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조 단위 수주를 기대하는 사우디아라비아 ‘키디야(Qiddiya) 프로젝트’를 놓고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다.
아직 양해각서 단계인데다 중동시장의 정세불안 등 불확실성이 높고 수익성도 계산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22일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삼성물산이 키디야 프로젝트와 관련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키디야프로젝트는 삼성물산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오랜만에 진행하는 대규모 사업인데 양해각서를 맺은 지 2달이 지난 현재까지 삼성물산에선 아무런 발언이 나오지 않고 있다.
대형건설사들이 성장 가능성이 큰 해외사업을 놓고 진척이 있으면 홍보에 공을 들이는 것이 일반적인데 삼성물산의 태도를 이례적이라고 업계는 바라본다.
대표이사가 현지까지 날아가 직접 양해각서에 서명할 만큼 중요한 사업이라면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적극적 홍보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10월29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마이클 레이닝어 키디야투자회사(QIC) 사장과 키디야 프로젝트의 복합 스포츠시설 건설사업에서 협력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올해 들어 해외수주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3분기까지 국내외 신규수주 달성액은 4조4천억 원가량으로 연초 목표액 11조7천억 원의 40%에도 이르지 못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5420억 원으로 2018년보다 30% 가까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택사업도 조용해 시장에 내보일 호재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추정 매출 1조 원이 넘는 키디야 프로젝트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삼성물산이 홍보를 포함한 후속행보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직 구체적 사업계획이 나오지 않아 앞으로 수익성으로 이어질지 가늠이 아직 안 되는 점이 원인일 수 있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키디야 프로젝트는 삼성물산이 오랜만에 진행하는 대규모 사업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면서도 “수익성이 예상보다 좋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막연한 기대감보다는 구체적 계약구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사업규모가 큰 만큼 조달해야 할 자금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 상황을 지켜볼 필요성이 있다는 증권업계의 시선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시장은 정치적으로 변수가 많다는 점도 삼성물산이 신중한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는 요소로 꼽힌다.
올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시설이 ‘드론 테러’를 당해 당시 570만 배럴 규모의 석유생산이 중단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키디야 프로젝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나서 각별히 공을 들인 만큼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삼성물산은 지금처럼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키디야 프로젝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2030’의 3대 메가시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건설비용만 80억 달러(9조3500억 원)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삼성물산이 이번 사업을 통해 ‘조 단위’의 수주를 딸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삼성물산이 키디야 프로젝트에서 조 단위의 일감을 확보한다면 2013년 라빅 민자발전 프로젝트 이후 약 6년 만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조 원이 넘는 대형수주를 따게 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아직 양해각서 체결 단계라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며 “추후 사업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