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제21대 총선이 끝나면 2022년 3월 대선까지는 2년 남짓 남게 된다.
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들에게 이번 총선은 다음 행보를 위한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유승민 통합당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이 다음 보수진영의 주도권을 잡고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을까?
■ 방송 : 총선특집
■ 진행 : 곽보현 부국장
■ 출연 : 류근영 기자
◆ 꽃길만 걸어온 황교안, 보수 대선주자로 완주할 수 있을까
곽 :
황교안 대표 얘기부터 시작해보죠. 황 대표는 한때 여야를 통틀어 대선주자 1위에 오르기도 했고 지금도 보수진영에서는 독보적 선두주자로 꼽히는데요.
국무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내며 존재감을 알렸지만 따지고 보면 작년 2월 자유한국당 대표로 선출된 뒤부터 정치를 시작한 정치신인이잖습니까.
이번 총선이 어떻게 보면 정치인으로서 가장 큰 시험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통합당 상황을 보면 심상치 않은 것 같은 분위기에요.
일단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공천작업에서 큰 잡음이 일어났고요.
통합당 내부에서도 공천후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과연 황 대표가 보수진영의 대표로 다음 대선까지 완주할 수 있을까요?
류 :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두 가지로 살펴볼 수 있는데요. 일단 통합당 내 상황과 통합당의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의 상황, 두 가지를 보면 황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모습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통합당 내 다른 계파에서 이번 공천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유승민계 이혜훈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유명하고 인기 있는 사람들은 다 배제되는 이상한 선거가 되고 있다”며 “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탈락시켰는데
황교안 대표 뜻인지 잘 모르겠지만 누가 표를 얻을 지 걱정되는 선거”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황 대표가 총선 흥행을 저해하면서까지 보수진영 내 잠재적 경쟁자를 쳐냈다는 것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볼 수 있고요.
공천이 확정된 지역들에서 무소속 출마도 줄을 잇고 있습니다. 나중에 선거에서 공천에서 밀려난 사람이 당선되거나 혹은 보수 표가 분산돼 민주당 등 상대방에 패배하는 사례가 생기면 그만큼 황 대표의 입지도 약해지겠죠.
미래한국당 상황은 더 심각해 보입니다.
미래한국당에서 마련한 비례대표 명단을 보면 애초 황 대표와 미래통합당이 추천한 사람들이 후순위로 밀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황 대표와 미래한국당 쪽 갈등이 불거졌고 한선교 대표가 결국 대표에서 물러났고요.
그 뒤 한선교 전 대표는 “황 대표가 박진 전 의원과 박형준 전 의원의 미래한국당 공천을 요구했다”는 뒷 이야기까지 언론에 공개하면서
황교안 대표를 더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했습니다.
곽 :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 위기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한선교 전 대표도 물러나고 새로 원유철 대표체제가 들어섰고요. 황 대표 뜻에 맞지 않는 비례대표 순번을 낸 공병호 공천관리위원장도 물러났습니다.
잘 수습이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어쨌든 당 안팎으로
황교안 대표 리더십에 타격을 주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거네요.
류 : 네. 이런 어려움들의 이면을 살펴보면 황 대표가 지난해 2월에 자유한국당 대표로 정치를 막 시작한 정치신인이기 때문에 기존 정치적 기반이 약하고 정치 경험이 미숙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황 대표가 정치 쪽과는 코드를 잘 못 맞추고 있다는 평가도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보수진영에서 황 대표를 바라보는 시선도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작년 초만 하더라도 당시 자유한국당 사람들을 좀 만나보면 “
황교안 대표가 정치신인인데도 카리스마가 장난 아니고 생각보다 엄청 잘하고 있다” 이런 얘기가 들렸는데요.
최근에는 이 쪽 사람들이 “총선 끝나면
황교안 대표체제가 보장된다는 법 없다”는 등의 얘기를 하며 회의적 시각을 내비치고 있는 거 같아요.
더 큰 문제는
황교안 대표가 이번 총선 때 원내 진입이 쉽지 않다는 겁니다.
곽 : 그 부분은 지난 시간에 이낙연 전 총리 얘기할 때 짚어보긴 했는데요. 선거에서 황 대표가 이 전 총리에게 많이 밀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금뱃지를 다느냐 마느냐는 천지 차이거든요.
만약 다른 지도자급 인사들이 21대 총선에서 국회로 입성했는데 황 대표가 원외에 머물게 된다면 당내 세력이 다른 경쟁자들에게 집중될 수 있단 말이죠.
황 대표는 왜 이렇게 어려운 선택을 하게 된 것일까요?
류 : 황 대표가 험지인 종로에 출마하는 결단을 내렸기 때문에 공천 물갈이에 힘이 실린 것도 사실입니다.
황 대표가 만약에 당선 안정권인 지역으로 가거나 비례대표 1번을 받았다면 통합당 내 중진들이 ‘자기는 편한 길 가고 나만 자르느냐’ 반발이 더 심했을텐데 누가봐도 험지, 그 이상의 사지로 가니 반발은 약해질 수밖에 없죠.
일단 미래통합당 물갈이폭이 어느 때보다 컸다는 점에서
황교안 대표에게 유리해진 측면이 있습니다.
정치신인인
황교안 대표가 자기의 지지기반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는 셈이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나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 향후 황 대표의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 있는 거물급 인사들이 공천에서 빠졌죠.
그야말로 새 집을 지을 수 있는 새로운 터가 준비됐습니다.
곽 : 물론 황 대표가 정치적 역량을 발휘할 수만 있다면 더 없이 좋은 기회일 것 같습니다.
원내 진출에 실패했지만 화려하게 정치권 복귀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강한 명분과 확고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어야 장렬하게 전사한 뒤 다음 행보를 노릴 수 있지요.
이를 위해서는 자신은 낙마하더라도 전체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의 승리의 주역이 되고 정치적 능력을 입증해야만 합니다. 과연 황 대표가 이번 총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까요?
류 : 지금으로서는 선거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판세가 완전히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지난 지방선거 때는 미래통합당 전신 자유한국당이 완패를 했는데 이 때는 사실 선거 전부터 대세가 정해진 분위기였고요.
지금은 정권 견제심리가 어느정도 작동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인 듯 합니다.
코로나19 변수도 누구에게 유리할지 변동성이 있고요. 준연동형 비례제 도입, 위성정당 등의 이슈가 모두 여야에 작용하고 있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가늠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보수나 진보 모두 기존 콘크리트 지지층 외 스윙보터, 즉 부동층에 해당하는 중도성향 유권자 표심을 잡아야 하는데요.
문제는 황 대표가 중도 확장성이 약한 것으로 평가된다는 점입니다.
곽 : 중도 확장성이 약하다는 것은 황 대표가 지나치게 보수적 행보를 보였기 때문에 중도층의 지지를 받는 데 한계가 있다는 말인데 생각해 보면 상당히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류: 네. 총선은 논외로 하더라도 황 대표가 아직까지 정치인으로서 자기 브랜드도 확실히 만들지 못했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힙니다.
황 대표하면 그저 ‘문재인 정권 심판’ 밖에는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단 말이죠. 이게 투쟁 구호는 될지언정 “아 저 사람에게 이 나라를 맡겨도 되겠다”는 마음이 들도록 확신을 심어주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곽 : 황 대표가 ‘민부론’을 내놓은 적이 있긴 있죠.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민부론이 뭔지 기억도 잘 안 납니다.
예를 들면 정말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서민을 없애는 정당’을 내세워 보면 어떨까요?
"진보쪽은 서민을 위하는 정당, 서민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서민지원 나서기 때문에 서민들은 모두 저쪽을 좋아한다. 서민은 우리를 절대로 좋아하지 않는다.
진보는 서민이 계속 늘어날수록 유리하다. 우리는 서민이 줄어들수록 유리하다. 그래서 우리는 서민을 없애가기로 했다. 매일 서민 1명씩을 없애고 중산층으로 만들어 버리겠다. 서민을 중산층으로 탈출시키겠다.
서민탈출 정당, 서민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리는 정당을 만들겠다."
이런 것을 내세우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 홍준표, 대구에서 지지기반 만들어 보수 주도권과 대선 길 노리나
곽 : 황 대표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요. 이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얘기를 해보죠.
원래 미래통합당 후보로 나오기 위해 경남에 출마하려고 했다가 결국 컷오프됐죠?
그리고 무소속으로 출마하기로 한 곳이 대구 수성을입니다.
자유한국당 대표를 그만둔 뒤 거의 2년 만의 정치권 귀환인데요. 단순히 국회의원하려고 무소속까지 감행하며 출마하는 건 아니겠죠?
류 : 네. 홍 전 대표는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2위를 한 바 있습니다.
물론 표 차이는 컸지만 2위였기 때문에 한 발만 더 다가서면 대통령이 됐겠다. 이런 생각이 있었을 거에요.
정치하는 사람들 보면 선거에 중독된다는 말도 있는데요. 홍 전 대표도 대통령의 꿈을 버리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홍 전 대표는 이번에 대구 수성을 출마를 밝히면서 “대구의 자존심을 살리고 대구를 풍패지향으로 다시 만들고자 한다” “박근혜 정권 이후 대구로 정권을 되찾아올 사람은 이젠 저
홍준표뿐이라고 감히 말씀드린다”라고 말했습니다.
풍패지향은 중국 한나라 고조 유방의 고향 풍패에서 유래된 말로, 제왕의 고향을 뜻합니다.
곽 : 듣고 보니 총선 출마라기보다 대선 출정식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대구에 출마하며 여러 가지를 고려했겠죠?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곳이니 당선 가능성도 높을 거고 대구에서도 수성구가 정치 1번지로 꼽히는 만큼 상징성도 있고요.
그런데 대선주자를 노리는
홍준표. 대구를 선택한 더 깊은 뜻도 있을 것 같은데요.
류 : 한국 정치사를 보면 지역적 기반이 매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특히 대선주자급 인물들에게는 더 그런데요.
과거 정치를 주름잡던 3김시대의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세 사람 모두 각각 부산경남, 호남, 충청도 지역기반을 토대로 정치적 영향력을 키웠습니다.
비교적 근래에 박근혜 전 대통령도 대구‧경북의 전폭적 지지를 기반으로 대통령에도 오르는 데 큰 힘을 받았고요.
아마
홍준표 전 대표는 박근혜라는 구심점이 사라진 대구경북에서 새로운 대구경북의 맹주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 같습니다.
일단 대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이 지역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아 총선 이후 보수의 재개편이 이뤄질 때 보수 주도권을 잡는다는 계획인 셈입니다.
곽 : 원래 미래통합당 지도부나 공천관리위원회는 홍 전 대표가 수도권이나 서울 쪽에 출마할 것을 요구했는데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게 결국 지역 기반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네요.
수도권 쪽은 일단 통합당이 불리한 지역이기도 하고 잘 해본다 한들 종로에 출마하는
황교안 대표의 들러리가 될 수도 있는 노릇이잖아요.
서울 수도권에서 여러 대선주자 중 하나가 되느니 지역에서 맹주가 되겠다는 속셈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류: 네. 애초 홍 전 대표는 출마지를 선택하기 이전에 대구나 경남 고향에 출마한다고 한 적이 있는데요.
이번 총선을 통해 대구경북이나 경남권을 자기 지지기반으로 삼을 생각이 처음부터 있었던 거죠.
다만 홍 전 대표는 무소속의 한계를 넘어 당선되는 일이 우선입니다.
인지도가 높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미래통합당 간판이 없으면 득표율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영남권에서 지역구 공천에 떨어지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낙선한 사례도 적지는 않습니다.
당선되더라도 통합당 복당하는 문제도 남아있고요.
곽 :
홍준표 전 대표가 통합당 복당 의사는 확실한 거 같은데요.
2016년 20대 총선 때도 공천에서 배제돼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가 복당한 사례가 꽤 있어요.
유승민 의원이 20대 총선 때 박근혜 대통령과 갈등 때문에 친박계로부터 배제 당하고 공천에서 물러났지만 원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서 당선된 뒤 복당한 바 있습니다.
그 후 어쨌든 비박계의 수장 역할을 하며 바른정당을 창당하며 대통령 후보에 오르는 등 존재감을 키웠는데
홍준표 전 대표도 비슷한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홍준표 전 대표가 이미 두 번이나 당대표를 맡은 경험도 있고 기회를 잘 포착하는 사람이라 총선 이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궁금하네요.
류 : 네. 그렇습니다. 다만 홍 전 대표에게는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항상 지적사항으로 나옵니다.
다른 지도자급 정치인들을 보면 대개 자기 계파를 거느리는 사례가 많은데요.
홍준표 전 대표를 보면 딱히
홍준표계라고 할 만한 사람이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과거
홍준표계로 꼽혔던 사람들도 많이 다른 데로 갈아탄 것 같고요.
홍 전 대표 캐릭터가 좋게 말하면 강단 있고 화끈한 측면은 있지만 독단적 성격도 좀 있고요. 주변 사람을 잘 챙겨서 주위에 따르는 사람이 많은 스타일은 아니지요.
당대표를 두 번 지낸 적이 있지만 모두 계파 갈등이 심하고 당의 위기가 불거지는 상황에서 대표를 맡았고, 두 번 다 결과가 좋지는 않았습니다.
곽 : 홍 전 대표가 정권 공격수 역할은 잘했지만 한계도 있습니다.
홍 전 대표가 대표에 올랐을 때 정치계 원로를 만나면서 "야당하기 너무 쉽다. 여당이 내놓은 것을 반대만 하면 된다"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러나 이것은 홍 전 대표의 오판입니다. 비판만 하다 보니 나의 얘기보다는 상대방 얘기만 하게 되는데 이러면 이길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눈을 감고 기린을 떠올리지 말라’고 말을 한다면 그 사람은 자연스럽게 기린을 머릿속에 떠올릴 수밖에 없는데 말이죠.
그동안 홍 전 대표나 야권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소득주도성장은 잘못됐다’고 얘기하면 이미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단어를 한번 말했기 때문에 결국 듣는 사람들은 소득주도성장을 한번 떠올리게 됩니다.
이러면 백전백패입니다. 질 수 밖에 없는 게임입니다.
상대방의 프레임과 키워드를 언급하지 말고 나만의 키워드를 개발해 외치면서 이기는 게임으로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습니다.
◆ 유승민 안철수, 총선 후 보수 대개편에 어떤 카드 내세울까
곽: 이번 총선에 불출마하지만 상당히 주목받는 사람들도 있죠?
유승민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두 사람은 댜음 당권과 대선주자로 거명되는 것 같습니다.
총선 이후 어떤 행보를 보일까요?
류:
유승민,
안철수 두 사람 모두 다음 보수진영의 주도권을 노리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대선에 나갈 꿈을 품고 있을텐데요.
곽: 선거가 끝나면 보수진영이든 진보진영이든 정계개편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겠죠.
특히 이번 총선 뒤에는 보수진영은 상당히 큰 폭의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래통합당 공천을 통해 인물들이 교체됐고 여기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사람들도 있고 총선을 앞두고 통합, 탈당과 이적 등도 많았거든요.
총선 결과에 따라 각 계파와 세력들이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정계개편이 이뤄질텐데요. 여기서
유승민 안철수 두 사람도 보수 주도권을 노릴 수 있다는 말이군요.
그러려면 일단 황 대표가 물러난다는 게 전제돼야 하는데 어떻게 전망되나요?
류 : 앞서
황교안 대표 얘기를 할 때도 나왔지만 일단 종로에서 황 대표가 승산이 그리 높진 않고요. 황 대표가 원내 진출을 못하면 그만큼 주도권을 유지하는 게 쉽진 않을 겁니다.
이 점에서는 애초에 총선에 불출마하는
유승민,
안철수 두 사람도 마찬가지고요.
다만
황교안 대표는 총선에 책임이 무거운 상태입니다. 통합당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며 사실상 선거전의 총사령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죠.
곽 : 책임이 크기 때문에 총선 결과에 따라 황 대표의 정치운명도 달라지겠네요. 그런데 총선을 앞두고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 위기가 거듭되고 있단 말이죠.
앞서
황교안 대표 얘기를 할 때도 나왔지만 미래한국당과 불협화음 등 곳곳에 위기의 조짐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런 리더십의 위기는 총선 결과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또 총선 결과가 안 좋으면 황 대표 정치생명도 치명타를 입게 됩니다.
황 대표가 어려운 상황인 것은 분명한 듯 합니다.
그러면
유승민 안철수 두 사람은 총선 이후 보수 주도권을 잡을 만한 어떤 카드를 들고 있을까요?
류 : 일단 두 사람 모두 미래통합당 내 측근들을 포진시켜 놓았습니다.
당초
유승민 의원 측근들은 미래통합당 공천에서 대거 배제되는 분위기였는데요.
막상 결과를 보니 아주 비관적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유승민계로 볼 수 있는 하태경 의원은 원래 지역구인 부산 해운대갑에 공천을 받았고요.
이혜훈 의원은 지역구 서울 서초갑에서 험지인 서울 동대문을로 옮기긴 했지만 공천은 받았습니다. 원래 동대문을이 민주당이 우세한 곳이지만 이곳에서 민주당 공천 갈등이 있어 이혜훈 의원으로서는 다소 유리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이밖에
유승민계 현역의원들과 원외인사들도 꽤 공천장을 받았습니다.
곽 :
유승민계 외에 기존 통합당 내 의원들 가운데도
유승민 의원을 지지하는 사람이 더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통합당 내 비박계 의원들 중 처음에 유 의원이 바른정당을 만들 때 함께 했던 사람도 많이 있지 않습니까?
유 의원이 대선후보 경험도 있고 인지도도 높은 사람이라 통합당 내에서 유 의원을 지지하는 사람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황교안 대표와 비교해 온건하고 합리적이라는 이미지도 있고요.
그럼
안철수 대표는 어떤 무기가 있나요?
류:
안철수 대표쪽 사람들도 통합당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나옵니다.
김삼화, 김수민, 김중로, 이동섭 이런 이들이 이번에 통합당에 입당해 공천을 받았습니다. 이밖에도
안철수 대표와 가까운 원외인사들도 여럿 공천을 받았습니다.
총선 이후
안철수계 의원들이 통합당으로 당선되면
안철수 대표도 보수진영 내 지분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죠. 보수 주도권 장악에도 큰 힘이 되겠고요.
안 대표 본인은 총선에 불출마하지만 그렇다고 총선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닌데요.
비록 국민의당이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지만 비례대표에서 승부를 걸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얼마나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비례대표 의원을 내느냐가
안철수 대표의 다음 행보를 결정짓는 데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입은 대구에 내려가 의료봉사를 하면서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곽 : 네. 그런거 같아요.
안철수 대표가 원래 의사였잖습니까. 의료봉사하는 모습을 TV에서 보니까 정말 좋은 이미지가 남더라고요.
국민의당 지지율도
안철수 대표의 지지율과 동반상승할 수도 있겠네요.
유승민,
안철수 두 사람이 콘텐츠는 있는데 뭔가 2%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어요.
앞으로 이 두 사람이 대선주자로 나아가려면 어떤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할까요?
류 : 총선과는 거리가 먼 얘기일 수도 있지만 앞으로 대선을 바라본다면 여야를 막론하고 ‘경제대통령’을 선점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지금이야 코로나19, 여야 정쟁 등이 크게 보이지만 곧 경제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사실 경제문제는 국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로 삶에 직결된 거지요.
코로나19도 점점 보건문제에서 경제문제로 넘어가는 분위기고요.
곽 : 네. 미국의 빌 클링턴 대통령도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는 유명한 말로 대통령 선거 주도권을 잡는 데 힘을 얻었죠.
우리나라도 정권교제의 순간마다 경제이슈를 잡은 대통령 후보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IMF 경제위기 무렵에 경제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준비된 대통령’을 내세우며 ‘법조 엘리트’이자 국무총리 출신 이회창 전 총재와 차별화했고요.
이명박 대통령은 기업인 출신이란 점을 내세워 현장에서 발로 뛴 경제인 이미지를 활용했죠. ‘현대건설의 중동건설 신화를 쓴 장본인’이라는 점도 강조했고요.
사실 건설현장은 잘 알아도 국가경제를 어떻게 할지는 그닥 내세운 것이 없는데 국민들은 한 기업을 이끈 것에서 국가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류 : 이런 점에서 경제학자 출신인
유승민 의원과 벤처기업가 출신
안철수 대표는 ‘경제대통령’ 이미지를 선점하는 데 유리한 측면이 있을 것 같습니다.
경제이슈 선점은 중도층 공략이 반드시 필요한 보수진영에서도 더 효과적 전략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곽 :
유승민 의원은 경제학 박사에 KDI 출신의 정통 경제학자라 경제 현안에 해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잘 아는 만큼 과감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이슈를 내놓는 데는 부족한 측면 있었던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너무 많이 아니까 겁이 난는거죠. 이게 문제입니다. 좀 더 과감하게 국민에게 와 닿는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예를 들어 10%인 부가가치세를 5%로 낮추고 지역차등의 소비세를 신설하는 파격정책을 내세우면서 "집권하면 모든 사람들이 지금보다 모든 물건들을 싸게 살 수 있게 만들겠다"고 해보세요.
엄청난 논쟁들이 폭풍처럼 밀려오겠지만
유승민 의원은 이미 정국의 판을 잡아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너무 많이 알고 조심스러워서 이런 키워드를 던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제전체를 흔들 수 있는 키워드 선점을 고민해야 합니다.
안철수 대표도 벤처기업인 출신이라는 장점 살리지 못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경제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한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오래 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안철수 대표를 만난 적이 있는데 안 대표가 경제와 관련해 이야기를 하는데 여기저기서 많이 듣기는 했지만 완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하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벤처기업가로서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살아있는 이야기를 하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렇게 오늘
황교안 대표,
홍준표 전 대표,
유승민 의원,
안철수 대표까지 총선을 앞둔 야권의 주요 인물들에 관해 살펴봤습니다.
다음 시간부터는 여당에서 주목할 격전지, 그 다음에는 야당에서 주목할 격전지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