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이 갈등을 봉합할 수 있을까?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사이 갈등의 원인을 잘 알고 있는 어머니 이명희 전 이사장이 분쟁의 마지막 중재자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 왼쪽부터 조현민 한진칼 전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
이명희 전 이사장은 이날 대한항공을 통해 조현민 한진칼 전무와 함께 조원태 회장을 지지하는 입장문을 내면서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복귀를 요청해 가족간 화해와 중재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명희 전 이사장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외부 세력과 연대했다는 발표를 한 것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다시 가족의 일원으로서 한진그룹의 안정과 발전에 힘을 합칠 것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조현아 전 부사장은 KCGI 및 반도그룹과 함께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경영방식을 비판하면서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합의문을 발표했다.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등기이사 재선임과 관련한 안건이 오르기로 돼 있어 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 및 반도그룹의 연대가 주목을 받았다.
한진가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까지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원태 회장 사이 갈등의 밑바탕에는 ‘기내식사업’과 관련한 분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호텔사업을 넘겨주는 내용까지는 한진 집안 내부에서 어느 정도 합의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조현아 전 부사장이 특별한 애착을 지닌 기내식기판사업본부를 들고 가는 것을 두고 갈등이 깊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원태 회장으로서는 항공업에서 기내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태처럼 항공사업에서 중요한 부문이기 때문에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넘기는 것을 반대했다는 것이다.
이런 정황은 지난해 한진그룹 인사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을 따르던 측근 임원들이 기내식기판사업본부에서 배제된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조병택 전무와 양준용 상무, 함건주 상무 등은 기내식기판사업본부에서 자리를 내주면서 퇴사한 반면 조원태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승범 부사장이 고객서비스부문과 기내식기판사업본부를 총괄하게 됐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런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사이의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인물은 현재로서는 어머니 이명희 전 이사장밖에 없다고 본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이명희 전 이사장은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사이의 갈등의 내막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이라며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운명이 위태로워진 상황에서 어머니로서 자식들의 다툼을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 및 반도그룹이 주식 공동계약을 체결하고 1월31일 공시함에 따라 조현아 전 부사장 연합군은 한진칼 의결권 지분 31.98%를 확보하게 됐다.
이는 조원태 회장(6.52%)과 특수관계인(4.15%), 이명희 전 이사장(5.31%)와 조현민 전무(6.47%)의 지분을 합친 22.45%보다 많다. 조원태 회장 우호지분으로 알려진 델타항공(10.0%)은 아직 확실한 입장표명이 없다.
주총에서 조원태 회장이 한진칼 등기이사 연임에 실패하면 이명희 전 이사장을 비롯한 한진그룹 오너 일가는 주주로서 권한밖에 남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이명희 전 이사장이 조원태 회장을 설득해 남매 사이 갈등 봉합과 조현아 전 부사장의 복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시선이 나오는 것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조현아 전 부사장측 연대가 공고해지면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이명희 전 이사장이 조원태 회장을 설득해 기내식기판사업부를 따로 떼어주는 중재안을 내놓을 수 있다고 본다"며 "중재에 실패하면 이명희 전 이사장은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선임을 포기하고 전문경영인 대결을 통해서라도 외부세력에게 경영권이 넘어가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항공업계에서는 이같은 이명희 전 이사장의 중재 가능성에 주목하면서도 이미 조현아 전 부사장이 KCGI 및 반도그룹과 주식 공동보유 계약을 체결해 법률적으로 하나로 묶인 만큼 이제는 이명희 전 이사장의 중재 여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 및 반도그룹이 주식 공동보유 계약을 체결하면서 별도 약정을 두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 및 반도그룹 사이에 주식 공동보유 계약이 깨질 경우를 대비해 손해배상 조항을 규정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사안이 중대한 만큼 손해배상액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희 전 이사장의 중재가 마지막에 성공하더라도 주식 공동보유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한진가 일가에서 보전해줘야 하는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