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조치로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에게 넘기는 토대를 닦고 있다.
15일 삼성물산에 따르면 20일 주주총회를 통해 사외이사 5명 가운데 3명을 바꾸고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선임 사외이사제도도 도입하면 사외이사의 역할이 대폭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선임 사외이사제도는 사외이사 가운데 선임 이사를 뽑아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회의체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제도다.
삼성물산 이사회는 현재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5명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회의체를 별도로 꾸려 운영한다면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이사회에서 목소리에도 더욱 힘이 실릴 수 있다.
선임 사외이사제도 도입은 장기적으로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에 넘기는 포석이 될 수도 있다.
삼성물산은 2015년 제일모직과 합병 당시 이사회 투명성 강화를 위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는데 다음 단계로는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에 넘기는 일이 꼽힌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상징성을 비롯한 영향력이 가장 큰 회사로 평가된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최상단에 자리 잡은 계열사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삼성물산 지분 17.1%를 통해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해 올해 처음으로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에 넘겼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으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으려면 회사의 경영 상황을 속속 들이 알고 있어야 하는데 삼성물산은 이번 주총에서 사외이사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상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사외이사를 대폭 교체한다.
이번 주총에서 사외이사 구성원을 한 명도 교체하지 않는 삼성전자와는 형편이 다르다.
삼성물산이 선임 사외이사제도를 통해 사외이사 권한을 먼저 강화한 뒤 삼성전자의 바통을 이어받아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에게 넘기는 수순을 밟을 수 있는 셈이다.
시민사회가 삼성물산을 향해 이사회 투명성 강화를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는 점도 삼성물산이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에 맡길 가능성을 높인다.
참여연대 등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부당하게 이뤄졌다며 2015년 합병에 찬성한 이사회 멤버를 교체하고 이사회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회사 정관을 바꾸라고 요구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이번 주총에서 제니스 리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 이상승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정병석 한양대학교 경제학과 특임교수로 사외이사를 대폭 교체하기로 한 것을 놓고도 시민단체의 요구에 어느 정도 응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것과 관련해 현재 검토하고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은 현재
최치훈 사장이 맡고 있다. 임기는 2021년 3월까지다.
삼성물산은 5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누가 선임 사외이사를 맡을지는 3월20일 주총 이후 결정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