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지난해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사들인 뒤 권홍사 회장이 직접 “조양호 회장과 친분을 고려해 투자목적으로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해 매입했다”고 말하기도 했던 만큼 조원태 회장측에 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한진그룹과 반도건설은 권홍사 회장이 지난해 조원태 회장에게 한진그룹 명예회장 및 그룹 유휴자산 개발참여 등 실질적 경여참여를 요구했었다는 의혹을 두고 서로 원색적 표현도 거침없이 사용하며 치열한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반도건설이 "조원태 회장이 먼저 도와달라며 권홍사 회장에게 만나자는 요청을 했다"며 "조 회장을 만난 시기의 지분율은 2~3%에 불과했기 때문에 명예회장 요청 등 경영참여를 요구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반박하자 한진그룹은 "지난해 12월 10일과 12월 16일 서울 임페리얼호텔에서 권 회장의 요청으로 만났다"며 "지난해 12월6일 기준 반도건설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6.28%로 당시의 상황을 고려하면 명예회장 요청은 협박에 가까웠다"고 재반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최대 의결권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역시 반도건설의 한진그룹 경영참여 의도를 두고 의심의 시선을 보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한진칼 주총 의안 분석 보고서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배구조 문제의 당사자이고 반도건설은 한진그룹이 보유한 토지 등을 활용한 사업기회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주주연합이 공통의 경영철학으로 회사를 운영할지 의심이 들어 주주연합 이사후보를 대상으로 의결권 불행사를 권고한다”고 제안했다.
주주연합이 처음 손을 잡으며 한진그룹의 경영을 바로잡아 국내 항공업 경쟁력 강화에 힘을 보태고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 각 주주들의 노림수는 항공사 경영보다는 다른 데 있었다고 본 것이다
KCGI는 투자차익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한진그룹 경영복귀를 각각 목표로 했다면 반도건설은 한진그룹의 부동산 개발이익을 노린 모양새다.
애초 권홍사 회장이 조원태 회장 쪽에 설 것으로 예상됐으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등과 손을 잡은 이유 역시 한진그룹의 유휴자산을 활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한진그룹이 보유한 대표적 유휴자산으로는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제주도 정석비행장, 파라다이스 호텔 등이 꼽힌다.
KCGI는 그동안 대한항공의 높은 부채비율을 거론하며 유휴부지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를 요구해왔지만 주주연합을 꾸린 뒤에는 이와 관련해서는 말을 삼가고 있다.
한진칼과 대한항공이 경영 정상화방안으로 비주력사업 매각 및 유휴자산 매각 방안을 내놓은 뒤에도 강성부 KCGI 대표는 주주연합 추천 사외이사들을 소개하며 ”IT와 부동산, 항공업, 지배구조 등 각 분야를 고려해 추천했다“고 말했다.
항공업과 지배구조 등 굵직한 이슈들과 부동산을 나란히 두고 부동산 전문가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것인데 항공업계에서는 주주연합이 사실상 부동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보다는 부동산 개발로 태도를 바꾼 것으로 해석했다.
권홍사 회장은 한진칼 지분 8%대를 손에 쥐고 지분다툼을 벌이고 있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사모펀드 KCGI 사이에서 부동산 이권을 얻어내기 위해 움직였다는 의심을 살 수도 있는 셈이다.
반도건설로선 한진그룹의 부동산 개발을 맡게 되면 일감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호텔·레저사업 등 신사업으로 진출할 기반도 마련할 수 있는 만큼 좋은 기회일 수 있다.
하지만 주주연합이 이처럼 한진그룹 경영 정상화보다는 각자의 이해타산을 가지고 ‘이합집산’한 모임으로 비춰지면서 한진칼 소액주주를 비롯한 여론의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 전문가라며 내세운 이사 후보들조차 전문성이 없다며 비판을 받는 가운데 주주연합에서 그 누구도 애초에 항공업을 제대로 다뤄보겠다는 의지조차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