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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 |
‘혈연에서 악연으로.’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셋째 동생이다. 신동빈 회장과 숙부-조카 사이다.
신선호 사장은 롯데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 편에 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자연스레 ‘반 신동빈’파의 좌장이 됐다.
신 사장은 왜 이번 사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일까?
신동빈 회장은 3일 일본에서 귀국하자마자 부친을 만나기 위해 롯데호텔 34층을 찾았다. 그러나 부자 만남에 대한 전언은 엇갈렸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이 신 총괄회장에게 귀국보고 겸 안부 인사를 5분 가량 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두 사람 사이에 별다른 얘기는 오가지 않았으나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음을 암시한 것이다.
반면 자리에 함께 있었다는 신선호 사장의 전언은 롯데그룹 측 얘기와 완전히 다르다.
신 사장은 신동빈 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을 찾아오긴 했으나 “나가라”는 호통과 함께 문전박대를 당했다고 말했다. 신 사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은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고 화해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롯데그룹은 신선호 사장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 고위관계자는 “신선호 사장이 기자들이 많이 모인 앞에서 본인 의견을 계속 말하는 이유와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신 사장이 (진위가 의심되는) 얘기를 하는 것에 대해 법적 대응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선호 사장은 7월27일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거사를 도모했을 때부터 배후조종 인물이란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신 사장은 지난 31일 부친 신진수씨 기일 참석을 위해 귀국해 한국을 떠나지 않고 있다.
신 사장은 귀국 직후 공항에서 취재진들에게 신동주 전 부회장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신 사장은 기일 참석 직전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을 탈취했다”, “신동주가 경영권을 지니는 게 맞다”, “(신동빈이 형을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해임한 것은)도덕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 등 신동빈 회장을 반대하는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신 사장은 신 전 부회장과 롯데그룹의 일본인 혹은 일본기업 정체성 논란이 커지자 이를 적극 진화하기도 했다. 신 사장은 신 전 부회장이 한국을 누구보다 사랑하며 욕심이 없을 뿐 똑똑하고 유능한 경영자라며 장조카를 아낌없이 추켜세웠다.
신 사장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 편에 확실히 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롯데그룹 총수 일가 다수가 ‘반 신동빈’으로 돌아선 것으로 관측되지만 어느 누구도 신 사장처럼 맨 앞줄에서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지 않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조차 겉으로 ‘중립’이라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조카뻘인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임시 구단주도 ‘일본 거사’에 동참하기는 했으나 겉으로 신동주 전 부회장 편에 서지 않고 있다.
신 사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을 제외하고 이번 다툼에서 총수 일가 가운데 신동주 전 부회장의 대변인을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셈이다. 재계 일각에서 신 사장이 이번 형제간 갈등을 처음부터 기획했던 것 아니냐는 말도 나돌고 있다.
신 사장이 ‘반 신동빈’ 세력의 중심에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이유나 의도는 아직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신 사장은 올해 82세다. 롯데그룹의 ‘골육상쟁’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신격호 총괄회장대에서도 형제 사이에 법정싸움까지 벌인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신 총괄회장은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 신준호 푸르밀 회장과 완전히 등을 돌린 채 지내왔다.
신 사장은 신 총괄회장이 동생들 가운데 싸움을 겪지 않은 유일한 동생이다. 두 사람 사이의 우애가 남다를 수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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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신 사장이 고령인 아버지를 ‘이빨 빠진 호랑이’ 취급하는 신동빈 회장을 괘씸하게 여겼을 수 있다. 또 신 사장이 롯데가에서 신 총괄회장을 제외하면 사실상 집안 어른인 만큼 장자승계를 두둔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신 사장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장인이기도 하다. 이 전 회장의 부인인 신유나씨는 신 사장의 맏딸이다.
신 사장은 태광그룹과 또 다른 인연을 맺고 있다. 이호진 전 회장은 실형을 선고받은 뒤 2012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며 처외삼촌인 심재혁 현 부회장을 구원투수로 영입했다. 신 사장의 부인은 심 부회장의 누나다.
신 사장이 이처럼 태광그룹과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을 놓고 롯데그룹과 악연이 신동빈 회장에 대한 서운한 감정으로 남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태광그룹은 2006년 우리홈쇼핑 지분 45.04%를 보유하고 2대 주주로 나서 회사 인수를 추진했다. 그러나 롯데쇼핑이 그해 8월 경방 등으로부터 지분 53.03%를 취득해 방송위원회로부터 최대주주 승인을 받아냈다.
태광그룹은 롯데쇼핑을 상대로 이듬해인 2007년 소송을 제기해 4년 동안 법적 다툼을 벌인 끝에 결국 패소했다.
태광그룹과 롯데그룹의 소송전은 사돈기업의 법적 소송이라는 점에서 당시 재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호진 전 회장은 당시 우리홈쇼핑 인수를 통해 사업다각화를 시도했으나 롯데홈쇼핑이 중간에 '새치기'를 하는 바람에 좌절되고 말았다.
반면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 경영일선에 뛰어들어 2004년부터 인수합병에서 공격적 행보를 보였다. 2006년 우리홈쇼핑 인수도 신 회장이 주도한 인수합병 작품 가운데 하나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