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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에 직무급제 독려, 민간 확산은 '임금삭감' 반발에 미지수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20-02-16 17:2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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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공기관부터 시작해 민간기업으로 직무급제 시행을 독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실제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지 의문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16일 공공기관과 노동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공공기관부터 정부기조에 따라 직무급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세부내용이 정비되지 않아 임금 삭감을 우려하는 반발 등 혼란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공공기관에 직무급제 독려, 민간 확산은 '임금삭감' 반발에 미지수
▲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1월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직무중심 인사관리 따라잡기' 발간에 관련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무급제는 근속연수나 직급과 상관없이 업무 책임과 강도, 난이도에 따라 급여를 다르게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호봉제의 단점인 간부-일반 직원이나 정규직-비정규직의 임금격차 문제 등을 해소할 대안으로서 꼽히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직무급제를 도입한 공공기관의 2020년 경영평가에 가점을 주기로 결정하는 등 공공기관 중심으로 직무급제 시행을 독려하고 있다.  

이에 공기업 10여 곳이 직무급제 도입을 결정했다. 직원 수 1천 명 이상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동서발전, 강원랜드 등이 포함됐다.

현재 공공기관 40여 곳이 직무급제 도입에 필요한 직무평가를 했거나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공공기관에서 직무급제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이를 바탕으로 민간기업에도 제도 시행을 권장할 계획을 세웠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민간기업의 직무급제 도입 매뉴얼 제공 차원에서 임금체계 개편사례 등을 모아 ‘직무중심 인사관리 따라잡기’를 내놨다. 

2020년 예산안에 공공기관뿐 아니라 철강, 보건의료, IT업종 등을 대상으로 직무급제 도입에 필요한 전문상담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 4억 원을 편성하기도 했다.

민간기업 가운데에서는 교보생명이 2020년 초에 모든 임직원 대상으로 직무급제 도입을 결정했다. 국책은행 중심으로 금융권에서도 직무급제 도입 여부가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공기관에서조차 세부내용에서 노사합의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직무급제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현재 직무급제를 노조에서 나가야 하는 3직급(차장급) 이상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강원랜드도 간부직과 실·팀장급 직원들에게만 우선 도입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임직원에게 지급하던 경영평가 성과급의 인상분을 직무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 때문에 호봉제와 큰 차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직무급제 도입에 따른 일부 직원의 임금 삭감 가능성 등에 따른 노조의 반발로 실제 직무급제 도입이 더욱 늦어질 가능성도 큰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 상급단체에서도 직무급제를 향한 시선이 곱지 않다. 급여제 개편의 필요성은 있지만 정부가 임금 삭감 가능성을 방지하지 않은 채 속도에만 치중한다는 것이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11일 한국노총 아래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2020년도 제1차 중앙위원회에서 “정부의 절차적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들러리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도 성명을 통해 “직무급제는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도 깎기 위한 임금체계 ‘개악’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너무나 많다”고 바라봤다. 

금융권 노조에서도 반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박홍배 전국금융노동조합 위원장은 직무급제를 ‘직무성과급제’로 바라보면서 강제 도입을 막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자칫 직무급제가 박근혜 정부 시절 금융권 중심으로 도입이 권장됐다가 흐지부지된 성과연봉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논란이 커지며 정부도 민간기업 대상의 직무급제 도입을 독려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임금은 노사자율의 영역이자 국민 삶과 직결된 문제라 정책으로 강제할 수 없다”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아래 의제·업종별 위원회 등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는 노력도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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