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8개 전업 카드사의 대표이사들이 모두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떠오른다.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 그동안의 ‘단명’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활력이 떨어진 카드업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해석도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 삼성카드, KB국민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하나카드, 우리카드, 비씨카드를 이끄는 대표이사 8명 가운데 5명의 연임 여부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결정된다.
5명 가운데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
정원재 우리카드 대표이사 사장의 연임은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임영진 사장과
이동철 사장은 조만간 2년의 임기를 채우는데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모두 처음에 2년의 임기가 주어진 뒤 별다른 일이 없으면 추가로 1년의 임기를 보장해왔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업황 악화 속에서 각각 디지털 전환과 해외사업 성과라는 뚜렷한 ‘공’도 세웠다. 실적 역시 나쁘지 않다.
정원재 사장 역시 연임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보인다. 우리카드가 올해 역대 최대 순이익을 낼 가능성이 있는 데다 ‘
정원재 카드’로 불리는 ‘카드의정석’이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카드사 대표이사 가운데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인물은
원기찬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이다.
원 사장은 2014년부터 삼성카드를 이끌고 있다. 이번에 연임에 성공하면 무려 네 번째 연임이다.
원 사장을 둘러싸고 ‘60세 이상 CEO 퇴진론’과 노조 와해 재판 등 연임에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변수가 있음에도 연임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분위기다. 삼성그룹 내부에서 신임이 두텁고 카드업계를 둘러싼 환경이 만만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문환 비씨카드 대표이사 사장 역시 다음 KT 회장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자리 지킬 것으로 보인다. 비씨카드는 KT그룹 계열사다.
여기에 오너인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과 올해가 임기 첫 해인
장경훈 하나카드 대표이사 사장, 이미 거취가 결정된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이사 사장도 자리를 지키면서 8명이 모두 그대로 내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에도 8명 가운데 정수진 전 하나카드 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이 모두 유임됐다.
이러다 보니 금융권에 불고 있는 ‘세대교체’ 흐름과 동떨어져 있다는 말도 나온다. 업황 악화로 대표이사를 교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긴 하지만 세대교체 바람이 한창인 다른 업종과 비교해 활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카드사 대표 8명 가운데 1950년대에 태어난 사람만
김창권 사장과
정원재 사장 등 2명이다. 주요 시중은행의 은행장들이 모두 1960년대에 태어났고 주요 증권사 대표는 1963~1964년 태어난 이들이 맡고 있는 점과 대조적이다.
삼성그룹만 봐도 금융계열사 대표 가운데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과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이 1963년에 태어났다.
그동안 카드사는 금융권의 여러 업종 가운데 대표이사의 평균 임기가 가장 짧은 곳으로 꼽혔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지난해 12월 국내 주요 금융회사 44곳의 대표이사 재임기간을 분석한 결과 2009년 6월 말 이후 퇴임한 81명의 대표는 평균 3.4년의 임기를 채웠는데 이 가운데 카드사 대표의 재임기간이 평균 2.5년으로 가장 짧았다.
카드사들이 삼성그룹이나 현대차그룹, 롯데그룹에 속해있거나 금융지주 계열로 있어 그룹 차원 혹은 금융지주 차원의 인사이동이 많았던 점이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누가 와도 어려운 상황에서 그나마 경험이 있고 업계와 회사 현황을 꿰뚫고 있는 사람이 낫지 않냐는 기조가 뚜렷하다. 카드업계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