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0-03-10 15: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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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유가 급락에 따라 러시아와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 바짝 긴장하게 됐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의 자동차산업 성장세가 둔화한 상황에서 저유가에 타격을 받아 신흥시장 수요까지 위축되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글로벌 판매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기아자동차 사옥. <연합뉴스>
10일 증권가에 따르면 유가 하락이 신흥국에서 자동차산업의 수요 감소를 불러일으켜 현대차와 기아차의 글로벌 판매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과거 유가 하락기에 기타시장에 속한 중동과 기타유럽(동유럽), 중남미지역에서 자동차 수요가 급감했다”며 “유가 하락에 따른 신흥시장의 수요 감소 우려가 부각되면서 9일 자동차업종 주가도 부진했던 것”이라고 파악했다.
러시아는 2019년 11월 기준으로 하루에 원유를 1085만 배럴 생산하는 세계 2위의 산유국이다.
러시아의 유가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0달러 안팎으로 추정되는데 현재 30달러대 수준에 유가가 유지되면 재정에 큰 타격을 받게 되고 이에 따라 각종 산업 수요도 크게 후퇴할 수밖에 없다.
중동과 중남미 등 전통적 산유국들도 마찬가지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브라질,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카자흐스탄, 멕시코 등도 국가 경제의 상당부분을 원유 판매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에게도 저유가는 달갑지 않다.
현대차와 기아차에 따르면 두 회사가 기타시장으로 분류하는 러시아와 아중동·중남미·아태지역의 판매 비중은 2019년 기준으로 각각 23%, 30%가량이다.
해마다 다르지만 두 회사의 최근 5년 기타시장 판매 비중을 살펴보면 대체로 25~30% 안팎에 머물렀다.
신흥국 위주의 기타시장에서 자동차 판매가 줄어들면 현대차와 기아차가 받게 되는 타격도 상당할 수밖에 없다.
권 연구원도 “(저유가 기조를 보였던) 2015~2016년 현대차와 기아차의 기타시장 판매비중은 20~25%였다”며 “글로벌 주요 완성차기업보다 신흥시장 비중이 높았던 현대차와 기아차가 당시 판매 부진과 수익성 악화를 경험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차는 유가가 급락해 배럴당 20달러 후반에서 30달러 초반을 보였던 2015년 하반기부터 2016년 초까지 신흥시장 자동차 판매에 고전했다.
현대차는 2014년만 해도 기타시장에서 자동차를 모두 148만7천 대 판매했지만 2015년 141만4천 대, 2016년 135만7천 대로 판매량이 연달아 4% 이상씩 후퇴했다.
당시 미국과 서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5~10%씩 판매량이 고성장하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기타시장의 부진은 뼈아픈 지점이었다.
기아차 역시 기타시장 판매량이 2014년 86만2천 대에서 2015년 76만1천 대, 2016년 74만4천 대로 급격히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저유가 기조가 자칫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 현대차와 기아차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제유가는 2015~2016년과 다르게 반등 모멘텀이 더딜 것”이라며 “2015년 국제유가가 급락한 뒤 2016년 초에 반등한 데에는 경기회복이라는 배경이 있었지만 현 시점에서는 코로나19 등으로 당장의 경기회복 모멘텀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