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띠’ 유통업계 오너 CEO(최고경영자)들이 올해 업황 악화 및 치열한 경쟁의 틈을 뚫고 그룹 재도약 원년을 만들기 위해 분주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은 올해 신사업 확장과 그에 따른 여파를 최소화하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은 유통업계의 ‘동갑내기 맞수’답게 올해에도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점쳐진다.
◆ 이재현 채형석, 그룹 수익성 확보 및 체질개선에 ‘온힘’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내년 환갑을 앞두고 있는 1960년생 쥐띠 오너 최고경영자로는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등이 있다.
▲ 이재현 CJ그룹 회장(왼쪽)과 채형석 애결그룹 총괄부회장. |
이 회장은 2017년 경영복귀 이후 과감한 인수합병(M&A)으로 그룹 덩치를 불리고 신사업과 글로벌 확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지만 채무 급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CJ제일제당을 비롯해 그룹 전반에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올해 최대 과제로 수익성 회복을 내걸고 있다.
2020년도 임원인사에서도 안정에 초점을 둔 인사를 실시하면서 지주사인 CJ의 군살을 빼는 등 사업 및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그룹 이미지를 쇄신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지난해 CJENM의 오디션 조작 논란과 이 회장의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의 마약 밀반입 혐의 등으로 각종 구설에 올랐던 만큼 이를 씻어내는 작업도 진행해야 한다.
애경그룹을 이끌고 있는
채형석 총괄부회장도 1960년에 태어난 쥐띠 CEO다.
채 부회장은 2006년부터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에 올라 애경그룹 주력사업을 생활용품에서 화학, 유통, 항공 등으로 넓히는 데 힘써왔다.
이 가운데 채 부회장이 가장 초점을 두고 있던 항공업 강화가 올해 분수령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 부회장은 2006년 제주항공을 세운 뒤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제주항공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왔다.
채 총괄부회장은 2010년 제주항공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AK면세점을 매각한 바 있으며 2015년에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그룹에서 최대 매출을 내던 백화점인 ‘AK플라자 분당점’ 건물을 부동산펀드에 4200억 원에 넘기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제주항공은 저비용 항공사(LCC)의 대표로 자리매김했으며 올해 1월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애경그룹 주축을 기존 유통, 생활용품에서 항공업으로 돌리는 원년으로 삼을 기회를 잡았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실패를 만회할 카드를 일찍 잡은 만큼 기타 법인 청산 및 자산 매각, 계열사간 분리·합병 등을 포함한 그룹 체질 개선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점쳐진다.
◆ 정지선 정유경, 전열 정비하고 백화점 ‘맞수’로 정면대결 예고
백화점 라이벌로 꼽히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은 1972년에 태어난 쥐띠 CEO다.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왼쪽)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
정지선 회장과
정유경 총광사장은 백화점, 면세점, 패션 등 비슷한 분야에서 맞부딪히며 유통업계 대표적 라이벌로 꼽히는데 2020년에도 업황 악화를 이겨내기 위한 ‘묘수’를 두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지선 회장은 그룹 매출 2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 2020'의 마지막 해를 맞이한 만큼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정지선 회장은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지 않으면 침몰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며 “올해를 그룹의 새로운 10년의 출발점이자 성장을 위한 실질적 변화를 실천해 나가는 전환점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회장직을 없애고 동생인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과 경영 전면에서 진두지휘하는 체제를 마련한 만큼 오너로서 단순화된 의사결정체제를 바탕으로 발 빠르게 움질직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사업에서도 두산그룹의 두타면세점을 이어받아 새 사업권을 따내며 면세점 확장 의지를 굳건히 이어가고 있다.
정유경 총괄사장은 신세계백화점을 중심으로 안정적 실적 증가세를 이어가는 데 힘쓸 가능성 높다.
정유경 총괄사장은 지난해 유통업계의 어려운 업황 속에서도 호실적을 거두며 존재감을 키운 경영자로 꼽힌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도전이 거센 가운데에서도 백화점과 면세점 영업이 호조를 보이며 굳건했던 데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을 중심으로 한 패션사업를 비롯해 시코르 등 화장품사업이 각각 자리를 잡으며 남부럽지 않은 해를 보냈다.
하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안정 속 변화’를 꾀하며 2020년을 맞이하고 있다.
차정호 신세계백화점 대표와 장재영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를 맞교환하는 인사를 실시해 주력사업인 백화점과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은 패션사업부문에 각각 변화를 주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올해
정지선 회장이 현대백화점의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데 맞서 신세계그룹의 파이를 뺏기지 않기 위해 정면승부를 피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