립하는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2019년 9월 미국 뉴욕에서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현대차그룹의 미국 자율주행 전문기업 앱티브와 합작기업을 설립한다고 밝혔을 때 정 수석부회장의 왼편에 장 상무가 동행했을 정도로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