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사회가 구 사장을 KT의 다음 대표이사로 확정하면서 직급을 회장에서 사장으로 낮춘 것이 조직의 슬림화를 요구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KT의 임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시작점이 2009년 초 이석채 KT 대표이사 회장이 대표이사 직급을 사장에서 회장으로 바꾼 뒤부터라는 점에서 사장 직급의 구 내정자가 '임원 거품'을 걷어내는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KT의 사업보고서와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KT 임원 수는 2008년 12월 기준 68명(등기·미등기 임원 모두 포함)이었으나 2019년 3분기 말 기준 120명까지 2배 이상 늘어났다. 사업보고서에 인원 수가 표시되지 않는 상무보까지 포함하면 현재 KT의 임원 수는 350명이 넘는다.
경쟁사인 SK텔레콤(114명)이나 LG유플러스(66명)와 비교해 KT의 조직이 비대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구 사장이 13일 서울시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2020년 신년인사회'에서 “고객과 밀착해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더 민첩하게 제공할 수 있는 조직으로 개편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도 임원 다이어트를 암시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비대한 조직의 가장 큰 단점 가운데 하나가 의사결정의 지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KT 내부에서는 구 사장이 현재 16개에 이르는 부문·실 등 조직을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부문장급의 자리가 줄어들고 이와 관련된 임원 수 역시 줄어드는 방향으로 임원인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이동면 KT 미래플랫폼사업 김인회 경영기획부문장 사장, 이동면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 사장, 오성목 네트워크부문장 사장, 박윤영 기업사업부문장 부사장 등은 모두 황 회장의 측근으로 꼽힌다. 이 가운데 이 사장과 박 부사장은 구 사장과 KT의 대표이사 자리를 놓고 경쟁한 사이이기도 하다.
구 사장이 최고경영자(CEO)로서는 비교적 젊은 50대라는 점도 구 사장이 부문장을 상당수 교체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현재 부사장 이상의 KT 임원 12명 가운데 구 사장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은 단 두 명 뿐이다.
임원인사에 이어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한쪽에서 나온다. KT 직원 수가 경쟁사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2019년 3분기보고서 기준 KT 직원은 2만3천여 명으로 경쟁사인 SK텔레콤(5377명), LG유플러스(1만735명)보다 훨씬 많다.
KT의 한 직원은 “구 사장이 새로 취임한 만큼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나타내는 직원들도 있다”며 “다만 구 사장이 내부출신 인사라는 점에서 직원 수를 무리하게 줄이는 구조조정을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는 직원 역시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 사장이 아직 정식으로 대표이사에 취임한 상황도 아닌 만큼 조직개편과 구조조정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한쪽에서 나온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 사장이 아직 조직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는 시점이 아닌 만큼 변화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