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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두 대형항공사는 수십 년 동안 국내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렸는데 항공업계의 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과 중동의 항공사들이 물량공세를 펴고 있는 데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두 대형항공사를 맹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 아시아나항공은 왜 일등석을 없앴나
아시아나항공은 2017년부터 A380기를 제외한 나머지 여객기에서 일등석을 모두 없애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모두 12대의 여객기에서 일등석을 운영해 왔는데 이를 대폭 줄이기로 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일등석을 줄이는 이유는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일등석은 한 항공기에 10여 개밖에 없는 반면 공간은 많이 차지한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일등석 예약율이 예년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지자 일등석을 일반석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없애기로 한 일등석은 모두 72석이다. 이 자리를 일반석으로 채우면 280석 정도 좌석이 늘어난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들어 계속된 저유가 기조에도 2분기 적자를 냈다. 1분기 저유가와 항공수요 증가에 힘입어 77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2분기 다시 614억 원의 적자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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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의 일등석 모습. |
항공사의 일등석 서비스는 항공사의 자존심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일등석 승객에게 최고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일등석을 운영하지 않는 저비용항공사와 차별화를 꾀해왔다.
아시아나항공이 일등석을 줄이는 강수를 둔 것은 그만큼 아시아나항공이 처해 있는 경영여건이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공급 증대, 노선확장, 여행사 중심 판매라는 전통적 성장정책에 한계가 있어 영업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며 “판매단가는 하락하는데 수입은 감소하고 비용은 증가해 적자가 구조화하는 상황을 위기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2분기 나란히 적자
대한항공도 2분기 적자를 봤다. 대한항공은 올해 2분기 2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대한항공이 분기 기준으로 적자를 본 것은 지난해 2분기 이후 1년 만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2분기 나란히 적자를 본 것은 물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두 대형항공사가 유가하락으로 절감한 비용의 상당부분을 경쟁비용으로 지출한 점도 2분기 적자를 낸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메르스가 단기악재라면 경쟁비용 지출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단거리노선에서 국내항공사들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저비용항공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특가 항공권을 내놓으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울며 겨자먹기로 항공권 가격을 낮추고 있다.
중장거리노선에서는 중국과 중동의 항공사를 필두로 외국계 저비용항공사가 가격인하 공세를 펼치고 있다.
◆ 대형항공사 추격하는 저비용항공사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은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오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 국내에 모두 5곳의 저비용항공사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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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10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저비용항공사. 창구가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
저비용항공사가 처음 생겼을 때만 해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 위주의 국내 항공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저비용항공사들이 메르스 여파에도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이제 대형항공사를 위협할 수준에 이르렀다.
제주항공은 올해 상반기 매출 2868억 원, 영업이익 307억 원으로 사상 최대 반기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영업이익이 무려 643.9% 늘어났다.
진에어, 에어부산 등 다른 저비용항공사들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개선된 경영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비용항공사들은 국내선 분담률에서 대형항공사들을 뛰어넘은 데 이어 국제선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저비용항공사들의 국제선 분담률은 2010년 상반기 1.8%에서 올해 상반기 13.2%로 뛰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저비용항공사에 비해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던 국제선도 저비용항공사에 침범당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 국제선 이용 여객수도 대형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의 희비가 뚜렷하게 갈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여객수는 줄어든 반면 저비용항공사 5곳의 국제선 여객수는 일제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의 지난 7월 국제선 여객수는 지난해 7월보다 33%나 증가했다. 국제선 여객수 증가율은 진에어 20%, 에어부산 14%, 티웨이항공 13%, 이스타항공 6% 순이었다.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7월 국제선 여객수는 지난해 7월보다 각각 12%, 15% 감소했다.
여객수 격차도 크게 좁혀졌다. 지난 7월 국제선 여객수는 제주항공이 26만여 명, 대한항공이 134만여 명, 아시아나항공이 97만여 명이었다.
지난해 7월 제주항공이 19만여 명, 아시아나항공이 114만 명으로 두 항공사 간 격차가 95만 명에 이르렀지만 그 격차가 1년 사이 71만 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 대형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 경계 사라지나
저비용항공사들은 항공기를 계속 도입하고 노선도 확장하는 등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일부 저비용항공사는 대형항공사의 전유물인 장거리노선에도 진출했다.
제주항공은 연말까지 항공기 보유대수를 22대로 늘린다. 제주항공이 보유한 항공기 수는 최근 5년 사이에 3배나 늘었다. 제주항공은 하반기 국제선 신규취항으로 노선도 30개까지 확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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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태(왼쪽부터) 한진칼 대표이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6월16일 프랑스 파리에어쇼 행사장에서 에어버스사와 A321NEO 차세대 항공기 50대 구매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
제주항공은 2020년까지 항공기를 40대로 늘리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이 현재 74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 격차가 크게 좁아지는 것이다.
진에어도 연말까지 항공기 19대를 운영하게 된다. 내년 상반기 2대를 더 들여오기로 했다.
진에어는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처음으로 중대형기를 도입해 하와이노선에도 취항한다. 진에어는 하와이노선에 취항하며 가격을 대형항공사의 절반수준으로 책정하는 등 공격경영에 나서고 있다.
제주항공 역시 내부적으로 장거리노선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중국과 중동 항공사도 급성장
중국과 중동 항공사들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위협하는 새 경쟁상대로 떠올랐다.
중동항공사들은 ‘오일머니’를 앞세워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 카타르항공, 에티하드항공 등 중동항공사들의 한국~중동 노선 수송객은 2011년 이후 매년 35%씩 늘고 있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제자리걸음했다.
중동항공사는 최근 들어 유럽 환승객 수요까지 잠식해나가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현재 81개국 147개 도시에 취항하고 있다. 승객 수송량은 2014년 기준 4930만 명으로 2008년보다 2배 이상 성장했다.
카타르항공도 항공기를 도입하고 신규노선에 취항하며 공격적으로 시장확대에 나서고 있다. 현재 162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153대보다 많다.
중국항공사들의 성장도 위협적이다.
중국항공사들이 앞으로 20년 동안 항공기 구입에 무려 1천조 원 이상을 투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렌디 틴세스 보잉 상용기부문 마케팅 부사장은 최근 “앞으로 20년 동안 중국의 상용기 보유대수가 지난해 2570대에서 3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면서 “2035년 7210대에 이르는 상업용 항공기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산 무니어 보잉 동북아시아 세일즈 선임부사장도 중국의 항공시장에 대해 “대형 항공사부터 신생항공사, 저비용항공사들까지 모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