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계열사 4곳의 등기임원에서 물러나면서 앞으로 롯데지주를 정점으로 하는 지주사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롯데는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직접 그룹 대소사를 챙기는 ‘1인체제’로 급성장하는 데 성공했지만 신 회장의 ‘뉴롯데’에서는 롯데지주가 신사업 발굴 및 국내외 인수합병을 주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롯데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신 회장이 지난해 말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내려온 주된 이유로 각 계열사의 사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법률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신 회장은 지난해 말 롯데건설, 호텔롯데,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건설과 호텔롯데,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는 각각 상장과 부동산 개발, 주류사업 면허 등 현안을 앞두고 있는데 관련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신 회장이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면 불거질 수 있는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당장 인허가를 받아야할 현안이 없는 롯데지주,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대표이사와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 사내이사와 에프알엘코리아 기타비상무이사 등은 신 회장이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신격호 명예회장이 계열사 11곳의 등기이사를 겸직하기도 했으며 90세를 넘긴 나이에도 롯데쇼핑, 롯데제과, 호텔롯데 등 6개 회사의 등기이기사를 맡는 등 ‘오너 1인’이 그룹 대소사를 모두 챙기는 경향이 짙었다.
신 회장 역시 롯데지주 출범 이후에도 롯데지주뿐 아니라 계열사 8곳에서 등기임원을 맡아 직접 챙기며 ‘1인체제’를 유지해왔는데 이번에 상당부분 겸직을 내려놓으면서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그룹 전반의 전략을 짜는 데 더욱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이 자의든 타의든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물러나면서 상대적으로 각 계열사 전문경영인들의 책임과 역할이 더욱 막중해졌기 때문이다.
롯데지주는 계열사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경영평가와 업무지원을 주된 업무로 하며 중장기적으로 그룹의 미래사업이 될 신규 사업을 발굴하고 국내외에서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롯데쇼핑 정책본부 기능을 이어받은 롯데지주 재무혁신실과 경영전략실, HR혁신실, 경영개선실, 커뮤니케이션실, 준법경영실 등 6개실의 역할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지주가 그룹 컨트롤타워 기능을 맡고 각 BU부문이 사업부별 중간 지휘부 역할을 하는 형태다.
지난해 말 정기 조직개편에서 이미 그룹 유통·식품·화학·호텔 등 4대 BU부문장에게 각 계열사 주요 임원과 관련한 인사권과 예산권 등을 넘기기도 했다.
앞으로 BU부문장들에게 힘을 실어준 만큼 더욱 엄정한 경영성과 평가를 실시해 인사고과에 ‘성과주의’ 기준을 명확히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인원 전 롯데그룹 부회장과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소진세 전 롯데그룹 총괄사장,
노병용 전 롯데물산 사장 등 과거 롯데그룹 오너일가의 대소사와 계열사 경영을 모두 맡으며 오너일가의 최측근으로 불리던 ‘가신그룹’은 다시 등장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점쳐진다.
사업영역이 다각화되고 영업환경 변화가 빨라질수록 사업 관련 전문성과 경영성과 등이 전문경영인을 발탁하는 최대 기준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