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올해 수주목표를 달성하는 데 이상조짐이 감지된다.
글로벌 에너지회사들이 잇따라 2020년도 자본지출(CAPEX)을 삭감하면서 삼성중공업이 선박이나 해양플랜트 수주를 노렸던 자원 개발계획들도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대규모의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발주를 동반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스전 개발계획들 가운데 모잠비크의 2개 프로젝트가 중지됐다.
자원 개발 전문매체 업스트림은 미국 에너지회사 엑슨모빌(ExxonMobil)이 모잠비크 로부마(Rovuma) LNG 프로젝트의 모든 일정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낮아진 에너지 가격과 코로나19 탓에 엑슨모빌의 투자심리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앞서 7일 엑슨모빌은 2020년도 자본지출을 330억 달러에서 230억 달러로 30%가량 줄였다.
3월 말에는 프랑스 에너지회사 토탈(Total)이 올해 자본지출의 20% 삭감을 발표하고 모잠비크 LNG 1구역(Area1) 프로젝트의 중단 가능성을 외신들이 언급했다.
삼성중공업으로서는 아쉬운 상황이 됐다.
토탈은 1구역 프로젝트에 필요한 LNG운반선 16척을 확보하기 위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LNG운반선 건조 슬롯을 8척분씩 예약해 뒀다. 엑슨모빌은 로부마 프로젝트에 쓰일 LNG운반선 14척분의 슬롯을 모두 삼성중공업에 예약했었다.
LNG운반선 22척은 3월의 평균 건조가격 기준으로 40억9200만 달러(5조 원가량)치다. 삼성중공업의 올해 수주목표인 83억 달러의 49.3%에 이르는 규모다.
조선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두 프로젝트의 진행이 중단됐을 뿐 슬롯 예약이 취소되지는 않았다. LNG운반선 22척의 수주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 안에 발주가 확실하다고 여겨졌던 프로젝트들 대신 다른 발주건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삼성중공업의 2020년 수주계획이 어그러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직 카타르 노스필드(North Field) 프로젝트의 LNG운반선 40척과 사우디아라비아의 LNG운반선 15척, 러시아의 쇄빙 LNG운반선 10척이 남아있기는 하다.
그러나 카타르 LNG운반선과 러시아 쇄빙 LNG운반선은 모두 현대중공업(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3사와 중국 후동중화조선이 경합하는 물량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LNG운반선은 현대중공업의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조선업계는 바라본다.
삼성중공업은 해양부문에서도 아쉬운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
업스트림과 OE디지털 등 복수의 해양자원개발 전문매체들에 따르면 네덜란드 에너지회사 로열더치쉘(Royal Dutch Shell, 쉘)이 나이지리아 봉가사우스웨스트(Bonga Southwest) 프로젝트의 진행을 망설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이 프로젝트에 필요한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의 수주를 놓고 중국해양석유엔지니어링(COOEC)-이탈리아 사이펨(Saipem)의 컨소시엄과 경합하고 있다.
이 설비는 발주규모가 15억~20억 달러(1조8천억~2조4천억 원가량)로 예상되며 삼성중공업이 현지에 합자조선소를 보유하고 있어 수주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쉘은 아직 설비 상업입찰의 일정을 변경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3월 말에 올해 자본지출을 50억 달러(20%) 줄이기로 결정하고 미국 레이크찰스(Lake Charles) 프로젝트에서 이미 발을 뺐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나이지리아 현지의 이동제한 명령(락다운)과 쉘의 자본지출 삭감 등을 고려하면 봉가 해양플랜트가 올해 발주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바라봤다.
삼성중공업은 1분기 말 기준으로 2020년 수주목표 83억 달러의 3.6%만을 채웠다. 하지만 선박 수주에 조급한 태도를 보이지는 않고 있었다.
이는 상선부문 수주를 LNG운반선 예약물량 중심으로, 해양부문 수주를 봉가사우스웨스트 프로젝트 등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해양플랜트 중심으로 풀어나가며 하반기에 많은 수주를 쌓겠다는 계획을 세워뒀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선부문과 해양부문 모두 전망이 불투명해진 만큼 글로벌 조선업황의 부진에 더욱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글로벌시장에서 선박은 233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발주됐다. 2019년 1분기와 비교하면 발주량이 71% 줄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슬롯 예약분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카타르처럼 발주 물량이 많은 프로젝트들의 선박 수주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며 “영업에 더욱 집중해 올해 수주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